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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가 경영' 깬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박병무 영입으로 노리는 것은?

어바웃 C/CEO

by Numbers 2023. 12. 14.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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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와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후보자(오른쪽). (사진=엔씨소프트)


변화를 향한 김택진 엔씨소프트(이하 엔씨) 대표의 의지는 강했다. 그의 의지는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의 엔씨 공동 대표이사 내정으로 다시 한 번 드러났다. 김 대표의 엔씨 단독 경영체제가 깨지는 것은 1998년 엔씨 창립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실적, 주가, 이용자들의 반응 모두 악화하는 위기 상황에서 외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독자 대표 체제에서 리니지 등 굵직한 게임을 발굴하며 엔씨를 국내 대형 게임사로 키운 김 대표와 전략 및 투자에 식견을 갖춘 전문 경영인 박 내정자 투톱체제의 시너지 효과가 어떻게 발휘될지 주목된다.  


창립 이래 첫 투톱 체제

 

엔씨는 지난 11일 VIG파트너스 대표를 공동 대표이사 후보자로 내정했다. 엔씨의 공동 대표 내정 소식에 업계는 주목했다. 엔씨는 지난 10월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경영 효율화 및 구조, 체계 변화를 위한 조직 변화경영위원회(이하 변화경영위)를 공식 출범한 바 있어 변화경영위를 주축으로 엔씨의 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난달 16일 오전 부산 벡스코 제 1 전시장에 마련된 엔씨소프트 부스를 찾아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안신혜 기자)


하지만 김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용자들과의 직접 소통을 위해 8년 만에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23'에 참가하고, 김 대표 역시 현장에 방문해 부스를 점검했다. 당시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로운 장르 개발을 향한)우리의 도전이 잘 보여졌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후 보인 김 대표의 행보가 공동 대표 체제 발표다. 박 내정자의 공식 선임 여부는 내년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 7일 신작 MMORPG '쓰론 앤 리버티(이하 TL)' 출시 이후 엔씨의 주가가 22만원대까지 하락하고 있어 지금이 경영 체제 변화 발표 시점의 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적의 경우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4231억원, 영업이익 165억원, 당기순이익 44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89%, 76% 감소한 수치다. 

박 내정자는 서울 대일고와 서울대를 졸업해 김 대표와 동문이다. 하버드 로스쿨, 1985년 사법연수원 15기 수료 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법조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플레너스 엔터테인먼트 대표, 뉴브리지캐피탈 코리아 사장, 하나로텔레콤 대표를 역임한 투자 전략 전문가다. 

엔씨에서는 2007년부터 사외이사로 선임됐으며 현재는 기타 비상무이사로서 전사 경영전반에 대한 업무를 맡고 있다. 엔씨의 올 3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엔씨는 비상무이사 선임 배경으로 박 내정자가 법률 및 투자 전문가로서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전문적 의견 제시 및 합리적 판단을 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후보자 내정은 김 대표가 엔씨의 오너가 중심 경영 기조를 깼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엔씨는 김 대표와 그의 배우자인 윤송이 엔씨 사장(CSO), 동생인 김택헌 엔씨 수석부사장(CPO·최고퍼블리싱책임자)이 경영의 핵심 책임자로 있어, 오너일가 중심 경영 구조와 관련해 비판받아 왔다. 

윤 사장과 김 수석부사장은 각각 차기 먹거리 지역인 북미 시장에서 엔씨 웨스트홀딩스(투자 부문)와 엔씨 아메리카의 수장을 맡고 있다. 김 수석부사장은 엔씨 아메리카와 함께 엔씨 재팬, 엔씨 타이완도 총괄하고 있다. 

변화경영위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했다. 변화경영위는 위원장인 구현범 엔씨 COO(최고운영책임자)를 필두로 김택헌 수석부사장, 김성룡 최고정보책임자(CIO),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재준 최고보좌관(COS) 등 기존 경영진인 C레벨 임원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이에 박 후보자를 내정하면서 김 대표가 직접 엔씨 경영진 구성원을 혁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외이사 출신 박병무, 내부 사정 밝은 외부 전문가

 

특히 박 내정자는 엔씨 경영에 있어 완전한 문외한은 아니다. 박 내정자는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로 있던 2007년 엔씨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2007년은 윤송이 사장이 사외이사 임기 만료된 시기이기도 하다. 
 

엔씨소프트 판교 R&D 센터.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회는 대표 선임과 신주 및 사채 발행, 영업보고서 승인, 업무감독권 행사 등 '회사 업무의 중요사항을 결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박 내정자는 안정성 비율, 수익성 비율 등 엔씨의 주요 경영지표와 자산 변동 내역 등 재무상태 및 영업실적, 유동성 및 자금조달, 투자의사결정 등을 맡은 책임자다. 엔씨가 박 내정자를 두고 회사의 경영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전문인으로 평가한 이유다. 

경영과 관련한 내용은 해외 법인 설립과 개발사 인수 및 계약 체결 등 주요 경영 사항으로 IP(지식재산권) 취득부터 북미법인인 엔씨 웨스트홀딩스 설립, 자회사 엔씨 트루(NC True)·넥스트플레이(Nextplay) 청산, 개발사 엔트리브소프트 인수 등 범위 또한 다양하다.

박 내정자는 또 엔씨 사외이사로서 보상위원회 구성원으로도 활동했다. 보상위원회는 NC보상제도 및 임원보상의 공정성, 전문성, 객관성 제고를 위한 곳이다. NC 보상철학 수립, 임원보상 검토 및 설계, 주식관련 보상 검토 및 설계, 직원 주요관련 주요사항에 대한 원칙 수립 등의 내용을 검토한다.

업계는 박 내정자가 향후 엔씨의 인수합병(M&A) 등 경영사항에 관여할 것으로 보고있다. 엔씨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2조3852억원의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현금성자산은 36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엔씨가 대규모 M&A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는 추측은 지속됐다. 엔씨 또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M&A에 관해서는 열려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홍원준 엔씨 CFO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M&A는 게임 및 비(非)게임 관련 분야에서 모두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소규모 M&A보다는 전략적으로 의미있는 M&A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도 검토 중인 대상이 있지만 회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엔씨는 박 내정자가 '컴퍼니 빌딩 전략' 실행 적임자로 봤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엔씨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이다. 

엔씨는 게임 개발 외에도 영상, 음성 등 AI(인공지능) 등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어, 이와 관련한 M&A 단행도 예상할 수 있다. 지난해 엔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엔씨는 모션 매칭 시스템(게임 엔진용), 메타휴먼 페이셜 애님 트랙 추출, 디지털 휴먼의 근육 시뮬레이션, 차세대 스캔방식 연구 등의 주제로 다수 R&D를 진행 중이다. 엔씨가 지난해 지출한 연구개발비용은 약 4700억원이다. 

한편 박 내정자가 내년 공동 대표 선임 이후 변화경영위에 합류할지는 미지수다. 변화경영위는 C레벨 임원 등 엔씨의 기존 경영진으로 구성됐지만, 김 대표가 제외됐다는 점을 볼 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엔씨 관계자는 <블로터>에 "박 내정자의 선임은 내년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통해 결정되는 만큼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며 "공동 대표의 역할 또한 아직 언급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안신혜 기자 doubletap@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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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C]'오너가 경영' 깬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박병무 영입으로 노리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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