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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금융그룹이 MG손해보험과 한양증권 인수전에서 각각 주요 플레이어로 이름을 올렸지만 접근방식에 차별화를 두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에 영위하고 있던 손보업과 증권업에서의 인수합병(M&A) 셈법을 다르게 적용한 것으로 풀이되면서다. 메리츠금융은 MG손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돼 직접 인수에 나선 반면 한양증권 인수전에서는 우협에 선정된 KCGI컨소시엄에 투자확약서(LOC)를 제공하는 형태로 뛰어들었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KCGI컨소시엄은 한양증권 인수를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아직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은 금융위원회가 접수를 받으면 금융감독원에 심사를 위탁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KCGI가 한양증권 인수를 위해 OK금융그룹과 메리츠금융을 컨소시엄에 합류시키면서 출자 구성과 최종 형태에 따라 금융당국의 심사 형태가 달라지게 되기 때문에 지속 논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 고위 관계자는 <블로터>에 "아직 KCGI컨소시엄이 한양증권 인수를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며 "KCGI컨소시엄과 사전 실무협의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공식적으로 확정되지도 않았고 접수받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에서 거론되는 OK금융-메리츠금융-KCGI 모두 들여다 볼 예정인지 여부는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메리츠금융은 KCGI컨소시엄에 한양증권 인수 시 1040억원의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LOC 제공에 나선 상태다. OK금융도 1000억원가량 출자하기로 했다.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는 메리츠금융과 OK금융을 출자자(LP)로 확보해 한양증권 인수를 위한 본계약(SPA)을 지난 9월 체결했다.
그동안 메리츠금융은 급전이 필요한 기업들에게 높은 이율로 자금 지원사격에 나서며 고수익을 올려왔다. 실제로 2022년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롯데건설에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면서 수수료를 포함해 13%에 달하는 이자를 받았다. M캐피탈에는 연 9%대에 2800억원을, 폴라리스쉬핑 모회사 폴라E&M에는 12.5%에 3400억원의 대출을 해주기도 했다. 최근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고려아연에는 1조원 규모 사모사채를 인수해주면서 만기 1년에 6.5% 금리를 제시했다.
전례를 보면 메리츠금융은 이번 KCGI 측에도 높은 이율의 조건으로 LOC를 제공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KCGI 측이 우협으로 선정된 직후부터 SPA 체결에 이르기까지 한 달여 동안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SI)를 가리지 않고 출자자(LP) 모집을 전방위로 나서는 등 급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한양증권 몸 값으로 책정된 2204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1040억원을 메리츠금융이 담당하기로 밝혀지면서 KCGI는 한양증권 인수를 위한 급전이 필요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메리츠 측은 "KCGI컨소시엄에 LOC 제공과 관련된 금리 조건 등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KCGI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신청 시기는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며 "LP와 자금조달 등과 관련된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일체 말씀을 드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반면 MG손보 인수전에서 메리츠금융은 우협으로 선정돼 2014년 아이엠투자증권 인수 후 10년 만에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도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실리를 챙기는 모습이다.
MG손보는 2022년 금융위가 부실 금융회사로 지정하면서 매각 절차가 시작됐지만 4차례 유찰됐었다. 이후 P&A 방식을 통한 인수가 가능해지면서 메리츠가 뛰어들었다. P&A 방식은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과 부채 중 일부만 선별적으로 인수할 수 있다. 일반적인 M&A와 달리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 여기에 매각 주체인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약 5000억원의 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다.
이처럼 메리츠금융이 증권업과 손보업에서 각각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배경으로 김용범 부회장의 M&A 철학에 기반했다는 평이 나온다. 김 부회장은 지난달 콘퍼런스 콜에서도 단순 외형 확대보다는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지에 주안점을 두고 판단하기 때문에 주당 이익 증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김 부회장은 "MG손보 외에도 국내외 모든 딜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주당 이익을 증가시키고 주주 이익에 부합할 경우에 한해 완주할 것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딜의 매력도를 평가할 때 가격이 적절한지, 사업을 이끌 인재가 확보돼 있는지, 리스크가 감내 범위에 있는지를 중요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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