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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제맥주 1호 상장사 제주맥주의 최대주주가 기존 자동차 부품사(더블에이치엠)에서 반도체 장비사(한울반도체)로 변경됐다. 올해만 두 번 바뀐 제주맥주의 주인이 모두 본업과는 연관성이 작은 기업이라는 점에서 사업 정상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당초 계획했던 400억원 규모 자금 조달마저 수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회사는 글로벌 F&B(식음료) 기업으로 도약하는 과정이라는 입장이나, 시장의 의구심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제주맥주는 회사의 최대주주가 더블에이치엠 외 1인에서 한울반도체로 변경됐다고 지난달 29일 공시했다. 반도체 검사장비를 주로 만드는 한울반도체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제주맥주 지분 24.2%(379만주)를 약 100억원에 취득했다.
계획된 최대주주 변경, 몇 번의 번복
올해 들어 제주맥주의 최대주주 변경은 이번이 두번째다. 앞서 지난 5월 13일 자동차부품사인 더블에이치엠이 제주맥주 창업주인 문혁기 당시 제주맥주 대표이사와 엠비에이치홀딩스(당시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지분 6.83%를 사들이며 최대주주 지위를 획득한 게 첫번째다.
제주맥주의 연이은 최대주주 교체는 예고된 상태였다. 최초 주식 양수도 계약 당시 제주맥주는 연내 제3자배정유상증자와 전환사채권(CB), 신주인수권부사채권(BW) 등 세 차례에 걸쳐 총 50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과정에서 신주를 인수한 주체로 최대주주 변경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지와이투자조합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유상증자(100억원·13.7%) 진행, 수옹투자조합 대상 CB(200억원·26.4%) 발행, 일두투자조합 대상 BW(200억원·26.4%) 발행 등이 자금 조달 계획의 근거였다. 납입 예정일은 각각 5월30일, 5월30일, 7월30일이었다. 예정대로라면 5월30일 제주맥주의 최대주주는 더블에이치엠에서 지와이투자조합으로 변경돼야 했다. 이후 내년 5월 수옹투자조합이 CB를 행사할 경우 최대주주가 또다시 바뀌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중 계획대로 진행된 투자는 전무하다. 100억원을 수혈한 이번 한울반도체의 제주맥주 지분 인수도 제3자배정 유상증자 일정이 6개월간 7번 변경된 끝에 성사된 계약이다. 배정 대상은 처음 지와이투자조합에서 코리아인베스트1호투자조합, 샤를고바조합1호를 거쳐 한울반도체로 바뀌었다.
나머지 CB와 BW의 상황 역시 다르지 않다. 두 사채의 납입일은 최초 5월30일과 7월30일이었지만 각각 이달 17일과 내년 1월24일로 밀린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CB 발행 대상은 수옹투자조합→태산투자조합→투에이치엔비투자조합으로, BW 발행 대상은 일두투자조합→빅브라더스1호조합→엑셀조합1호로 변경을 거듭했다. 그마저 CB의 경우 당초 2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조달 규모가 줄었다.
제주맥주, 사업 정상화 괜찮을까
문제는 자금 지원이 차질을 빚다 보니 제주맥주의 신사업 진출도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맥주는 3월 최대주주 변경을 예고하며 글로벌 F&B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일환으로 7월 냉동식품 제조·유통기업 에이지에프(AGF)의 상환전환우선주 17.4%를 80억원에 인수하는 딜을 추진했다. 에이지에프는 미국시장에 냉동김밥(바바김밥)을 수출하고 있는 올곧의 모회사다. 그러나 이마저 10월31일로 예정돼 있던 40억원 규모 2차 투자금 납입 기한을 오는 16일로 늦춘 상태다. 그간의 행보로 미뤄볼 때 일정 연기가 되풀이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제주맥주는 수익성과 재무 체력 개선이 절실하다. 2021년 수제맥주 1호 기업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래 흑자를 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연결기준 영업손실 규모는 △2021년 72억원 △2022년 116억원 △2023년 110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른 결손금은 6월 말 기준 896억원 수준으로, 자본금(297억원)이 자본총계(164억원)를 웃도는 부분자본잠식상태를 지속했다.
재무 여력이 악화하자 제주맥주는 8월 무상감자를 단행해 자본잠식 고리를 끊는 데 성공했다. 보통주 5주를 1주로 병합하는 구조로 자본금을 59억원까지 줄였다. 그러나 이는 감자 비율만큼 주주들이 주식 수를 잃는 데다, 향후 유상증자로 인한 주주들의 지분 희석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실제 제주맥주 주가는 감자를 위한 매매 정지 시점인 8월2일 직전까지 5거래일 연속 하락한 바 있다.
향후 최대주주가 영위하는 사업이 수제맥주를 포함한 식음료 사업과 거리가 멀다는 점도 시장의 우려를 더하는 대목이다. 자동차 부품을 판매하던 기존 더블에이치엠에 이어 반도체 검사장비를 제조하는 한울반도체가 어떤 연유로 제주맥주 지분을 매입했는지 그 의도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양측 연결고리가 부족하니 자금이 유입되더라도 불확실성이 덩달아 높아진다“며 “사업적 시너지는 둘째치고, 소액주주로선 답답할 노릇”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올해 3분기 누적 손실을 30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개선했다는 점, 한울반도체가 책임경영을 약속했다는 점은 위안이다. 한울반도체는 지분 인수와 함께 이사회를 열어 제주맥주 사내이사·사외이사직에 주요 경영진을 앉혔다. 이창환(사내이사) 한울반도체 경영전략실장과 김구경주(사외이사) 전 한울반도체 사내이사가 제주맥주 이사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우선 고무적인 건 자금 지원을 받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라며 “6개월 이상 유상증자 납입이 지연될 경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지만, (한울반도체의 투자로) 이 리스크를 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가총액이 400억원인 제주맥주에 100억원 규모의 큰 자금이 일시에 들어왔다는 측면에서 향후 경영상 의심의 폭을 줄이고, 신사업 등의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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