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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삼천리그룹이 기업 인수합병(M&A) 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작업이라는 평가가 많다.
29일 삼천리는 ‘독도 김’으로 알려진 조미김 제조기업 성경식품 인수를 검토했으나 최근 중단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시장에서는 삼천리가 성경식품 인수를 위해 단독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천리는 이와 관련해 “성경식품 인수를 검토한 바 있으나 현재 검토를 중단했으며 인수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성경식품 인수 의사를 철회했으나 최근 들어 IB 업계에서는 삼천리그룹의 M&A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삼천리그룹은 계열사인 ST인터내셔널을 통해서도 웰컴캐피탈 인수 작업을 진행하는 등 올해 유독 M&A 검토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웰컴캐피탈은 웰컴자산운용의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 웰컴캐피탈 인수를 성공하게 되면 웰컴캐피탈과 함께 웰컴자산운용을 동시에 보유하게 돼 삼천리그룹은 캐피탈사와 운용사를 갖춰 금융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ST인터내셔널과 웰컴캐피탈 간의) 계약 체결이 조만간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시장에서는 삼천리가 외식업, 금융업 등 신사업 M&A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배경으로는 계열분리를 꼽고 있다. 삼천리와 ST인터내셔널 모두 주주 구성이 창업주 두 가문으로 이뤄져 복잡한 데다 일가 내에서도 다수의 특수관계자가 존재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천리는 창업자인 고(故) 이장균 회장과 고 유성연 회장이 공동 설립한 후 60년 넘게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췄다. 통상 공동경영체제의 기업은 대개 세대가 바뀔수록 가문 사이의 유대 관계가 약해져 계열분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삼천리는 현재 3세 경영이 임박해 세대교체에 따른 삼천리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삼천리 오너 3세 중에서는 이은백 삼천리 사장과 유용욱 ST인터내셔널 경영기획실장, 이은선 삼천리 전무 등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그간 삼천리는 이 씨일가가, ST인터내셔널(옛 삼탄)은 유 씨일가가 경영하되 지분을 절반씩 똑같이 나눠 갖는 형태의 경영을 유지해 왔다. 삼천리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이씨 일가의 경우 이은백 사장(9.18%), 이만득 명예회장의 딸들인 이은희씨(0.67%)와 이은남씨(0.67%), 이은선 전무(0.67%) 등 이 회장의 가족들이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유 씨일가도 유상덕 회장의 아들인 유용욱 실장(9.18%), 유 회장의 누나인 유혜숙씨(3.8%) 등 유 회장 가족들이 지분을 갖고 있다. 이 회장(8.34%)과 유 회장(6.46%)도 여전히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형태다. ST인터내셔널은 유상덕 회장(43.14%)과 이만득 회장(23.43%), 이은백 사장(23.43%) 등이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삼천리그룹이 추후 업종별로 계열 분리에 나설 가능성이 크며 최근 M&A를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사업 확장 행보를 보이는 이유도 이를 염두에 뒀다고 해석하고 있다. 종합에너지기업인 삼천리는 △도시가스 공급업 △발전업 △자동차판매업 △집단에너지 △플랜트 △호텔업 △투자 및 신기술사업금융업 △폐기물 처리업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삼천리는 SL&C(삼천리ENG 외식사업본부)를 통해 차이797, 서리재, 정육점 등 중식, 한식 브랜드를 통해 외식사업 분야에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ST인터내셔널은 △유연탄 등의 상품 종합 도매업 △부동산 임대업 △투자 매매업을 골자로 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삼천리그룹이 차이797 등 외식사업에 진출하고 금융사 인수에 나서는 등 계열회사를 자꾸 늘리고 있다”며 “이만득 회장의 경우 딸만 셋으로, 추후 오너3세 등 후계자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기 위해 계열분리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천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내년이면 삼천리는 창립 70주년을 맞는다”며 “삼천리는 든든한 상호 신뢰와 의리를 기반으로 동업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계열분리 관련해서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며 “ST인터내셔널의 웰컴캐피탈 인수 건과 관련해서도 전해들은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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