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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이 2조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을 앞두고 기로에 선 가운데 롯데지주가 소방수로 나섰다. 기한이익상실(EOD) 사태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자비용 5배 이상'을 계약서에서 지우는 대신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놓았다. 123층에 달하는 롯데월드타워는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30년 꿈'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의 마천루' 채무이행 담보로
롯데케미칼은 다음 달 19일 회사채 투자자와 최근 사채 관리계약 내용을 못 지킨 데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8~2023년 총 2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생하면서 투자자에 일정 수준의 재무비율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는 부채비율이 200%를 넘지 않고 EBITDA 규모가 이자 비용을 5배 이상 웃돌 것 등이 명시됐다. 결론적으로 롯데케미칼은 이자비용이 그해의 EBITDA 수준을 넘어서면서 제2호 조건을 위반했다.
롯데케미칼은 17일 사채권자집회에서 2호 조건 삭제에 동의해준다면 잔여기간과 관계없이 각 채권 투자자에 보유 사채 액면금액의 10bp(1bp=0.01%p)에 달하는 특별이자를 지급하겠다고 밝힐 예정이다.
재무비율 준수 사항 적용을 일시적으로 미루는 등 일정 기간 편의를 봐달라고 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롯데케미칼은 계약서에서 아예 이를 제외해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예상보다 강경한 조치로 채권단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롯데케미칼은 특별이자 외에 추가로 은행보증을 내걸었다. 신용보강을 위한 담보물은 롯데월드타워다. 그룹 차원에서 전방위 지원에 나선 것이다.
'한국의 마천루'로 불리는 롯데월드타워는 1987년 사업지 선정 이후 30년 만에 완공한 상징적인 자산이다. 채권단과의 원만한 협상을 위해 롯데그룹이 상당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시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채권 업계 관계자는 "어떤 회사도 보유현금의 대부분을 한 번에 소진하는 경우는 없다"며 "2조원 규모의 채권을 일시에 상환하는 것은 상당한 현금을 보유한 롯데케미칼이라도 부담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웨이버를 받는다 해도 업황 부진이 지속되는 한 재무비율을 재차 위반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때마다 웨이버를 받느냐, 상환하느냐 하는 기로에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롯데EM 인수금융 일부 갚는다
롯데케미칼은 회사채 EOD 선언을 막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 인수금융 일부를 상환하는 다각도의 재무개선 전략을 펼친다.
2023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딜은 그해 가장 큰 인수대금을 치른 사례에 오를 만큼 시장의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롯데케미칼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순자산 공정가치를 약 1조6500억원으로 평가했다. 롯데케미칼은 유망한 전기자동차 업황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해 일종의 웃돈 개념인 영업권 1조6583억원을 얹어 인수했다.
지분 53.30%를 취득한 대가는 총 2조7000억원이다. 자금조성 내역은 자기자금 1조4000억원, 차입금 1조3000억원 등이다. 자기자금 중에는 유상증자로 마련한 6000억원이 포함됐기 때문에 사실상 롯데케미칼은 인수대금의 30%만 부담한 셈이다. 1조3000억원은 길게는 오는 2028년까지 빌려 쓰는 조건으로 산업은행 등에서 차입했다. 대규모 차입으로 인수한 까닭에 일부에서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합병(M&A)을 현 EOD 사태의 트리거로 꼽았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금융은 CD금리(3개월)를 기준으로 1.85~2.60%의 가산금리가 붙는 형식이기 때문에 이자변동 위험이 있다. 비용 측면에서는 만기 때 즉시 상환하는 게 유리하다. 현재 CD금리가 3%대임을 감안하면 인수금융 연이자율은 5~6% 수준으로 추산된다.
롯데케미칼은 내년 3월 만기 도래하는 총 7000억원 규모의 차입금 상환을 검토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변제할 경우 연 400억원 안팎의 이자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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