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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동 “120년前 을사늑약 때만큼 상황 위태”
‘官運 최고’ 한덕수 책임 회피로 관직 마무리
대한민국·한국경제 향후 3~6개월이 ‘골든타임’
최상목 물러나면 代案 없어…“흔들지 말아야”
#김석동 전 금융감독위원장(현 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는 전·현직 재무 관료들 사이에서 가장 존경받고 따르는 후배들도 많습니다. 그가 다른 관료들처럼 퇴직 후 로펌 등에 취업해 이런저런 부탁도 하지 않는 데다 역사를 공부하고, 글도 쓰고, 강의도 하는 모습이 후배 관료들 입장에서는 한편에서는 부럽고, 한편에서는 자신의 롤 모델로 삼는 듯합니다.
김석동 전 장관은 알려진 대로 1997년의 IMF 외환위기, 2003년 신용카드 대란, 2011년 저축은행 부도 사태 등 국가 경제 위기 때마다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대책반장’, ‘소방수’ 등의 별명을 얻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초유의 파국적 상황에서 김석동 전 장관 같은 강단 있는 인물이 위기를 수습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무정부 상황으로 가지는 않을까, 극단적 갈등의 표출로 ‘심리적 내전’을 넘어 그야말로 ‘백골단’ 같은 폭력이 난무하는 ‘실질적 내전’ 상황에 돌입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공포가 확산되면서 김석동 전 장관을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김석동 전 장관은 2025년 을사년의 대한민국 상황을 120년 전의 일제 강점기 전후만큼이나 위태롭다고 진단합니다. 1905년 대한제국은 ‘을사늑약’ 체결로 외교권이 박탈되고 통감부가 설치됐으며, 5년 뒤인 1910년에는 ‘한일합방(경술국치)’으로 일본제국에 완전 편입됐습니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가 겪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당시와 비슷하고, 우리 내부는 이념·세대·지역 ·남녀 간에 유사 이래 어느 때보다 분열됐다고 그는 분석합니다. 물론 김석동 전 장관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을 성취한 경험 같은 ‘한국인 특유의 DNA’를 통해 위기를 돌파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의 목소리엔 힘이 많이 빠진 듯합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한덕수 총리는 보수정권이 아니라 진보 참여정부 시절이 전성기였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그는 산업연구원장, 국무조정실장(장관급),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거쳐 국무총리까지 역임했습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까지 나서 국회 몫의 헌재 재판관 3명 임명을 요구했음에도 근거 없는 여야 합의를 요구하면서 임명을 끝내 거부했습니다. 게다가 한 총리는 탄핵에도 불구하고 헌재 판결 전까지 대행직을 유지해 달라는 보수 여당의 만류도 뿌리치고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한 총리의 이런 결정과 선택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온갖 해석이 나오지만 그를 오래 봤던 경제관료들 사이에서는 그의 부인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덕수 총리가 관료 생활 초기에 미국 하버드 대학으로 유학을 결정하고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이 그의 부인이라는 것은 비교적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번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에도 그랬을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한 총리의 부인과 관련해서는 이 외에도 여러 얘기가 많습니다. 어쨌든 대한민국 정부 출범 이래 관운이 제일 좋다는 한덕수 총리는 무책임, 책임 회피, 도피의 전형으로 관료 생활을 마감하는 듯합니다.
개구리나 뱀이 겨울잠을 자는 것은 몸을 보전하기 위해서입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나 총리 등 특히 고위공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그래서는 안 되지만 개인 차원에서만 보면 운수가 사나울 때는 도망가고 숨는 게 상책입니다. 한덕수 총리도 어떤 것도 책임지지 않는 그런 결정을 했습니다. 절대다수의 국민은 나라가 파국으로 가는 건 아닌지 공포에 떨지만 그런 선택을 한 덕분에 한덕수 총리는 요즘 편히 지내겠지요.
행정고시 8회인 한덕수 총리는 원래 상공부와 통상자원부에서 주로 일을 했고, 2005~2006년 재경부 장관 시절에는 행시 23회인 차관보 김석동, 행시 29회의 증권제도과장 최상목과 함께 근무했습니다. 한 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해 탄핵을 당하면서 그 무거운 짐이 고스란히 21년 관료 후배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에게 넘어갔습니다.
#보수와 진보정권에서 모두 국무총리를 하고 주미대사까지 역임해 미국과의 소통에도 능한 한덕수 총리도 하지 못한 일을 상대적으로 경험과 경륜이 부족한 최상목 대행은 당연히 못 할 것으로 사람들은 예상했습니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나 의리로 따지자면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경제수석 경제부총리에 이르기까지 한덕수 총리 못지않습니다. 그럼에도 최상목 대행은 2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사무관 시절부터 20년 넘게 보아 온 최상목 권한대행은 반듯하고 머리가 비상한 관료지만 이헌재 윤증현 김석동처럼 강단이 있거나 소신이 강하지는 않았습니다. 평소 정치적 신념도 보수 진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습니다.
