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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 에이프로젠 회장과 원영식 전 초록뱀 그룹 회장이 다시 한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과거 나라KIC(현 에이프로젠) 인수 과정에서 각각 수익을 거뒀던 경험이 있다. 이번 지오릿에너지 인수합병(M&A)에서 또다시 유사한 교차점을 형성했다. 초록뱀 그룹의 대규모 메자닌 투자와 에이프로젠의 경영권 확보 행보가 맞물리면서 양측의 전략적 움직임은 시장에 새로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에이프로젠 7년 전 M&A, 낯익은 투자자들
에이프로젠이 지금의 토대를 다지기 시작한 건 2017년 11월이다. 플랜트 설비 제조업체였던 나라케이아이씨(현 에이프로젠)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추진하겠다며 6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당시 회사는 상장주식수(1692만6996주)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신주(3100만7752주)가 발행했다. 유증 이후 김재섭 에이프로젠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지베이스가 새롭게 최대주주 자리를 꿰찼다.
지베이스는 나라케이아이씨의 기존 최대주주 나라에이스홀딩스가 가진 구주는 인수하지 않고 오로지 신주만 확보했다. 대신 나라에이스홀딩스이 갖고 있던 지분은 △제네시스1호조합 △제네시스2호조합 △제너시스3호조합 △블라썸1호조합 △블라썸2호조합 △그로우스앤밸류3호투자조합 △WJ컨소시엄1호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이 500억원에 매입했다.
지베이스가 인수한 신주는 주당 1935원이었으며, FI들이 사들인 구주는 주당 6487원이었다. 기존 최대주주가 다소 높은 프리미엄을 매겨 지분을 정리하는 대신 새로운 최대주주는 저렴한 신주를 매입해 강한 지배력을 확보하는 구조로 볼 수 있다.
나라케이아이씨는 김 회장의 손에 들어가면서 전혀 다른 회사가 됐다. 가장 먼저 진행한 주주총회에서 대대적인 경영진 교체가 이뤄졌다. 김 회장과 새로운 경영진은 임상 시험 관련사업과 수탁기관 시험·연구대행업,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업 등 4개의 사업목적을 정관에 추가하고 사명을 에이프로젠KIC로 바꿨다. 기존 플랜트사업부에 있던 직원은 1분기 만에 37명에서 15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경영권 변동과 함께 자금 거래도 진행했다. 이전 오너인 나라에이스홀딩스는 2017년 11월9일 7곳의 투자조합과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다. SPA 체결 바로 다음 날(2017년 11월10일) 지베이스 대상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발표했으며 후속 자금조달로 보이는 500억원 규모의 8회차 전환사채(CB)발행도 결정했다. SPA와 유상증자, CB 발행 모두 같은 날 결정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때 8회차 CB를 단독으로 사들인 인수주체가 바로 원영식 전 회장이다. 원 전 회장은 ‘우델리티 투자조합’과 ‘오크트리 투자조합’이라는 두 곳의 투자조합을 활용해 각각 250억원씩 총 500억원을 투자했다. CB의 전환가능 주식수는 2302만257주로 유상증자 전 상장주식수 대비 136%에 달한다. 나라에이스홀딩스의 매각 지분(770만7278주)보다 세 배 많은 물량이다.
8회차 CB, 원영식 전 회장의 투자조합 '꽃놀이패'
8회차 CB는 초록뱀 그룹의 꽃놀이패를 맡았다. 우델리티·오크트리 투자조합은 당시 초록뱀 그룹 산하의 더블유투자금융이 갖고 있었다. 하지만 두 투자조합은 2018년 1월29일 KB금융에게 8회차 CB를 전량 매도했고, 같은 해 10월12일 다시 KB금융으로부터 가져왔다. 또 우델리티 투자조합은 230만2025주의 CB를 초록뱀미디어에게 넘겼다.
이런 가운데 우델리티 투자조합은 더블유투자금융이 아닌 원 전 회장의 아내 강수진씨가 대표자인 밸류애드파트너스 산하로 들어갔다. 오크트리 투자조합은 원 전 회장의 가족회사이자 초록뱀 그룹 지배구조상 정점에 있던 오션인더블유에 편입됐다. 8회차 CB 보유자는 오크트리 투자조합(1151만128주), 우델리티 투자조합(920만8103주), 초록뱀미디어(230만2025만주)로 분할됐다.
8회차 CB의 전환가액은 2172원으로 발행부터 매각, 재인수 과정에서 일정한 금액을 유지했다. 하지만 에이프로젠KIC의 주가는 변동성을 보였다. 주가는 처음 M&A 소식이 발표됐던 2017년 11월9일 종가 기준 2380원이었으나, 이후 10일 만에 1만원대로 치솟았고 1만3000원으로 그해 장을 마감했다.
이듬해 CB 재매입 당시 주가는 8690원(2018년 10월12일 종가)이었다. 당시 금융당국이 메자닌의 상향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을 의무화하기 전이었기에 주가가 아무리 상승해도 전환가액은 상향 조정되지 않았다.
이후 8회차 CB는 대부분 빠르게 주식을 전환돼 수익을 안겼다. 물량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조합과 초록뱀미디어는 2019년 1월부터 3월까지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CB를 의결권 있는 주식으로 바꾸고 장내·장외에서 팔아치웠다. 일부 CB는 전환하지 않고 제3의 투자자에게 넘겼지만 대부분 주식으로 전환하고 매각해 차익을 남겼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에이프로젠 M&A를 놓고 김 회장과 원 전 회장이 사실상 협력 관계를 가진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M&A 과정에서 CB 발행이 함께 이뤄졌다는 점 △M&A에 원 전 회장의 투자조합이 동원됐다는 점 △매각되는 구주보다 CB 발행 규모가 크다는 점 등이 근거로 나온다. 현재 지오릿에너지 M&A와의 유사성도 거론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김 회장이 에이프로젠을 인수하고, 원 전 회장이 FI로 지원했던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김 회장은 바이오를 잘 알고, 원 전 회장은 시장을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단순한 사업 확장 이상의 협력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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