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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톡] 고려아연 분쟁 기점 엇갈린 사모펀드 ‘투자 기조’

Numbers_ 2024. 11. 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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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톡] 고려아연 분쟁 기점 엇갈린 사모펀드 ‘투자 기조’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추진 이후 사모펀드(PEF) 운용사 안팎에선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당장 돈이 되는 기업에 대한 투자 및 딜 소싱이 어려운 탓에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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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 제공=각 사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추진 이후 사모펀드(PEF) 운용사 안팎에선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당장 돈이 되는 기업에 대한 투자 및 딜 소싱이 어려운 탓에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을 공격하는 방식의 딜 참여를 반기고 있는 하우스도 종종 있는 분위기입니다. 이에 반해 PEF의 책임론을 강조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신호탄을 쏘면서 시장 내에서 (지배구조 공격) 딜이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은 있다”며 “하우스마다의 성향이 달라서인지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평가가 좀 엇갈리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안정 지향적인 하우스는 몸을 사리는 반면 포트폴리오가 달라진다고 좋아하는 하우스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국내 최대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지목하면서도 추후 경영권 분쟁이 있을 만한 지배구조 취약 기업을 모색하는 분위기도 감지됐습니다. PEF 운용사 A 관계자는 “MBK파트너스 말고도 국내 토종 PE에서도 딜을 가리지 않고 경영권 분쟁 딜 참여 기회를 엿보고 있는 곳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PEF 운용사 B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있는 기업의 소식을 듣게 된다면 알려 달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토종 PEF의 경우 국내 기관 LP를 다수 보유하고 국내에서 주로 투자활동을 벌이고 있는 만큼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보이는 분위기입니다. 해당 딜이 해외 펀드레이징 시 펀드 포지셔닝(위치설정)을 할 수 있는 점 외에는 리스크만 안는 딜이라는 평가입니다. 대개 이런 딜은 경영권을 주도적으로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엔트리밸류(진입 가격)을 높게 형성할 수밖에 없어 수익성 자체도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C 관계자는 “기업이라고 불리는 '재벌'에 대한 도전으로 비춰질 수 있는 딜인데다 이들을 적으로 두게 될 수 있어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돈이 되는 딜도 아니다”라며 “해외에서 펀딩할 때 이른바 ‘스토리라인’을 구축할 수 있기에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D 관계자는 “우리 하우스와의 투자 원칙에 위반되는 딜”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외국계 PE 위주의 움직임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D 관계자는 "중국의 오이진(无锡, Wuxi)에서 펀드를 크게 했던 하우스나, 미국계의 경우 이런 스타일의 딜들을 하는 편"이라며 "MBK가 빗장을 열어줌으로써 앞으로 이들 PE가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를 공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홍콩의 힐하우스캐피탈, 중국계 사모펀드 PAG, 과거 베어링PEA였으나 현재 EQT와 같이 기라성 같은 외국계 PE 움직임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PEF 운용사로서의 책임론도 대두됩니다. 그간 국내 PEF 운용사들은 유망 기업이나 재무적인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한 투자로 회사의 성장을 돕는 협력자의 역할을 자처해 왔는데요. 국가 경제에 이바지해 왔던 역할에 맞게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E 관계자는 “투자할 때 수익성, 안정성뿐만 아니라 명분 및 공익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과거 강성부 펀드인 KCGI가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을 공격했을 당시에는 이미 땅콩 회항, 물컵 사건 등의 사건으로 회사 이미지 및 주가 등의 부문에서 기업가치 훼손이 명백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고려아연 같은 딜의 경우 어떤 명분과 공익성을 가지며, 국가 경제에 어떤 도움이 되는 건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