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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깅노트] 토스·케이뱅크 IPO 무산이 증권 업계에 남긴 기회비용

Numbers_ 2025. 2. 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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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깅노트] 토스·케이뱅크 IPO 무산이 증권 업계에 남긴 기회비용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국내에서 기업공개(IPO)를 중단하고 미국 증시 상장으로 선회했다. 지난해 10월 국내 상장 작업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IPO 주관사단에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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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국내에서 기업공개(IPO)를 중단하고 미국 증시 상장으로 선회했다. 지난해 10월 국내 상장 작업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IPO 주관사단에 전달한 것이다. 당초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2월 국내 상장을 위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 삼성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한 바 있다.

이들 주관사단은 비슷한 시기에 상장 채비를 하던 케이뱅크 주관사에 참여하지 못한 상태였다. 비바리퍼블리카의 사업모델이 케이뱅크와 똑같지는 않지만, 자회사인 토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이어서 이해 상충 방지 차원에서 비슷한 시기에 같은 업종 경쟁사의 IPO 주관에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행상으로도 시장의 신뢰와 고객사와의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증권사들도 굳이 같은 시기에 동일 업종 경쟁사들의 IPO를 맡지 않는다.

즉,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증권은 비바리퍼블리카의 국내 IPO 주관사단에 합류하면서 케이뱅크 IPO 주관사단에 참여할 기회를 저버린 것이다. 이는 반대로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케이뱅크의 IPO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였으며, 인수단으로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합류하기로 하면서 비바리퍼블리카 IPO 주관사단과 겹치는 증권사는 없었다. 케이뱅크 IPO 주관·인수단에 합류한 증권사들은 동일한 이유로 비바리퍼블리카 IPO 주관사단에 참여할 기회를 반납했다.

지난해 상장 추진 당시 비바리퍼블리카의 몸값은 10조원대, 케이뱅크는 5조원대로 책정돼 IPO 시장에서도 주목도가 높았다. 증권사들의 주식발행시장(ECM) 실적을 가르는 척도가 될 예정이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10월 미국행을 택했다. 국내에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비바리퍼블리카 주관사단에 속했던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5조원대 딜을 외면하고 비바리퍼블리카에 매달렸다가 말 그대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셈이다.

케이뱅크의 경우 지난해 10월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면서 시장 침체를 이유로 상장을 연기했다가 이달 들어 아예 철회했다. 2022년 상장 추진 이후 두 번째 철회다. 해당 기간 동안 케이뱅크의 몸값은 7조원 후반대에서 5조원 안팎으로 낮아졌다. 주관·인수단도 최초 NH투자·씨티증권·JP모건에서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케이뱅크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IPO는 1차원적으로 자금조달 목적 성격이 강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업가치를 증대시키고 상장기업으로서의 신뢰도와 인지도를 제고하는 데 목적이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상장기업이라면 투자 유치 등 입지를 강화하는 측면에서도 보통 비상장사보다 유리하다. 제대로 된 밸류에이션을 받는 게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 입장에서 최우선 고려사항임은 당연하다. 다만, 시장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선에서 추진해야 상장 이후에도 그 기업가치가 유지될 것이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