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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가 넥슨 본사(일본법인, 이하 넥슨)의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이 대표는 내년 3월 주주총회 및 이사회 절차를 거쳐 선임이 확정되면 넥슨코리아 신입사원으로 입사한지 20여년만에 본사 대표에 오르게 된다.
데이비드 리, 오웬 마호니 전 대표 등 재무전문가가 넥슨과 넥슨코리아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주목받았던 것과 달리 이 대표는 넥슨코리아에서 사업, 퍼블리싱, 게임 등 다양한 부문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그동안 재무통 대표들이 인수합병(M&A)과 일본 상장을 이끌며 지금의 넥슨의 성장을 이끌었다면 향후 이 대표 체제의 넥슨은 글로벌향 신작과 콘솔 게임 등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키우며 성장 전략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신입사원서 대표로, 위기 순간 빛난 리더십
넥슨은 지난달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를 넥슨 본사인 일본법인의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이 대표가 넥슨 대표로 내정된 데에는 넥슨이 2019년 매각 이슈와 게임 흥행 부진을 겪으며 위기 상황에 놓였을 때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 게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 대표 주도로 진행된 고강도 체질개선 이후 2020년 넥슨은 국내 게임사 최초로 연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이 대표는 2003년 넥슨코리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006년 퍼블리싱QM 팀장, 2010년 네오플 조종실(던전앤파이터·사이퍼즈) 실장, 2012년 피파실 실장, 2014년 사업본부 본부장, 2015년 사업총괄 부사장 등을 거쳤다. 2018년부터는 넥슨코리아 대표이사로 역임하며 입사 이후 대부분의 경력을 넥슨코리아를 통해 쌓았다.
그의 리더십은 취임 이듬해인 2019년 이후 빛을 발했다. 2019년은 창업자인 고(故) 김정주 회장이 시도한 넥슨 매각이 철회됐고 새로 출시한 게임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하면서 위기론이 불거졌다.
특히 넥슨이 5년 간 약 200억원을 투입한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이하 듀랑고)'가 국내외 지역에서 흥행에 실패하며 넥슨을 바라보는 내외부 시선이 나빠졌다.
결국 이 대표는 2019년 7월 말 넥슨코리아 사업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쇄신에 나섰다. 비슷한 시기 넥슨코리아 대표를 지냈던 박지원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GCOO)와 정상원 부사장이 연이어 퇴사하며 2년 차 신임 대표가 이끄는 체질개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이 대표는 그해 8월 열린 청소년코딩대회 'NYPC 토크콘서트' 무대 뒤에서 기자들을 만나 "넥슨이 국내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건 사실"이라며 "조직개편은 모두가 잘 되기 위해 진행하는 것으로 구조조정은 없다. 성과를 내는 차원에서 조금 더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해 사업부문 통합을 준비하고 있다"고 사업 조직개편 성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후 이 대표는 강도높은 체질개선을 진행했다. 개발 중인 프로젝트를 검토해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프로젝트 리뷰'와 함께 흥행 성과가 부진한 게임의 서비스를 다수 종료했다. 매년 참가한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의 불참을 선언한 것도 이 시기다. 또 네오플 산하 개발사 스튜디오 42가 해산됐고 8년 간 600억 원 이상을 투입한 띵소프트의 '페리아연대기' 또한 개발이 중단됐다.
개발 중단과 서비스 종료로 내부 반발 또한 거셌다. 당시 이 대표는 "신작의 성공이 절실하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준으로 개발작을 선별했다"며 내부 구성원을 설득했다.
이후 3개월 간 총 5개의 프로젝트가 드랍(개발 중단)되는 것으로 프로젝트 리뷰에서는 마무리됐다. 넥슨은 이 과정에서 모바일 게임 히트와 야생의 땅: 듀랑고, PC온라인 게임 니드포스피드 엣지, 배틀라이트, 어센던트 원, 아스텔리아 등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중단된 프로젝트 개발 인력의 거취에 대한 우려도 컸는데, 해당 인력 약 100여명은 다른 팀으로 전환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체질개선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넥슨 부활의 시작을 알린 건 2019년 11월 출시된 MMORPG 신작 'V4'다. V4는 구글플레이 매출 2위, 앱스토어 매출 1위에 오르며 흥행에 성공했다. 2020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는 대상(대통령상)을 비롯해 3관왕에 올랐고 그해 넥슨은 국내 게임사 최초로 연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넥슨이 매출 2조원 클럽에 진입한 직후 취임한 이 대표가 낸 수치적 성과다.
이후 넥슨의 질주는 계속됐다. 2021년 말에는 서브컬처(애니메이션 중심 게임) 블루아카이브를, 지난해 3월과 8월에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과 히트2를 출시했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대상)을 포함해 3종 게임 모두 2022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수상했다. 지난해 넥슨은 연결기준 연 매출액 3조3946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개발력을 다시 한 번 인정받은 해가 됐다. 넥슨코리아 독립조직인 민트로켓이 개발한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가 해외에서 크게 인정받았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낮에는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고, 밤에는 식당에서 초밥을 만들어 파는 게임으로 최근 뉴욕타임스, 파이낸셜타임스, 워싱턴포스트가 꼽은 '올해 베스트 게임'으로 선정됐다. 그 결과 넥슨은 올해 매출 4조원 달성을 앞두고 있다.
M&A·일본 상장 견인 전임 대표와의 차이점은
이 대표는 또 과거 대표적인 넥슨의 대표이사와 다른 이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데이비드 리 전 대표, 오웬 마호니 전 대표들은 재무통으로 CFO 등을 역임했다.
