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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뉴웨이브] 글로벌 헤지펀드 '배당 압박' 이어질까|삼성물산③

Numbers_ 2025. 1. 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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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뉴웨이브] 글로벌 헤지펀드 '배당 압박' 이어질까|삼성물산③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 등 지배구조 핵심지표를 기반으로 기업들의 거버넌스 체계를 진단합니다. 삼성물산은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을 추진하면서 주주친화 정책 강화를 위해 거버넌스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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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이사회', '감사기구' 등 지배구조 핵심지표를 기반으로 기업들의 거버넌스 체계를 진단합니다. 

삼성물산 사옥 전경 /사진 제공=삼성물산


삼성물산은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을 추진하면서 주주친화 정책 강화를 위해 거버넌스위원회와 CSR위원회를 설치했다. 이후 2019년까지 배당성향 30%를 지향하며 매년 꾸준히 배당을 확대해 왔다.

삼성물산은 3년 단위로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3년 공개한 주주환원책은 관계사에서 배당받은 수익의 60~70%를 환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소 주당 배당금은 2000원으로 유지하고 자사주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5년에 걸쳐 분할 소각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주주환원 강화 놓고 글로벌 헤지펀드 '온도차'


삼성물산의 배당성향은 2022년 이후 18%대로 유지되고 있다. 2021년 7000억원 가까운 현금을 배당한 이후 배당금이 축소됐다.

삼성물산은 배당금을 축소한 대신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환원에 힘을 실었다. 2019년부터 취득 자사주를 꾸준히 소각해 주주의 지분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주환원 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글로벌 헤지펀드 3곳은 삼성물산에 자사주 매입 확대와 배당 증가를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미국 헤지펀드 운용사 화이트박스(Whitebox Adivesors), 팰리서 캐피탈(Palliser Capital), 영국 시티오브런던캐피탈(City of Loond Capital) 등은 공통적으로 삼성물산이 내재가치 대비 낮은 가격에 주가가 형성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주주환원 강화를 통해 주가 부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주당 4500원(보통주)의 배당금을 요구했다. 글로벌 헤지펀드 3사가 요구한 배당을 모두 지급하기 위해선 삼성물산은 약 7400억원의 현금을 투입해야 했다.

또 헤지펀드 3사는 5000억원을 투입해 삼성물산이 발행주식 총수의 2.4%에 해당하는 386만1000주의 주식을 매입하라고 요구했다. 삼성물산이 자사주 소각을 발표했으나 신규 취득이 동반되지 않는 자사주 소각은 주주환원 개선 효과가 없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사진 제공=삼성물산


결과적으로 삼성물산을 상대로 한 주주제안은 모두 부결로 결론이 났다. 헤지펀드 3사의 지분율은 1.46%로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 34.45%를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만 삼성물산은 헤지펀드들의 주주제안 등을 검토 한 뒤 주주총회를 앞두고 5년에 걸친 자사주 소각을 3년내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글로벌 헤지펀드 3사는 자신들의 주주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삼성물산의 주주친화 강화 기회를 조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고 자평하며 장기 주주로 동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선된 주주가치 제고계획 발표할까


삼성물산의 3개년 주주환원책이 올해까지 이어지는 만큼 글로벌 헤지펀드의 신규 주주제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 안건이 부결된 전례가 있어 당분간 삼성물산의 주주환원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는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도 삼성물산의 배당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힘을 실었다. 또 다시 주주제안을 해도 글로벌 헤지펀드의 의견이 묵살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난해 주주제안 이후 새로운 요구사항이 담긴 주주제안을 받은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이들이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다고 밝힌 만큼 새로운 주주환원책이 발표될 시기에 맞춰 주주행동을 재개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하반기 쯤 새로운 주주환원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주주제안에 찬성하는 입장을 내놓으며 삼성물산의 배당 확대 필요성을 밝혔다는 점에서 주주환원책에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된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지난해 글로벌 헤지펀드의 주주제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서스틴베스트는 삼성물산이 순수 지주사가 아닌데도 관계사 배당재원을 활용해 배당에 나서면서 배당성향이 낮아진 점을 지적했다.

삼성물산 측 의견에 찬성을 권고한 한국ESG연구원도 주주제안의 당위성은 인정했다. 삼성물산이 시장평균에 비추어볼 때 낮은 수준의 배당을 하고 있으나 단기적으로 배당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아 회사측 의견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어 삼성물산이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에 의거해 점진적으로 배당을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증권업계에서도 삼성물산의 주주가치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8일 리포트를 통해 삼성물산의 주가가 지난해 1분기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주주환원 확대, 기업가치 제고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삼성물산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고 투자자와의 소통을 확대한다면 주가 재평가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

김진현 기자 jin@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