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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인조이스튜디오 대표이사가 크래프톤 입사 10년 만에 신설법인 수장에 올랐다. 보다 독립적인 환경에서 강점을 발휘하며 크래프톤에서의 첫 게임 실패를 만회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신작 흥행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도 기대된다. 장병규 의장의 전폭적인 신뢰와 파격적인 보상책이 성과를 내는 단계에 돌입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자사주 보유비, 장병규 의장·김정훈 대표와 '빅3'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 대표는 계열사 임원으로 크래프톤의 특수관계인 명단에 포함됐다. 보유 지분은 71만60주로 발행주식 총수의 1.48%에 해당한다. 지분가치는 그가 대표에 오른 지난 2일 종가 기준으로 약 2325억원이다.
김 대표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117만5000주를 두 차례에 걸쳐 행사하면서 크래프톤 주식을 소유하게 됐다. 매수자금은 총 5억5800만원이다. 2019년에 18만2000주(액면분할 전)를 행사해 2.26%를 획득했고, 2022년에 나머지 10만주를 추가로 행사했다. 현재 보유한 스톡옵션은 없다.
김 대표는 자사주를 2번 매각했다. 크래프톤 상장 전에 4만주를 처분했으며, 2021년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10만주를 구주매출로 정리했다. 당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이사의 매출증권 수는 14만주, 조두인 블루홀스튜디오 대표는 2만1000주다. 공시에 따르면 이달 9일 기준 김 대표의 크래프톤 지분율은 △장병규 의장(14.89%) △본엔젤파트너스(1.97%) △김정훈 라이징윙스 대표 (1.76%) 다음인 4위를 기록했다.
IPO 앞두고 공중전투 '엘리온' 저조한 성적표
1974년생인 김 대표는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엔씨소프트에서 ‘아이온’ 아트디렉터와 개발실장을 거쳐 상무에 오른 ‘게임통’이다. 크래프톤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14년이다. 이때 크래프톤의 전신인 블루홀로 이직했다. 김 대표가 스톡옵션을 받은 시기는 입사 3·4년차인 2016년과 2017년이다. 김 대표가 김창한 대표, 조 대표와 함께 크래프톤 설립 공신이자 핵심 임원진으로 꼽힌다는 점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김 대표가 크래프톤에서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게임은 공중전투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에어(A:IR)’다. 이미 아이온에서 하늘에 대한 게임을 맡은 이력이 있는 만큼 크래프톤 산하 블루홀스튜디오 개발총괄로서 장점과 경험을 살려 팀을 진두지휘했다.
그러나 성적은 좋지 않았다. 두 차례 진행된 비공개베타테스트(CBT)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게임명을 '엘리온'으로 변경하고 전투 시스템을 손보는 등 대대적인 콘텐츠 개편에 나섰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엘리온은 결국 2023년 3월3일 0시에 종료됐다.
당시 크래프톤은 IPO를 앞두고 있어 기업가치 상승이 절실했다. 핵심 지식재산권(IP)인 ‘배틀그라운드’를 잇는 흥행작이 나와 성장형 수익구조를 증명해야 했다. 실제로 크래프톤은 IPO 당시 '배그' 단일 의존도가 높은 점이 리스크로 꼽혔다.
절치부심 '인조이', 실적 향상 가능성 높아
김 대표는 2021년 크래프톤 IPO로 493억원의 현금을 쥐며 세간의 이목을 끈 한편 또다시 ‘제2의 배그’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김 대표는 ‘프로젝트 블루’를 맡아 신작 개발에 몰두했다. 새로운 장르인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가 여기서 탄생했다.
내년 3월 얼리액세스 출시를 앞둔 '인조이'는 이용자가 신이 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삶의 모든 것을 창조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경험한다. 지난해 '인조이'는 ‘지스타 2023’에서 크래프톤의 신작 ‘다크앤다커 모바일’과 함께 큰 호응을 얻으며 글로벌 기대작으로 부상했다. 특히 소규모언어모델(SLM)을 활용한 챗봇 기능과 3D프린터 등 크래프톤의 인공지능(AI) 기술이 집약된 새로운 장르가 주목된다.
올 2월 김 대표는 크래프톤의 신규 법인인 인조이스튜디오 수장을 맡아 독립된 환경에서 '인조이' 개발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인조이'의 내년 PC 매출이 전년 대비 30%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며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단일 게임 의존도의 리스크를 줄이며 기업가치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11일 보고서에서 “크래프톤은 오래 전부터 단일 IP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멀티스튜디오, AI, 권역 확대 등 다양한 성장경로를 마련했다”며 “AI 소프트웨어(SW) 기술력도 국내 AI SW 업계에서 최고 수준이며 소형언어모델(sLLM) 온디바이스 적용 등의 청사진도 명확하다”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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