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원문 바로가기
효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은 국내 재계의 세대교체 흐름을 반영하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조현준 효성 회장이 기존 지주회사인 ㈜효성과 효성티앤씨·효성중공업·효성화학을 이끌고, 조현상 부회장은 신설 지주회사 HS효성과 효성첨단소재를 맡는 체제를 구축했다. 이들 형제는 형제 경영 구도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 가능성과 사업 영역의 차별화 요구를 계열분리를 통해 정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효성그룹은 지난해 7월 기존 지주회사인 ㈜효성을 효성과 HS효성으로 분할하며 경영 체제의 대대적인 변화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은 각각의 지분을 정리하며 독립 경영 체제를 확립했다.
독립 경영과 계열 분리는 개념적으로 다르다. 독립 경영은 같은 그룹 내에서 경영권을 구분하는 방식이고, 계열 분리는 그룹 자체를 법적·재무적·경영적으로 완전히 분리해 독립된 회사로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효성과 HS효성은 큰 틀에서는 계열 분리에 대한 정리가 완료됐지만 현재 비상장 계열사를 비롯한 약간의 조정 작업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효성그룹의 변화는 독립 경영 체제를 기반으로 계열 분리 가능성을 논의하는 과도기적 단계로 볼 수 있다.
효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은 단순히 형제간 경영권 분리를 넘어 그룹의 장기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전통 제조업 기반의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며 그룹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조 부회장은 첨단소재와 친환경 에너지라는 신성장 동력을 기반으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전통과 혁신이라는 두 축을 통해 각자의 강점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다.
효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은 재계 전반에 불고 있는 세대교체 흐름과 맞물려 있다. 특히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가족 경영 체제를 현대적이고 투명한 지배구조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효성그룹의 경우 형제 간 경영 구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갈등을 사전에 차단하고 각자의 경영 전략에 따른 독립적 의사 결정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그룹 전체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효성과 HS효성의 지배구조 재편이 성공적으로 보이지만 계열 분리 이후에도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가장 큰 과제는 두 그룹이 각각 독립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며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HS효성은 신사업 확장을 위해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최근 3년간 연구개발 비용을 연평균 15% 이상 증가시키며 신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 확대는 단기적으로 재무적 부담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HS효성의 신사업 확장은 주로 인수합병(M&A)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조 부회장은 사세확장을 염두에 두고 계열분리 이전부터 효성첨단소재에 미래전략실을 신설하는 등 새로운 사업 진출을 타진해왔다. 이와 관련해 조 부회장은 "M&A는 회사가 성장하는 방법 중 하나"라며 그룹 성장 전략으로 M&A를 적극 활용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효성과 HS효성 간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는 작업도 남았다. 자회사의 지분율 규제는 행위제한 요건에 속한다. 지주사는 자회사인 상장사의 지분은 30%, 비상장의 경우 50% 이상 보유해야 한다. HS효성은 핵심 계열사 효성첨단소재의 지분을 22.5%만 들고 있다. 상장사인 만큼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비상장사인 광주일보사도 49% 지분만 들고 있어 50%를 넘겨야 한다. 조 부회장도 "완전한 계열 분리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복잡하게 얽힌 지분이 많아 전체적으로 말씀드릴 자리를 만들고자 하는데 생각보다 프로세스가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효성그룹과 HS효성 간 관계 재조정 여부 또한 주목을 받는다. 일부에서는 두 회사가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일부 사업에서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효성그룹이 보유한 기술력과 HS효성의 신사업 추진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를 도모하는 방식이다. HS효성이 효성그룹 내 일부 비핵심 계열사를 인수하거나 효성그룹이 HS효성의 특정 사업 부문에 대한 지분을 정리하는 등의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효성그룹 관계자는 "효성과 HS효성 간 관계 재조정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하며 독립 경영 체제 유지에 방점을 찍었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
'Governan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광일 MBK 부회장, 고려아연 주주에 호소…“낡은 지배구조 개혁해야 도약 가능” (0) | 2025.01.10 |
---|---|
[거버넌스 뉴웨이브] 사외이사가 회장 뽑는 독특한 지배구조 |포스코홀딩스③ (0) | 2025.01.10 |
[거버넌스 뉴웨이브] 감사위 본연 충실 ‘재무·회계 전문가’ 구성 | 대우건설① (0) | 2025.01.09 |
[거버넌스 뉴웨이브] 글로벌 헤지펀드 '배당 압박' 이어질까|삼성물산③ (0) | 2025.01.09 |
[거버넌스 뉴웨이브] 감사위원 계보 '법조계→산업계' |포스코홀딩스② (0) | 2025.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