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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생명보험 업계를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살펴봅니다.
생명보험 업계 1위 삼성생명이 신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역대 최저치의 지급여력비율(K-ICS)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삼성생명은 자본건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양호한 실적을 기반으로 20조원가량 쌓아놓은 이익잉여금이 이 같은 자신감의 근거로 분석된다.
27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잠정 K-ICS는 190~200% 수준이다. 분기 말 기준 최초로 200% 아래로 떨어졌으며, 지난해 2분기 223.5%를 기록한 후 내림세다. K-ICS는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비율이다. 금융당국은 이 비율을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K-ICS와 달리 이익잉여금은 지난해부터 우상향을 그려 올 3분기 19조355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직전분기보다 약 7000억원, 전년동기 대비 약 2조원 증가한 액수로 당기순이익이 지난해보다 약 40% 증가한 영향이다. 이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삼성생명의 건전성 위기가 기우라는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여전히 위험요소는 존재한다.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3분기 들어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부터 삼성생명의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20조원 중후반을 꾸준히 유지했지만 올 들어 감소세가 뚜렷하다. 3분기는 직전분기보다 약 7조원 급감한 15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3분기 들어 삼성전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해 이에 따른 평가익이 감소하고 금리인하까지 겹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요구자본의 구성요소인 시장위험액도 덩달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요구자본은 △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액 △일반손해보험위험액 △시장위험액 △신용위험액 △운영위험액 등 다섯 가지 기본요구자본과 기타요구자본을 합한 액수에서 법인세조정액을 차감해 산출한다. 삼성생명의 요구자본은 K-ICS가 정점을 찍은 지난해 2분기 이후 꾸준히 늘었다. 다른 위험액에 큰 변동이 없는 가운데 시장위험액은 지난해 20조원 초반에서 올해 25조원까지 크게 늘었다.
시장위험액은 시장 금리 변화에 따라 변동이 크다. 그만큼 삼성생명이 금리하락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은 약 3000억원, 교보생명은 4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일선 현장에서는 당국의 정책이 오히려 K-ICS 관리의 애로 사항이라고 토로한다. 삼성생명은 이와 관련해 중장기적으로 K-ICS 기준점을 180~190%로 낮춰 관리할 방침이다.
삼성생명 측은 "최종관찰만기 확대(20년에서 30년)와 부채할인율 현실화 방안(2027년까지 보험부채 할인율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고려해 선진 보험사보다 관리 기준을 낮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삼성생명은 자산-부채 변동성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FVOCI(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유가증권)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가 자본변동성을 축소하려면 FVOCI로 측정되는 금리부자산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 2분기까지 집계된 삼성생명의 FVOCI는 172조6717억원으로 전년동기(158조51억원) 대비 약 10% 증가했다. FVOCI는 사업모형이 계약상 현금흐름의 수취와 자산 매각 모두를 목적으로 하고, 자산의 계약상 현금흐름이 원금과 이자 지급만을 나타내야 한다. 장기투자 목적으로 보유하는 채무증권이 FVOCI로 인식된다.
삼성생명은 앞으로 K-ICS 관리를 위해 채권 다양화, 파생상품을 활용한 자산부채관리(ALM) 효율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요구자본 축소 방안으로 재보험 출재(재보험사에 보험 가입)도 고려하고 있다. 다만 후순위채를 포함한 자본성증권은 발행하지 않을 계획이다.
박준한 기자 bigstar102@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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