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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유통 강자 롯데그룹이 미래사업 무게추를 '화학'으로 옮기는 체질 개선에 한창이다. 롯데의 실질적인 캐시카우는 화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그룹 소속이던 롯데정밀화학(당시 삼성정밀화학)이 2016년 롯데로 넘어온 지 6년 만인 지난해 롯데그룹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낸 회사로 거듭난 게 대표 사례다.
이 중대한 시기 롯데는 이훈기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장(사장)을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대표 겸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로 발탁하며 새로운 리더십을 맞이했다. '화학공학과-호남석유화학' 정석 코스를 밟아온 이 사장은 롯데그룹의 화학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할 전망이다.
신동빈 회장 신임 받은 30년 '롯데맨'
이훈기 사장은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시절부터 지근거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보좌해온 대표 롯데맨이다.
1967년생인 이 사장은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호남석유화학 연구소 가공연구실에 입사했다. 신동빈 회장과의 인연은 이 시기 시작됐다. 당시 신 회장은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경영 수업을 받고 있었다. 이 사장은 1995년 신 회장이 호남석유화학에서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 함께 이동해 그룹 전반적인 전략기획 수립에 관여했다.
이 사장의 성과로는 빅딜 주도가 꼽힌다. 롯데케미칼은 IMF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았던 2003년 현대석유화학 대산공장 인수를 추진했다. 새롭게 재편되는 글로벌 화학 시장에 대비하기 위한 결정이다. 이듬해에는 KP케미칼을 인수하며 또 한 차례 사세를 확장했다. 불과 2년 만에 이뤄진 과감한 M&A를 통해 롯데케미칼은 현재와 같은 화학 사업의 근간을 갖추게 됐다. 당시 이 사장은 M&A 주선 핵심 멤버로 활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0년 롯데케미칼 타이탄 대표이사, 2014년 롯데케미칼 기획부문장, 2019년 롯데렌탈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꾸준히 경영 역량을 쌓았다. 2020년부터는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장을 맡아 미니스톱 인수, 와디즈 투자 등 굵직한 딜을 주도했다. 2022년에는 롯데헬스케어 초대 대표에 선임되기도 했다.
롯데 관계자는 "이 사장은 전략·기획·신사업 전문가"라며 "기존 사업의 역량 제고 및 사업 포트폴리오 완성을 통해 화학 계열사의 시장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최적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편중된 사업구조…포트폴리오 다각화 과제
이 사장은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배터리소재·수소에너지·리사이클 등 3대 신성장 투자에 본격 나설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정밀화학,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롯데엠시시 등을 종속 및 관계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케미칼 사업구조는 여전히 올레핀과 아로마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기초소재 분야에 편중됐다. 롯데케미칼이 경쟁사인 LG화학, 한화솔루션 등과 비교해 글로벌 석유화학 시황 영향을 많이 받는 까닭이다. LG화학은 배터리소재·바이오, 한화솔루션은 신재생 에너지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이 사장은 롯데케미칼 포트폴리오 다변화 중책을 맡게 된 셈이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2022년 이후 줄곧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의 공격적인 증설 영향으로 기초소재 부문 영업손실이 이어졌다. 올 3분기 영업이익 281억원을 기록하며 6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한 분기 만에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여기에 지난해 인수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동박 시장경쟁 심화와 재고부담 등으로 저조한 수익성을 이어갔다.
영업현금 창출 규모가 축소되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자금 소요가 발생하며 차입금 부담도 가중됐다. 롯데케미칼은 2021년 말까지 순현금 재무구조를 유지하는 등 차입 부담이 낮았다. 하지만 2022년 이후 올레핀 제품을 중심으로 영업손실이 지속되며 자체 현금창출력도 약해졌다. 이 가운데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 등 대규모 투자자금 소요가 발생했다. 그 결과 올 9월 말 기준 롯데케미칼 순차입금 규모는 4조9514억원으로 2021년 말 대비 5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롯데케미칼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약 4조원 수준의 설비 및 지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2017년부터 지난 5년 동안 자본적 지출 규모는 연평균 약 1조원이다. 중단기 이익창출력 저하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투자 부담은 과중하다.
한편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화학은 물론 배터리소재·수소에너지·리사이클 등을 통해 '2030년 매출 50조원' 달성을 선언했다. 롯데 관계자는 "전략과 기획 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이 사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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