그런 최상목 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이라는 결단을 내린 데는 상공부와 통상자원부에서 잔뼈가 굵은 한덕수 총리와 달리 오랜 재무관료 생활에서 터득한 현재의 대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알려진 대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계엄 국무회의 현장에서 제대로 계엄에 반대한 사람은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정도입니다. 두 사람은 경제와 외교 수장으로서 비상계엄이 대내외적으로 우리 경제와 외교 분야에 미칠 엄청난 후폭풍을 정확하게 알았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후 최 부총리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함께 한덕수 당시 권한대행을 찾아가 헌법재판관 추가 임명을 건의하기도 합니다.
보수 윤석열 정부에서 진정한 보수주의자는 보수의 핵심 가치 분야인 경제와 외교를 지키려 분투한 최상목 부총리와 조태열 장관입니다. 국회 인준을 안 받았다며 헌법재판관 임명 철회를 주장한 김문수 노동부 장관 같은 사람은 진짜 보수가 아닙니다. 경제를 거덜내고 외교를 파탄 내는 보수는 ‘가짜 보수’, ‘짝퉁 보수’입니다.
여야 양쪽으로부터 모두 엄청난 욕을 먹었지만 만약 2명이라도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결과가 아찔합니다. 기존 6명의 헌법재판관으로는 심리는 가능하지만 선고가 어렵고, 설령 무리해 선고하더라도 지금처럼 보수와 진보가 극단으로 대립하는 상황에서는 어느 쪽도 선고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오는 4월 2명의 재판관이 퇴임하면 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인 헌재는 기능이 정지됩니다. 그야말로 사회 전체가 무정부 상태에 빠집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신년사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최 대행이 헌재 재판관 임명의 결단을 하지 않았을 때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될지, 해외 신용평가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최상목 조태열 이창용 같은 대내외 상황을 정확히 꽤 뚫는 관료들이 있어 대한민국도, 한국경제도 그나마 최악의 상황은 넘겼습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은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한남동 관저에서 버티는 윤석열 대통령 처리 문제입니다. 공수처와 경호처, 여당과 야당이 윤 대통령 체포를 둘러싸고 정반대 입장이고, 최악의 경우 유혈사태까지 우려됩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과 주요 그룹 총수들은 새해 신년 인사회에서 경제의 가장 큰 공포인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그 여파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조속한 국정 안정화를 요청했습니다. 몇몇 글로벌 투자은행은 한국경제의 생사를 결정짓는 ‘골든타임’이 3개월 정도라며 지금처럼 정국 혼란이 장기화하면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고 환율은 급등하고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는 ‘한국 엑소더스’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기획재정부는 올 상반기가 정국 불안을 해소하고 국가신용등급 하락을 막는 골든타임으로 보고 행정력을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을 2명 임명한 것을 놓고 일부 국무위원들이 크게 반발하자 “무리한 일인 걸 알지만 내가 결정했고, 감수하겠다며 제주항공 사고가 아니었으면 재판관 임명을 발표하고 사퇴하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토로한 대로 최상목 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짐을 결코 지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신이 이 짐을 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것입니다. 한덕수 총리처럼 그도 하루에도 몇 번씩 도망가고 싶을 것입니다. 인생은 역시 올라가기보다 내려오기가 훨씬 어렵다는 것을 지금 절감할 것입니다.
고전 ‘맹자’에서 맹자는 양혜왕에게 “죄를 세월에 돌리지 않으면 천하의 백성들이 왕께로 올 것”이라면서 “사람을 죽이고도 내가 한 짓이 아니고 병기 탓이고, 세월 탓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최상목 권한대행이 앞으로 얼마나 그 자리에 있을지 모르지만 이 말을 명심하기를 바랍니다. 야당 탓으로도, 여당 탓으로도 돌리지 말고 결단해야 할 일이 있으면 헌재 재판관 임명 때처럼 결단하기를 바랍니다. 최 대행도 늘 따랐던 김석동 전 장관이 현재의 우리 상황이 120년 전 나라를 일본에 뺏길 때와 같다고 말한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랍니다.
여당과 야당, 보수·진보 진영 모두 최상목 대행마저 물러나면 한국경제를 끌고 갈 선장이 사실상 현 내각에는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그를 더 이상 흔들지 말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 전체도, 한국경제도 앞으로 3~6개월이 우리들의 생사를 결정하는 마지막 남은 골든타임이 될 것입니다.
박종면 발행인 myun04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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