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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부사장)이 국내 급식 업계 2위인 아워홈 인수를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딜이 성사될 경우 한화푸드테크 및 한화로보틱스와의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이미 지난 2020년 식자재유통·급식사업부(푸디스트)를 1000억원에 정리한 만큼 이번 인수 검토는 급식업 재진출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김 부사장의 푸드테크 비전을 실현하는 데 주안점을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23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내년 초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아워홈 경영권 지분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인수 대상은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지분율 38.56%)과 구미현 아워홈 회장(19.28%)이 가진 지분 57.84%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다양한 부문의 사업을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 검토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 총괄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식음료(F&B)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달려온 그가 퀀텀점프의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아워홈 역시 본업인 급식을 넘어 푸드테크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침 아워홈이 매물로 나온 데다 푸드테크라는 연결고리까지 있어 한화 측에서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총괄이 이끄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한화로보틱스 지분 32%를 가지고 있다. 이어 올 2월 ‘63레스토랑’ 등을 운영하는 외식 부문 자회사 더테이스터블의 사명을 한화푸드테크로 변경했으며, 5월에는 경기 판교에 푸드테크 연구개발(R&D)센터를 개소하며 본격적인 기술 육성을 알렸다. 이 같은 두 회사를 중심으로 김 총괄은 인수합병(M&A)과 업무협약(MOU)으로 푸드테크 포트폴리오를 강화해왔다. 2월 한화푸드테크가 인수한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를 비롯해 3월 한화로보틱스가 단체급식사업장에 로봇 솔루션을 도입하기 위해 CJ프레시웨이와 손잡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행보는 아워홈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아워홈 역시 푸드테크를 미래 먹거리로 정해 공을 들여왔다. 개인맞춤 영양식단을 제공하는 헬스케어 브랜드 캘리스랩을 지난해 론칭해 6호점까지 확대했고, 3월부터는 투자 전문 액셀러레이터(AC)인 씨엔티테크와 손잡고 푸드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벤처투자조합을 조성해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아워홈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등과 함께 이어온 인공지능(AI) 기반의 감자탈피로봇 연구도 한화 측과의 접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아워홈이 전국 각지에 갖춘 급식사업장과 식자재유통망은 한화가 푸드테크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올 6월 기준 아워홈은 전국 850여개 사업장에서 하루 200만식을 제공하며, 전국 8개 생산시설과 14개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2010년과 2017년 중국과 베트남에 점포를 낸 데 이어 2018년 미국, 2021년 폴란드까지 진출해 글로벌 사업장을 넓혔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2020년 약 1000억원에 매각했던 급식 및 식자재유통 사업을 5년여 만에 다시 시작하게 된다. 아워홈이 시장점유율과 매출에서 삼성웰스토리에 이은 업계 2위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숨에 핵심 사업자로 올라설 수 있는 거래다. 한화그룹 계열사의 단체급식 입찰을 따낸 경우 추가 외형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워홈 경영권 및 지분 전량의 가치는 1조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57.84%의 지분과 경영권 매각대금은 8600억원대에 달한다.
다만 거래가 추진될 때까지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먼저 아워홈 오너2세 형제자매의 우선매수권이 있다. 아워홈 정관에 따르면 주식을 매각할 경우 다른 주주에게 우선적으로 팔아야 한다. 아워홈은 창업자인 고(故) 구자학 아워홈 선대회장의 1남3녀가 지분 98%를 보유한 가족회사다. 매물로 나온 지분은 장남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38.56%)과 장녀 구미현 아워홈 회장(19.28%) 몫으로, 이는 3녀 구지은 전 부회장(20.67%)과 차녀 구명진 씨(19.6%)가 보유한 우선매수권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1조5000억원에 해당하는 지분 100%를 인수하는 옵션까지 고려하는 만큼 자금여력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올 9월 말 기준 이 회사의 유동자산은 2356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지분을 양분하고 있는 ㈜한화(49.8%)와 한화솔루션㈜(49.6%)의 유상증자 참여 등 그룹 차원의 지원이 선행되거나 인수대금 조달을 위한 대규모 차입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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