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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뉴웨이브] 사외이사가 회장 뽑는 독특한 지배구조 |포스코홀딩스③

Numbers_ 2025. 1. 1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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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뉴웨이브] 사외이사가 회장 뽑는 독특한 지배구조 |포스코홀딩스③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 등 지배구조 핵심지표를 기반으로 기업들의 거버넌스 체계를 진단합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도 선진화된 지배구조 체계 확립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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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이사회', '감사기구' 등 지배구조 핵심지표를 기반으로 기업들의 거버넌스 체계를 진단합니다. 
포스코그룹 본사 /사진 제공=포스코홀딩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도 선진화된 지배구조 체계 확립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 무렵 경영진을 견제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돕기 위해서 사외이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이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 곳이 바로 포스코다. 지금도 포스코 이사회 내에서 사외이사의 영향력은 경영을 총괄하는 회장 못지않다.

 

1년 마다 의장 교체로 투명성 확보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0년간 전체 이사회 인원의 과반을 사외이사로 채우되 사내이사의 비중도 40% 수준으로 맞춰 균형을 유지해왔다. 

 

사외이사 비중이 많게는 80%를 초과하는 상장사도 있기 때문에 포스코홀딩스의 사외이사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다. 이와 반대로 역할의 비중을 따지면 사외이사 쪽이 훨씬 크다.

 

이사회 대표 자리 역시 사외이사의 몫이다. 이사회 소집 권한을 갖는 의장을 누가 맞느냐는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척도다.

 

2010년 이후 국내 대기업들은 본격적으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를 논의했으며 SK도 2019년 이를 정관에 명시했다. LG, 현대차 등은 아직도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포스코는 훨씬 전부터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뽑았다. 포스코가 대표이사와 의장직 분리를 처음 논의한 것은 2006년 이구택 전 회장 재임 시절로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한 초대 사외이사는 박영주 전 전경련 부회장이다. 

 

지난 10년 동안 포스코 이사회 의장 자리는 1년마다 교체됐다. △이창희 이사(2014년) △신재철 이사(2015년) △이명우 이사(2016년) △박병원 이사(2017년) △김주현 이사(2018년) △김신배 이사(2019년) △정문기 이사(2020년) △장승화 이사(2021년) △김성진 이사(2022년) △박희재 이사(2023년) △유영숙 이사(현재) 등이 의장직을 이어받았다. 

 

포스코 이사회 의장이 자주 바뀐 것은 임기를 1년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이사회 의장 임기는 정관에도 명시됐다. 1년 주기로 이사회 의장을 교체하는 사례는 드물다는 평가다. 실제 2019년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한 SK의 사례를 보면 이사회 결정에 따라 의장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년마다 이사회 의장을 교체하고 있다.

 

다만 의장 교체가 빈번할 경우 오히려 이사회 운영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유독 포스코의 규정이 까다로운 것은 사외이사가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는 까닭으로 풀이된다. 비슷한 사례로 KT도 이사회 의장 임기를 1년으로 정해두고 있다. 포스코와 KT는 소유 분산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오너십이 부재한 소유 분산 기업은 사외이사가 중심이 돼 의사 결정을 처리하는 구조다. 포스코의 거버넌스 체계 역시 사외이사 독립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2014년부터 작년까지 포스코홀딩스 이사회 안건 처리 결과를 보면 '수정 가결'한 안건이 1~2개씩 포함됐다. 수정 가결은 원안대로 올리지 않고 한차례 이상 정정해 안건을 처리했다는 뜻이다. 2016년 재무제표 승인 안건을 처리할 때는 배당 정책에 연결기준 당기손익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일섭 이사가 반대 의견을 냈다. 안건 처리가 쉽지 않은 것을 볼 때 거수기 형태의 형식적인 구조는 아니라는 평가다. 

 

또한 포스코는 2021년 8월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사내이사 참여를 배제하는 등 지배구조를 재정비했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경영위원회 해체 후 이사회 내 회장 역할 축소

 

2022년 경영위원회가 해체된 이후로 이사회 내 사외이사 목소리는 더 커졌다. 사내이사만 참여하는 경영위원회는 이사회 내 전문 위원회 중 하나였다. 복리 후생, 근무 제도 등 경영 관련 사항 뿐만 아니라 국내외 출자 등 신규 투자를 검토했다.

경영위원회가 사라지기 직전 △최정우 전 회장 △김학동 전 부회장 △전중선 전 포스코이앤씨 사장 △정탁 전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정창화 전 부사장 등이 위원장 및 위원을 맡았다. 

 

기존 경영위원회의 기능은 재정위원회와 평가보상위원회로 분산됐다. 평가보상위원회는 사외이사 4인이 참여하고 있으며 재정위원회는 사외이사 3인, 사내이사 1인 등 총 4인으로 구성됐다. 

 

회장의 소위원회 활동이 제한됐다는 점도 경영위원회가 사라진 이후 특징이다. 이는 오너 체제의 대기업 이사회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경영을 총괄하는 회장이 경영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것이 포스코의 전통이다. 단 회장은 다른 위원회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경영위원회가 사라진 뒤에도 재정위위원회, ESG위원회에 사내이사를 위원으로 앉히되 회장이 참여하지 않는다.

 

회장 후보 관리도 사외이사 몫

 

포스코 사외이사의 핵심 기능은 최고 경영자 승계 정책 운영이다. 사외이사가 회장을 선발하는 포스코형 지배구조는 총수 중심의 국내 재벌 문화에선 보기 드문 사례다. 

 

KT는 사외이사에 대표이사를 평가하고 필요시 해임시킬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 포스코 사외이사는 회장 해임을 건의할 수 없지만 자격 심사와 후보군 육성을 엄격하게 하고 있다. 

 

포스코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와 회장후보군관리위원회 두 가지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회장 임기 만료 시 열리는 비정기적인 위원회인 반면 회장후보군관리위원회는 상시 운영되는 전문위원회다. 두 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꾸려졌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회장 후보군 심사 기능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회장후보군관리위원회는 발굴·육성 단계를 고려한 포괄적인 개념의 승계 정책이다. 회장 후보군에 대한 공정성을 부여하기 위해 작년 이사회 내 설치했다. 회장후보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이사회 의장인 유영숙 이사가 맡고 있다. 위원회는 사내 회장 후보 육성프로그램을 통해 검증된 내부 후보군과 서치펌 등을 통해 추천받은 외부 후보군을 상시 발굴하고 매년 1회 후보군 풀링(Pooling)을 실시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