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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라는 왕관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룹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고 이를 실현할 조직을 갖춰야 이를 견딜 수 있다. 더 높은 자리로 오르기 위해서는 사고(思考)의 크기와 실행력도 필요하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은 최근 30대기업 총수에 올랐다. 이후 4년 만에 49위였던 그룹의 위치가 수직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두각을 보인 새 인물은 안종선 사장과 서정호 부사장이다. 이들은 1969년생, 유학파, 두산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조 회장 취임 이후 영입한 1·2호 인재다.
돌이켜보면 두 인재 영입은 조 회장의 청사진에 맞춘 계산된 행보였다. 두산에서 글로벌 경영·영업 경험을 갖춘 안 사장에게는 경영을, 기술·전략·인수합병(M&A) 경력을 쌓은 서 부사장에게는 그룹의 방향성을 맡겼다. 그룹이 나아갈 목표를 예고했던 셈이다.
안종선 대표, '사업형 지주사' 정착 공신…본업 경쟁력 강화
조 회장은 총수에 오르기 전부터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테크놀로지)의 자동차 이차배터리(납축전지) 사업 혁신이 시급하다고 봤다. 고성능 프리미엄 AGM(Advanced Maintenance Free) 배터리 비중 확대, 자체 프리미엄 브랜드 론칭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낙점한 인물이 안 대표다. 한국앤컴퍼니가 배터리 제조사 '한국아트라스비엑스'를 합병하는 시점에 맞춰 지주사 대표에 선임했다. 조 회장은 삼성전자, 맥킨지, 두산인프라코어(COO)에서 안 대표가 쌓은 경력을 높이 샀다.
안 대표는 특히 에너지솔루션(ES)사업본부에 집중해 '한국 AGM' 배터리 브랜드 론칭의 실무를 맡았다. 그는 배터리 상품군을 △프리미엄(AGM) △보급형가성비(MF) 제품으로 이원화하는 데 성공해 한국앤컴퍼니 실적을 비약적으로 개선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1조935억원으로 조 회장의 지주체제 첫해(2021년, 7123억원)보다 53.5% 급증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첫해 1012억원(1~3분기 누적)이었던 미국 이차전지 매출은 올해 2241억원으로 121.4% 증가했다. 완성차 제조사와 협력을 강화하는 한국타이어의 경영전략을 이차전지에 적용한 것이 유효했다. 2021년 5.2%에 불과했던 신차타이어(OE) 비중은 지난해 37%로 확대됐다.
실적개선은 '사업형지주사' 체제 확립의 기반이 됐다. 이달 1일부터는 그룹의 본업인 한국타이어 공동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한온시스템 M&A를 지원하고 그룹의 새로운 토대를 쌓는 것이 그의 새 업무다.
서정호 부사장, 그룹 '전략통'…M&A 운전대 맡겨
서 부사장은 미래전략실에서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업무를 맡았다. 조 회장의 비전인 '종합자동차부품사 도약'을 실현해야 하는 중책이다. 그룹의 보폭을 넓히는 것은 물론 기존 주력사업(타이어, 배터리)과의 시너지도 모색해야 한다.
그의 첫 M&A 성과는 캐나다에서 나왔다. 초소형정밀기계(MEMS) 기업인 프리사이슬리 지분 59.19%를 인수했다.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인 라이다의 원천기술을 확보하며 미래차 부품 양산의 길을 텄다.
조 회장이 10년간 공들여온 한온시스템 M&A에서는 그의 복심(腹心)이 됐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열관리 부문 글로벌 시장 점유율 2위 기업으로 인수에만 총 1조8277억원이 투입됐다. 최근 2~3년 한온시스템 이사진 15명 중 한국앤컴퍼니 인사는 서정호 미래전략실장이 유일했다.
M&A 성사로 배터리, 타이어에 한정됐던 사업 영역은 △히트펌프 △에어컨 △레인쿨링(PTC) △압축기 등 신차용 부품으로 확대됐다. 그룹 자산총액은 26조원으로 늘어났고, 조 회장은 단숨에 30대그룹 총수에 올랐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조 회장은 현업 시절부터 그룹의 밑그림을 그리고 시행할 방안을 준비했다"며 "특히 인재 영입과 신사업 부문은 직접 대상을 선정하고 대화하며 신중한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김덕호 기자 pad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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