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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존 고팍스 인수협상] 교착 상태 이어지는 이유

Numbers_ 2024. 10. 2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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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존 고팍스 인수협상] 교착 상태 이어지는 이유

고팍스 매각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분석했습니다글로벌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와 국내 1위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제공 사업자(MSP) 메가존클라우드의 최대주주 메가존 간의 고팍스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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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팍스 매각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분석했습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 로고 /사진=고팍스

 

글로벌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와 국내 1위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제공 사업자(MSP) 메가존클라우드의 최대주주 메가존 간의 고팍스 인수합병(M&A)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 매각 협상 최대 난관인 고팍스의 고파이(GOFI)를 둘러싸고 고팍스와 고팍스 채권자 간 대치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고팍스는 국내 5위 가상자산 거래소다. 고파이는 가상자산을 맡기면 가상자산을 이자로 돌려주는 가상자산 예치 이자 서비스(디파이)다. 바이낸스와 메가존의 인수 협상 교착 상태가 계속돼 매각이 무산되면 고팍스 사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배구조 변경 시한 '임박'


2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는 지난 24일 가상자산사업자(VASP) 자격 변경 신고를 위해 관련 서류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제출했다. 전북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9개월 연장한 데 따른 조치다. 전북은행은 고팍스의 지배구조 변경을 조건으로 달았다. 현행법은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가상자산 거래소만 원화 거래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 

금융위 심사 기간은 2개월 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고팍스가 고파이 채권단과 상환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바이낸스와 메가존의 고팍스 매각 협상 시한이 최대 2개월 가량 남았다고 볼 수 있다. 

고팍스 측은 “채권 상환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지분 매각을 통한 투자가 원활하겠지만 합의가 안된다면 투자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딜 무산시 신규 투자를 유치할 시간이 모자라 이후 사업자 갱신 신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고팍스 최대주주인 바이낸스와 메가존이 고팍스 매각을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금융위가 바이낸스의 고팍스 지분율을 10% 이하로 줄일 것을 신고수리 조건으로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올라온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바이낸스가 보유한 스트리미의 지분율은 67.45%다. 이준행 전 대표의 지분 39.4%를 포함해 공동 설립자들의 지분을 인수한 규모다. 

고팍스는 지난해 3월 최대주주를 바이낸스로 바꾸는 내용의 사업자 변경신고서를 제출했지만 1년 반이 넘도록 수리되지 않고 있다. 당국이 해외 자본의 국내 진출을 꺼려해서다. 현행법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는 금융위로부터 신고수리를 받아야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대주주 요건은 없다. 금융위는 향후 통과될 대주주 적격성 시행령을 근거로 신고수리를 연기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 ‘그림자 규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파이 미지급금 50%...부채 규모 확정


바이낸스는 고팍스 사업자 갱신 신고 수리를 위해 지분 매각을 선택했다. 보유한 지분 중 10%를 제외한 57.46%의 지분율이 매각 대상이다. 관심을 보인 메가존이 최근 고팍스 재무 실사를 마친 상황이다. 양사가 추가 협상을 진행하려면 고팍스가 갚아야 할 고파이 채무가 확정돼야 한다. 그래야 메가존의 부채승계 지분 인수가 가능해진다. 

고파이 미지급금 규모는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성으로 가치를 확정하기 쉽지 않다. 고팍스와 고팍스 채권자들이 상환 규모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배경이다.  

지난 2022년 11월 스트리미의 2대 주주이자 고파이 운용사인 제네시스 캐피탈이 자금 상환을 미루면서 고파이 원금과 이자 지급이 지연됐다. 이때 바이낸스가 고팍스 인수와 함께 고파이 상환 자금 지원을 약속하며 지원군으로 등장했다.

 


당시 고파이 채무액은 총 700억원으로 추산된다. 바이낸스는 총 363억원의 자금을 지원금 명목으로 고팍스에 빌려줬다. 이중 88%를 가상자산으로 지급했다. 고팍스는 이중 187억원을 고파이 상환에 썼다. 나머지는 회사 운영비로 사용했다. 이어 제네시스 캐피탈에게 돌려받아야 할 채권을 유동화해 고파이 자금을 갚았다. 약 200억원 규모다. 총 387억원의 고파이 원금과 이자를 상환을 원하는 신청자에 한해 투자 비율로 상환한 것이다. 

고팍스에 따르면 고팍스는 고파이 총액의 50%를 상환했다. 2022년 지연 당시 기준 약 350억원 규모다. 고팍스는 제네시스 캐피탈 파산 신청이 발효된 지난해 2월을 기준으로 상환 규모를 현금 500억원으로 확정했다. 미국 법원이 고팍스의 제네시스 캐피탈에 대한 채권 가치를 최대 500억원으로 인정하면서다. 약 150억원 규모의 고파이 가치 상승분이 반영된 결과이자 2년 전 비트코인 가격 2800만원을 기준으로 나머지 미지급금 규모를 책정한 것이다. 

반면 고파이 투자자들은 현재 가치로 고파이를 상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28일 오후 3시 20분 기준 업비트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은 약 9480만원 선이다. 지난해 말 기준 고팍스는 약 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비용 200억원이 발생해 1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514억원, 미처리 결손금은 1255억원이다. 현금성 자산은 28억원, 단기금융상품은 30억원으로 고팍스는 자체적으로 고파이 미지급금을 갚을 여력이 없다.

고팍스 측은 “가상자산 가치가 상승하면서 상환해야 할 채권액이 확정되지 않고 있다”며 “그동안 자본력이 있는 투자자들의 논의가 있었지만 고파이 미지급금 규모가 큰데다 채무액이 확정되지 않은 점이 투자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