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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지난달 말 제출한 신주발행 증권신고서를 검토하던 금융감독원이 '다시 보라'며 이를 되돌려보냈다. 고려아연도 일찌감치 금감원의 규제 강화 위험을 감지하고 있었다. 최근 감독기관의 허들을 넘지 못해 증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그룹도 두산밥캣 상장폐지 시나리오를 자진철회한 바 있다.
금감원 허들 못 넘으면 무기한 연기
6일 금감원은 고려아연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달 30일 고려아연이 일반공모로 2조5000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려 하자 증권신고서를 심사해왔다. △증권신고서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증권신고서 중 중요 사항에 거짓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 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않은 경우△중요 사항의 기재나 표시 내용이 불분명한 경우 등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감독기관은 증권 발행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올해만 앞서 9개 기업(코스닥, 코스피 상장사)이 위에 기재된 세 가지 요건 중 하나에 해당돼 지적을 받았다. 이 가운데 6개 기업은 고려아연처럼 유상증자를 목적으로 신고서를 제출한 사례였다. 주주우선공모증자 방식으로 신주를 모집하려던 미래산업은 지난 8월 최초 제출한 신고서의 효력이 이달 중 발생할 예정이다.
금감원의 문턱을 넘지 못해 계획 자체가 무산된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5월 진원생명과학은 시설자금 마련을 위해 주주에게 우선 배정한 후 실권주를 일반주주에게 푸는 증자를 시도했다가 총 네 차례 반려됐다. 당시 진원생명과학은 주요 파이프라인 연구개발(R&D) 세부 현황 등을 추가했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과 주식교환 등으로 사업재편을 시도하다 금감원의 제동으로 한 발 물러나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특히 두산그룹의 사업재편은 자본시장법상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정서적 판단으로 막을 수 있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결국 금감원은 두산그룹이 제출한 신고서를 반려했다.
이런 선례가 있다 보니 시장도 예상했다는 분위기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양자가 경영권을 두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투는 상황에서 나온 유상증자라 여론이 심상치 않다"며 "금감원의 제동으로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기습 반려 사유…추진 사유·청약한도 등 문제
고려아연의 증권신고서는 오는 14일 효력이 발생할 예정이었다. 통상 효력발생일 직전 금감원의 심사 결과가 나오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일주일 앞당겨졌다. 기습적인 정정 요구에 고려아연 측은 "금감원이 지적한 내용을 면밀히 살펴 시장과 투자자의 오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달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주관을 맡은 미래에셋증권의 불공정행위가 없었는지 조사를 벌였다. 증권신고서 반려는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 신고서 반려 사유는 '내용 전반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특히 △추진 경위와 주관사의 실사 경과 △청약한도 제한 배경 등이 금감원에 눈에 띄었다.
현재 시장은 공개매수 직후 유상증자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자사주 공개매수 중 이사회가 유상증자를 검토했다면 공개매수신고서에 이 내용을 고지해야 한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미래에셋증권의 실사 기간에 대해서도 논란이 제기됐다.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실사 기간은 10월14일부터 10월29일으로 10월11일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고친 직후라 시장은 이를 문제 삼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신고서 기일은 착오"라며 "저금리 차입금을 확보하기 위해 증권사와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조달 방안을 검토한 것이 잘못 표기됐다"고 설명했다.
또 고려아연은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신주를 공모하면서 총공모 주식의 3%를 초과해 청약할 수 없도록 물량을 제한했다. 자본시장법에는 일반공모 증자 시 청약 한도에 대한 규정이 없어 청약물량에 제한을 둔 이유가 무엇인지 금감원이 따져 물을 것을 관측된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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