넥슨 설립 초기부터 M&A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김정주 회장은 재무전문가인 데이비드 리 전 대표, 오웬 마호니 대표 영입에 공을 들였다. 이후 김 회장은 이들과 굵직한 개발사 M&A와 넥슨의 일본 상장을 함께 이끌었다. 지금의 넥슨을 만든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서든어택도 김 회장이 개발사를 인수하며 확보한 IP(지식재산권)다.
넥슨 본사는 2011년 도쿄증권거래소 상장 이후 넥슨코리아에서 일본법인(현 넥슨)으로 변경됐다. 김 회장이 영입한 재무통 데이비드 리 전 대표와 오웬 마호니 대표 모두 변화와 성장의 시기 넥슨코리아와 넥슨 일본법인을 모두 거치며 김 회장과 함께 넥슨을 이끌었다.
미국 변호사 출신 재미교포 데이비드 리 전 대표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서 출신으로 2002년 여름 손 회장과 미팅한 김 회장과 처음 만났다. 그는 2003년 당시 넥슨의 일본 지사였던 일본법인의 대표로 취임하며 넥슨에 합류했다. 데이비드 리 전 대표는 또 넥슨의 CFO를 신설하기도 했다.
2004~2006년에는 넥슨 본사(현 넥슨코리아) 대표이사에 올랐다. 2004년 11월부터 2005년 6월까지는 서원일 전 대표와, 2005년 6월부터 2006년 10월부터는 김 회장과 공동대표를 지냈다.
특히 김 회장의 M&A 전략에는 데이비드 리 당시 넥슨 일본법인 대표를 빼놓을 수 없다. 넥슨은 2004년 개발사 위젯의 주식 전량인 6만4000주를 331억원에 취득하며 메이플스토리를 가져왔다.
이후 2005년부터 넥슨코리아가 메이플스토리 사업을 주도하며 외형을 키웠다. 이 시기 데이비드 리 전 대표가 넥슨코리아 공동대표를 맡은 것도 메이플스토리로 막대한 매출을 내며 규모를 키운 넥슨의 자금을 관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008년에는 3853억원을 들여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가 설립한 던전앤파이터의 개발사 네오플을 인수했다. 네오플은 2007년 매출 450억원을 기록한 개발사로, 네오플 인수를 위한 현금 조달에는 넥슨재팬이 주요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플스토리의 성공으로 당시에도 대형 게임사의 위치에 올랐던 넥슨은 네오플 인수 직후 던전앤파이터를 통해 퀀텀점프했다. 네오플은 2017년 연간 영업이익만 1조원을 넘기며 김 회장 M&A 성공 신화의 대표적인 예다.
이 외에도 넥슨은 온라인 FPS(1인칭슈팅게임) 서든어택 개발사 게임하이(현 넥슨지티)와 2018년 리니지 개발자 박용현 PD가 설립한 넷게임즈(현 넥슨게임즈)도 인수했다. 넷게임즈는 현재 넥슨이 서비스하고 있는 주요 IP 히트, V4, 블루아카이브 등을 개발한 곳이다.
데이비드 리 전 대표는 2008년 일신상의 이유로 넥슨을 떠났다. 하지만 그가 넥슨에서 김 회장과 진행한 M&A는 2011년 넥슨 상장의 근간이 됐다.
데이비드 리 전 대표의 바통을 이어받은 재무전문가는 오웬 마호니 대표다. 오웬 마호니 대표는 2000~2009년 일렉트로닉 아츠(EA) 사업 개발 담당 수석 부사장을 역임하는 등 이미 글로벌 게임사와 인연이 있었다.
그는 2010년 넥슨(현 넥슨코리아) CFO로 합류해 넥슨의 일본 상장을 주도했다. 오웬 마호니 대표는 넥슨 상장 이후 7000만주의 주식을 신규 발행해 1조3364억원(900억엔)의 자금을 조달했다. 2014년에는 넥슨(일본법인) 대표로 취임했다.
김 회장은 꾸준히 '한국의 디즈니'를 꿈꿔왔는데, 이 때문에 오웬 마호니는 넥슨의 미래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위한 자금 운영의 핵심 인사로 주목받았다. 실제 넥슨은 2020년 월트디즈니 출신 M&A 전문가로 알려진 케빈 메이어 전 틱톡 CEO(최고경영자)를 사외이사로 영입했고 당시 1조8000억원의 자금을 글로벌 IP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지난해 2월 김 회장이 사망한 이후 현재 넥슨 지주회사인 NXC의 이재교 대표가 넥슨의 투자 전략을 전반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그는 내년 넥슨 대표 임기를 마친 후 넥슨 이사회에 남아 고문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이제 업계는 재무전문가가 아닌 넥슨코리아에서 퍼블리싱, 게임, 사업 등 다양한 부문에서 경력을 쌓은 이 대표가 어떤 전략으로 넥슨을 이끌지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는 넥슨의 미래 먹거리 플랫폼인 콘솔 영역에서의 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최근 5년 간 넥슨의 연결 기준 모바일 게임 매출 비중을 22%에서 31%로 확대하는 등 모바일 플랫폼 시장 확대를 견인했다.
넥슨은 모바일 게임 최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데이브 더 다이버 등으로 콘솔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콘솔은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에 있는 만큼 넥슨의 전략에 있어 중요한 플랫폼이다.
이 대표 역시 "넥슨을 다음 세대로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며 넥슨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그는 내정 발표 당시 "넥슨은 현재 전례없는 성장성과 안정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조직이 안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성장을 위한 궤도에 오른 시점에 글로벌 대표이사라는 자리를 넘겨받았다. 좋은 성과를 내고있는 글로벌 타이틀의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글로벌 성공작이 될 신작 개발에 대한 투자를 통해 넥슨의 새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안신혜 기자 doubletap@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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