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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진 KCC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KCC글라스 지분을 동생 정몽익 회장의 아내와 자녀들에게 증여하면서 승계 구도 윤곽이 드러났다. 이번 증여로 정몽익 회장의 넷째아들인 정한선 씨가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정몽익 회장은 2022년 전 부인 최은정 씨와 이혼 후 곽지은 씨와 재혼했다. 정한선 씨는 현재 부인인 곽 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다. 최 씨는 롯데그룹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여동생 신정숙 씨의 차녀다.
2020년 정몽진ㆍ정몽익 '맞증여'…정한선 2%대 지분 확보
정한선 씨는 2020년 정 회장의 특수관계인으로 주주 명부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정한선 씨가 보유한 KCC글라스 지분은 0.02%에 달했다. 정 회장은 또 최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3명의 자녀(선우·수윤·제선)가 있다. 이들 중 유일한 아들인 정제선 씨만 0.2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정한선 씨는 2020년 4월 큰아버지인 정몽진 회장으로부터 2.06%의 지분을 증여받으면서 정몽익 회장의 자녀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당시 정몽진 회장은 KCC글라스 주식 17만68주를 증여하며 지분율이 18.4%에서 16.37%로 낮아졌다.
두달 뒤 정몽익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KCC 지분 0.33%를 형 정몽진 회장의 딸 정재림 씨에게 증여했다. 업계에서는 당시 맞증여를 KCC의 형제간 계열 분리이자 오너 3세의 경영 승계 발판을 마련하는 절차로 해석했다.
통상적으로 부모 자식간의 공제는 5000만원까지 가능하지만 사촌간 증여는 1000만원만 공제된다는 점에서 세금 면에서는 불리한 결정이다. 다만 정몽진 회장 보유 지분이 정몽익 회장에게 넘어가 재차 증여가 이뤄질 경우 세금을 두번 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맞증여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해 9월 KCC는 인적분할을 통해 KCC글라스를 출범시켰고 코리아오토글라스를 합병해 정몽익 회장이 최대주주에 오르며 분리 경영이 본격화됐다.
KCC글라스와 코리아오토글라스의 합병으로 정한선 씨의 지분율은 1.23%까지 감소했으나 지난달 정몽진 회장의 2차 증여로 다시 한번 2% 대 지분율을 회복했다.
정몽진 회장은 지난달 보유 주식 2.78%를 곽지은 씨를 비롯해 정몽익 회장의 다섯 명의 자녀에게 증여했다. 장녀 정선우 씨와 차녀 정수윤 씨가 0.3%에 해당하는 주식을 받았고 장남 정제선 씨는 0.16%의 주식을 증여받았다. 정한선 씨와 정연선 씨는 각각 0.82%, 0.8% 지분을 차등 증여받았다.
KCC글라스 관계자는 "개인간의 지분 증여 건이라 자세한 사안은 알지 못한다"라고 답했다.
정몽익 회장의 자녀들은 현재 KCC글라스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정한선 씨 역시 현재 17세로 고등학생 신분이다. 대학 진학 이후 본격적으로 경영 수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형제들 가운데 가장 지분율이 높다는 점에서 유력한 3세 승계 대상자로 꼽히는 상황이다.
KCC글라스, 계열 분리 실타래 어떻게 풀까
정몽진 회장의 2차 증여로 다시 한번 KCC그룹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다만 KCC글라스가 KCC에서 별도로 분리하기 위해선 얽혀있는 지분관계 정리가 필요하다.
정몽진 회장은 이번 증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KCC글라스 지분 5.78%를 보유하고 있다. 또 KCC가 KCC글라스와 함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케이씨더블유와 금강레저 지분 정리 작업도 이뤄져야 한다.
케이씨더블유는 고(故)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인 정태선 씨가 대표직을 맡고 있는 회사로 신한벽지 지분을 100% 보유한 법인이다. 한라그룹의 경영권을 정인영 회장의 차남인 정몽원 회장이 맡으면서 맏손자 정태선 씨는 범 현대가인 KCC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강레저는 경기 여주에 위치한 KCC금강 컨트리클럽을 운영하는 법인으로 정몽익 회장과 정몽열 KCC건설 회장이 각각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CC, KCC글라스, KCC건설 등 계열사도 주주로 등재돼 있다. 계열 분리를 위해 우선적으로 지분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한선 씨의 경영 승계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해당 계열사에 대한 지분 정리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몽익 회장은 1962년생으로 올해 62세다. KCC 오너 2세 모두 60세를 넘기면서 본격적으로 3세 승계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김진현 기자 ji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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