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재벌가 승계 방정식] ‘3세 승계’ 밑그림 20년, 완성된 삼형제 기반 | 한화①

Numbers_ 2024. 12. 2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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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승계 방정식] ‘3세 승계’ 밑그림 20년, 완성된 삼형제 기반 | 한화①

한화그룹이 김동관‧김동선‧김동원 등 오너3세 경영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3형제가 소유한 한화에너지는 최근 ㈜한화의 지분을 크게 늘렸고 이를 통해 오너3세→한화에너지→한화→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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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진화 기자


한화그룹이 김동관‧김동선‧김동원 등 오너3세 경영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3형제가 소유한 한화에너지는 최근 ㈜한화의 지분을 크게 늘렸고 이를 통해 오너3세→한화에너지→한화→그룹 계열사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었다. 지배구조 개편은 표면적으로 올해 급격히 속도를 낸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기반은 20년 전 한화에너지의 전신인 한화에스앤씨로부터 시작됐다.


한화에너지, M&A 통해 자산 13조원 에너지 기업으로


한화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승계 밑그림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화에너지의 전신은 한화에스앤씨로 2001년 4월 ㈜한화 정보부문을 분사해 설립됐다. 출범 당시 자본금은 30억원으로 ㈜한화 66.67%(40만주), 김승연 회장 33.33%(20만주) 등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2005년 6월 ㈜한화는 보유중인 40만주를 주당 5100원(20억4000만원)에 김동관 부회장에게 매각했다. 김 회장은 보유 주식 20만주를 김동선‧김동원에게 각각 10억원에 절반씩 매각했다. 2007년 한화에스앤씨는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여기에 김동선·김동원 형제가 참여하면서 김동관 50%, 김동선‧김동원이 각각 25%씩 보유한 현재의 지분구조가 만들어졌다.

이후 한화에스앤씨는 인수합병(M&A)을 통해 급격한 외형 성장에 나선다. 정보부문을 분사해 설립했던 오너가 소유의 작은 회사가 한화그룹의 석유화학 계열사와 M&A를 거듭하면서 자산총계만 13조원에 달하는 거대 종합에너지 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2007년 한화석유화학(현 한화솔루션)은 100% 자회사 형태로 여수열병합을 설립했는데 이를 한화에스앤씨의 자회사 군장열병합이 인수했다. 이후 2010년 군장열병합의 투자부문을 인적분할해 한화에스앤씨와 합쳤고 2012년 여수열병합은 한화에너지로 사명을 바꾼 뒤 군장열병합을 흡수합병하며 한화에스앤씨→한화에너지의 지배구조를 형성했다.

한화에너지는 2015년 말 삼성종합화학(현재 한화임팩트) 인수에 참여하며 몸집을 크게 불렸다. 2017년 한화에스앤씨는 시스템통합(SI) 사업을 물적분할한 뒤 존속법인의 사명을 에이치솔루션으로 변경했다. 이후 자회사였던 한화에너지가 에이치솔루션을 역합병하면서 현재의 한화에너지가 탄생했다.

작은 SI기업이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잡음도 많았다. 김 회장이 김 부회장에게 한화에스앤씨 지분을 헐값에 매각하고, 한화에너지의 성장 과정에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이다. 다만 이 의혹들은 법원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거쳐 결국 무혐의로 결론났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한화에너지, ㈜한화 지분 22.15% 확대


한화에너지는 올해 ㈜한화의 지분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오너3세가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을 확대하면 오너3세→한화에너지→한화→그룹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 확대는 사실상 3세 경영이 본격적으로 시작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화에너지는 에이치솔루션 때부터 ㈜한화의 주식을 사들였다. 2018년 2%대였던 지분율은 2021년 5%대까지 확대됐다. 2021년 한화에너지가 에이치솔루션을 역합병하면서 ㈜한화의 주식을 그대로 이어받아 지분율이 9.7%로 확대됐다.

한화에너지는 올 7월 공개매수를 통해 ㈜한화의 지분 5.2%를 약 1170억원에 매입했다. 이어 12월 고려아연이 보유한 ㈜한화의 지분 7.25%를 1520억원에 취득했다. 한화는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하면서 지분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한화 오너3세는 한화에너지를 중심으로 ㈜한화를 지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 지분율은 22.16%로 단일주주 기준 2대주주이며 김 회장이 보유한 22.65%와 비슷한 규모다. 여기에 김동관(4.91%), 김동원(2.14%), 김동선(2.14%) 등 3형제가 이미 ㈜한화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실질적인 지분 영향력은 김승연 회장보다도 커지게 됐다.

현재 지분구조상 정리 작업은 상당부분 마무리됐으며 최종적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상 ㈜한화는 그룹의 정상에 위치해 있으며 동일인은 김 회장이다. 다만 한화에너지가 지분율을 확대하면서 오너3세의 비상장회사가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에 가까워졌다.

㈜한화는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아니다. 다만 이런 구조는 그간 오너 일가가 경영승계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지분으로 그룹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었다. 과거 SK그룹도 비슷한 이유로 SK㈜와 SK C&C를 합병했다.

김수민 기자 k8silverxyz@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