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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내부통제를 지휘할 8대 지주 이사회 조직을 톺아봅니다.
금융당국의 '책무구조도' 시행으로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의 최고경영자(CEO)를 향한 견제‧감시 기능이 강화될 전망이다. 지난 7월 지배구조법 개정 이후, 책무구조도를 작성하고 내부통제를 총감독하는 CEO에 대한 감시 의무가 이사회 의장의 '책무'로 주어지면서다.
"홈런타자보다 롱런 타자" 우리금융 이사회 '중심추'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대표이사를 지냈던 정찬형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이 재조명되고 있다. 정 의장은 5개 과점주주 중 한국투자증권이 추천한 인사로, 우리금융의 지주사 재출범 원년의 사외이사로 알려져 있다. 정 의장은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후 올해까지 4연임에 성공했다. 이보다 1년 앞선 2018년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먼저 우리금융과 인연을 맺었고, 현재 우리은행 사외이사도 겸하고 있다.
가장 오랜 기간 우리금융 이사회를 지킨 만큼 '책임감'이 그를 나타내는 키워드다. 실제 정 의장은 우리금융에 대한 의결권 있는 주식을 1만532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임 회장(1만주)보다 많은 보유량이다. 5년이 넘는 재임 기간 감사위원회 위원장직(2019년1월11일~2023년3월24일)을 역임하며, 우리금융의 조직문화와 경영 현안에 누구보다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정 의장은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으로도 회자된다. 그는 1981년 한국투자신탁운용에 사원으로 입사해 2014년 12월 부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까지 34년간 근속하며 한투운용의 40년 역사를 오롯이 함께했다. 이직이 잦고 은퇴 연령이 낮은 여의도 금융권에서 한투운용 사장으로만 8년간 재직하며 한투운용 역사상 처음으로 △1조 펀드 △연기금풀 △대체투자 등 3대 과업을 이뤘다. 특히 연기금 투자풀 주관 운용사 선정으로 삼성자산운용의 독주를 막아설 수 있었다.
정 의장은 과거 대표 시절 '한 방을 노리는 홈런타자보다 꾸준히 롱런하는 3할대 타자가 되자'는 철학을 강조했다. 신년사에서는 "요행을 바라거나 지름길을 찾지 말고 정도(正道)를 걸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그만큼 정 의장은 편법을 지양하는 우직한 금융맨으로 손꼽혔다.
정 의장을 나타내는 또 다른 키워드는 균형과 부드러움이다. 우리금융의 지난 반기보고서에서는 "기업 경영인으로서 오랜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금융업 전반에 대한 높은 지식과 업무 이해도가 탁월하며 경영 현안 관련 이슈 및 의사결정이 특정 관점에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의견을 제시하는 등 그룹 재무 및 감사 관련 논의에 크게 기여했다"며 "이사회 부의 안건에 대한 세심한 사전 검토를 통해 적극적 의견을 제시하는 등 책임감 있는 모습을 선보이며 사외이사직을 충실히 수행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사외이사 연임 배경을 밝혔다.
이런 균형감은 과점주주 지배구조의 단점을 상쇄할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업계 전 고위관계자는 우리금융 과점주주 구조에 대해 "경영에 참여하는 처지가 다른 여러 과점주주 간 이해가 충돌하거나 의견이 맞지 않으면 실행력이 떨어지고 효과적인 전략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 특수한 구조에서 기대했던 집단지성의 성공 전략은 가능성이 아주 낮은 '가설'로 끝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정 의장이 우리금융의 '중심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과점주주사와 사외이사는 △한투증권(3.92%, 정찬형)을 비롯해 △키움증권(3.78%, 윤수영) △푸본생명(3.97%, 윤인섭) △유진PE(4%, 신요한) △IMM PE(3.87%, 지성배) 등 5곳으로 구성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쪽에 대한 전문지식뿐 아니라 윤리적인 부분에서도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무 경험도 많고 성격적으로도 부드러운 분으로 어느 한쪽의 의견만을 고집하지 않고 균형 있게 결론을 도출한다"고 말했다.
한편, '과점주주 지배구조'는 회사 지분을 3~4%씩 보유한 사기업 5곳이 의사권을 행사하는 우리금융의 독특한 의사 결정 방식이다. 의사권은 이들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수행하는데, 이 제도는 '집단지성'을 통한 합리적 경영이라는 기대와 동시에 주주 간 '이해충돌'로 인한 경영의 비효율성이 제기돼왔다.
우리금융 이사회 주도 '내부통제위원회' 신설
올 6월 말 기준 우리금융 이사회 인원은 총 8명이다. 지난 3월 개최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 의장(4연임)을 비롯해 윤인섭‧신요환(재임) 이사가 연임됐고, 이은주‧박선영 이사는 신규 선임됐다. '2+1'체제에 따라 윤수영‧지성배 사외이사와 사내이사인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지난해 신규 선임으로 2년째 임기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감사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보상위원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ESG경영위원회 총 6개 상설운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내부통제를 전담할 '내부통제위원회'의 추가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이 올 7월 지배구조법 개정 이후 책무구조도 도입과 함께 사외이사를 위원장(절반 이상의 사외이사로 구성)으로 하는 별도의 위원회를 마련하도록 권고했기 때문이다. 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은행 및 금융지주는 개정법 시행 이후 최초로 소집되는 주주총회일까지 내부통제위원회 신설을 마무리해야 한다. KB금융이 신설을 확정했고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은 신설 여부를 논의 중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할 예정"이라며 "현재까지는 감사위원회에서 내부통제 역할을 전담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최주연 기자 prota@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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