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기업은행장이 취임 1주년을 맞는 가운데 고금리 기조 속에 기업은행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1962년생인 김 행장은 기업은행에서만 30년 넘게 근무한 '기은맨'이다. 그런 만큼 취임 직후부터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정책금융 본연의 역할을 거듭 강조하면서 어려울 때 손 내미는 '금융 안전판'을 자처해왔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잡는 것이 기업은행에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다만 고금리·저성장이 지속되면서 건전성 관리 부분은 숙제로 남았다. 비은행부문 비중 확대 역시 IBK캐피탈 대표이사를 거친 김 행장의 또 다른 과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행장은 내달 3일자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김 행장 취임 전·후 실적을 보면,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1220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227억원)보다 2조원대를 더욱 여유있게 지켰다. 이같은 추세로라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이 전망된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올 연간 순이익으로 2조803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저성장 국면에서도 지난해 연간 거둬들인 순이익(2조7808억원)을 뛰어넘는 셈이다.
김 행장은 올 초 3년 만에 내부 출신 행장으로 취임하면서 조직 안정화를 꾀하는 한편 영업 현장에선 중소기업의 미래 성장잠재력 확충을 지원해달라고 당부해왔다.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신용등급이 낮아 자금조달이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김 행장은 취임 직후 첫 전국 영업점장 회의에서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정책금융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한다"며 "중소기업의 미래 성장잠재력 확충을 지원해 우리경제 도약의 불씨를 더 크게 키우는 것도 기업은행의 소임"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220조7000억원에서 올 3분기 말 231조7000억원으로 11조원(5%) 순증했다. 이로써 중기대출 시장 점유율은 23.2%로 여전히 1위를 수성 중이다.
이와 함께 김 행장은 글로벌 이익도 챙기고 있다. 올 들어 김 행장은 폴란드,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 출장을 이어가며 취임식때 제시했던 '글로벌 부문 이익 2025년까지 두 배 확대' 목표 달성을 위해 분주했다.
올해 실적이 기대되면서 주가도 순항하고 있다. 기업은행이 상장사인 만큼 주가 부양도 김 행장의 대표적인 경영 과제에 포함되는데, 기업은행 주가는 지난 13일 1만1890원에 거래를 마감하면서 연초대비 25.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수익률이 12.8%, 금융업종지수 수익률이 12%인 점을 고려하면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기업은행의 장기적 순항을 위해선 비은행 부문의 강화가 절실하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기업은행의 중기대출 부실화 우려가 발목을 잡아서다. 기업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지난해 말 0.85%에서 올 3분기 말 1.01%로 확대된 상태다.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의 NPL비율이 0.25%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이다. 기업은행의 총연체율도 지난해 말 0.32%에서 올 3분기 말 0.64%로 두 배 확대됐다. 경기가 어려워지자 중소기업들의 형편이 나빠진 영향이다.
기업은행이 중기 지원을 위해 발행하고 있는 중소기업금융채권 관리에도 고삐를 죄야 한다. 3분기 말 기준 기업은행이 발행한 중금채 잔액은 164조60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8% 늘었는데,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기업은행의 이자비용 부담도 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비은행 부문 비중은 후퇴 중이다. 내부거래제거 전 순이익 기준으로 IBK캐피탈·IBK투자증권·IBK연금보험·IBK저축은행·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 비중은 2021년 21.4%였지만, 지난해 17.2%로 내려온 뒤 올 3분기 누적 기준으론 16.8%까지 하락했다. 그만큼 은행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고, 은행의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의미다. 특히 IBK연금보험은 실적 역진세가 뚜렷하다.
김 행장은 기업은행 경영전략그룹 그룹장 겸 부행장을 거쳐 IBK캐피탈 대표이사, 기업은행 수석부행장을 지냈다. IBK캐피탈은 기업은행의 자회사 중 순이익 규모가 가장 큰 핵심 비은행 부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 행장의 남은 임기 동안 비은행 부문 비중 확대를 위해 인사와 경영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앞서 올해 하반기 인사에서도 김 행장의 '개혁' 스타일이 잘 드러난 바 있다. 신(新) 인사혁신 TF와 집행간부 및 본부장급 후보심사위원회를 설립해 총 1998명이 승진‧이동한 대규모 인사를 했다. 본부 부서장의 40% 이상을 교체하고, 신임 지점장을 과감하게 본부 부서장으로 배치한 인사였다.
김 행장은 평소에도 "기업은행이 금융지주는 아니지만, 자회사들 경영과 관련해 전체적인 지배구조 관점에서 이익의 은행 편중 현상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김 행장은 자회사별로 올해 경영실적을 보고받고 있다. 이를 종합적으로 취합해 새해 경영전략을 세울 계획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며, 내년 1월 인사가 끝난 뒤 대내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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