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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그룹의 맏형으로 통한다. 현대그룹의 중간 지주사로서 현대무벡스·현대아산·현대투자파트너스 등 대부분의 계열사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매출의 대부분도 현대엘리베이터에서 나오고 있다.
2대주주인 쉰들러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로 불안정했던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H&Q를 백기사로 맞아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수익성 개선세도 보이고 있는 데다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적인 행보도 보이고 있다. 다만 재무적 부담과 지배구조 관련 불확실성은 여전히 리스크로 남아 있다.
승강기 수요 꾸준…국내 점유율 1위 안정성·경쟁력 탄탄
현대엘리베이터는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 등을 생산하고 판매, 설치 및 유지보수를 하는 운반기계산업을 하고 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사업에서 전체 매출의 83%가 나온다. 현대아산, 현대엘앤알 등의 자회사를 통해 관광 숙박시설 운영업, 여행 및 건설업 등도 하고 있으나 비중은 미미한 편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이유는 시장 자체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쟁력은 시장 자체의 안정성에서 나온다. 한국은 높은 인구밀도로 고층빌딩이 밀집해 있어 신규 승강기 설치 수요와 승강기 유지관리 수요가 매우 큰 시장이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국내에 설치된 승강기 대수는 지난해 말 기준 84만대에 이른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4만대 이상의 승강기가 설치되고 있다.
주요 제품으로는 50층 이상의 초고속 엘리베이터(디엘, 디엘 듀오), 고속 엘리베이터(아이젤), 중저속 엘리베이터(루젠, 뉴와이저, 네오, 비발디), 특수 엘리베이터(전망용, 병원용, 선박용) 등이 있다. 국내외 초고층빌딩의 건축계획이 본격화됨에 따라 초고속 승강기 수요는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건물 및 엘리베이터의 노후화에 따라 승강기의 교체(리모델링) 및 유지보수 시장의 수요 증가도 전망된다.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 수요 역시 수도권 광역 전철망구축, 지방지하철(부산, 광주, 대구, 대전) 및 기존 서울지하철 환승 구간 증·개축 등으로 꾸준한 수요가 예상되는 영역이다.
현대엘리베이터 설립 이전 국내 승강기 시장은 해외 유명 엘리베이터 회사인 오티스엘리베이터, 티케이엘리베이터, 쉰들러엘리베이터 등이 시장을 선점해 왔다. 후발주자에 속했던 현대엘리베이터는 2007년 처음 오티스엘리베이터를 제치고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 지난해까지 설치실적 기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그룹 실적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둥이기도 하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개별 기준 1조8825억원의 매출과, 101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그룹 내 두 번째인 현대무벡스보다 10배 이상의 실적을 내고 있다. 같은 기간 현대무벡스는 2678억원 매출에 4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다른 계열사인 현대엘앤알, 현대아산 등은 지난해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를 내고 있다.
원자잿값 안정에…실적 개선세
현대엘리베이터는 H&Q가 주요 주주로 경영에 합류한 2023년 이래 실적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방산업인 건설 부동산 경기 둔화에도 원자재 가격 안정화와 리모델링의 꾸준한 수요가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연결 기준 2020년 1조8000억원대였던 매출은 지난해 2조6021억원으로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1500억원대에서 826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매출과 비례하지 못했다. 다만 전년 동기 대비 기준 92% 증가하며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원인은 원자재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매출액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하는 구조다. 이 가운데 주요 원재료로 꼽히는 강판(Steel Plate)의 가격이 2021년 말 1290원에서 지난해 890원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17%로 전년(2.02%)에 비해 소폭 올랐다.
올해는 실적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는 분위기다. 상반기 매출은 전년 1조2186억원에서 14% 증가한 1조4007억원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전년 362억원의 2배가 넘는 897억원을 기록했다. 현금흐름도 개선되고 있다. 올 상반기말 기준으로는 영업활동으로 약 960억원의 순현금이 유입됐다. 전년 동기 대비 125.35% 증가한 규모다.
재무활동현금흐름은 -1443억원으로 순유출을 보였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972억원 순유출 상태로 규모가 늘어났다.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은행에서 빌린 자금을 갚거나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이 늘어날 경우 감소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H&Q가 주주로 합류한 이후 이익배당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연결 순이익 대비 현금 배당성향은 45.28%로 최고치를 달성했다. 전년(25.39%)과 비교해 눈에 띄게 높아졌다.
H&Q 우군 확보 후 경영 안정...남은 과제는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에 따른 자금 소요로 재무 부담은 해결 과제로 꼽힌다. 그간 현대엘리베이터의 부채비율은 통상 안정적이라고 평가하는 수준인 150%대를 유지해왔다. 통상 안정적이라고 평가하는 기업의 부채비율 수준도 150% 정도인 만큼 양호한 부채비율을 보이는 편에 속했다.
그러나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 3월 1444억원의 결산배당 지급으로 자본비율이 축소되면서 부채비율이 196%까지 뛰어올랐다. 6월에도 542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결의했다. 다만, 2분기 부채비율은 전기 대비 소폭 감소한 177% 수준을 기록했다.
더욱이 실적 개선세가 온전히 이뤄지고 있다고는 어렵다고 보여지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6.75%를 기록했다. 8%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던 2020년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평가는 6월 보고서를 내고 현대엘리베이터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사업경쟁력 악화로 수익성이 저하된 데다 향후에도 배당금 지급에 따른 자금 소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신용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점을 감안해 현대엘리베이터가 단기간 내 차입 부담을 완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민수 연구원은 “지난해 건설부문 PF우발채무 현실화 영향 등으로 영업수익성이 낮은 수준을 지속했다”며 “국내 건설 경기 둔화에 따라 수주환경이 과거에 비해 비우호적인 상황으로 2020년 이전 수준의 수익성 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에 따른 배당성향(당기순이익의 50% 수준)을 감안할 때 채무상환능력이 과거에 비해 약화된 수준을 보일 전망”이러고 덧붙였다.
2대주주로서 경영권을 압박한 쉰들러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 하락이 진행되고 있으나 거버넌스(지배구조) 공격에도 안심하기 힘들다. 최대주주인 현대홀딩스컴퍼니가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비중이 19.3%에 그치기 때문이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지분율은 27.8% 수준이다.
쉰들러는 5월 기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0.68%를 보유하고 있다. 전년(16.49%) 대비로는 5.81%p 줄었고, 지난해 말 11.51% 대비로도 0.83%p 줄어들었다. 쉰들러는 지분율을 지난해 6월 15.95%로 줄인 것을 시작으로 이후 꾸준히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인 KCGI도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KCGI는 지난해 8월 현정은 회장의 사내이사 사임 요구 등의 내용을 담은 공개주주서한을 보내는 등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3월에는 현대엘리베이터 정기주주총회에서 재선임 이사 3인에 대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고 기보유 자기주식의 즉시 소각을 요구했다. KCGI는 계열사인 KCGI자산운용을 통해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2%를 보유하고 있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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