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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간 계약 통해 특정주주 의결권 행사 방식 사전 합의
주주간 계약, '회사 성장·주주 권익 보호' 동시 달성 수단
주식회사에서는 자본금을 출자하는 주주와 회사의 경영을 책임지는 경영자가 분리돼 있다. 주주총회와 이사회 의사결정 기구를 통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핵심적인 운영 원리이다. 주주는 회사의 투자자로서 의결권을 통해 회사의 중요한 결정에 참여하며 이사는 회사의 업무를 집행하고 경영을 책임진다.
이러한 구조는 전문 경영인을 통해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주주들이 위험을 분산하며 자본시장의 활성화를 이루는 데 기여한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상법에서 주주총회와 이사회라는 별도의 기관을 두고 역할과 권한을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실현된다. 주주총회는 주주의 의사를 회사의 주요 사안에 반영하는 의결기관으로서 기능하며 이사회는 주주총회의 결정을 집행하고 회사의 경영을 관장하는 집행기관으로 작동한다.
주주총회는 상법상 정기 주주총회와 임시 주주총회로 나뉜다. 정기 주주총회는 매 사업연도 종료 후 일정 기간 내에 개최되며 재무제표 승인 등 기본적인 사항을 다룬다. 임시 주주총회는 필요시 이사회 또는 일정 비율 이상의 주주의 요청에 의해 소집된다. 주주총회의 소집은 이사회의 결의로 이루어지며 회의 일정 및 목적 사항 등을 명시한 소집통지서를 주주들에게 일정 기간 전에 송달해야 한다. 결의 방식은 보통결의와 특별결의로 나뉜다. 보통결의는 출석 주주의 의결권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특별결의는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과 출석 주주의 의결권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며 정관 변경·합병·영업양도 등 회사의 중대한 사항에 적용된다.
주주간 계약을 통해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행사 방법이나 주주총회 정족수와 관련한 사항을 별도로 정하는 경우 상법과의 관계에서 해당 계약의 효력을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상법은 주식회사의 운영과 관련된 기본 규범을 제시하는 강행규정으로 이를 위반하거나 변경하려는 주주간 계약의 조항은 원칙적으로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그러나 주주간 계약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 간의 합의로서 효력을 가지며 특정 상황에서는 중요한 실질적 의미를 가진다.
먼저 주주간 계약을 통해서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행사에 관한 사항을 정하는 경우에 대해서 살펴보자. 주주간 계약을 통해 특정 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식을 사전에 합의하거나 특정 사안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 의사를 표명하도록 정할 수 있다.
예컨대 A 주주와 B 주주가 합의해 특정 안건에 대해 B 주주는 A 주주의 의사에 따라서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합의했다면 이러한 합의는 A 주주와 B 주주간 내부적으로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는 어디까지나 계약 당사자 간, 즉 A 주주와 B 주주의 관계에서만 효력을 가지며 회사나 다른 주주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위 사안에서 B 주주가 주주총회에서 A 주주의 의사에 반해 의결권을 행사하더라도 B 주주의 의결권 행사는 당연히 상법상 유효하다. 이 경우 A 주주는 주주간 계약상 계약 위반에 따른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므로 주주간 계약에서는 계약 위반 시의 손해배상이나 위약벌 등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주주간 계약을 통해 포괄적으로 의결권을 위임하는 경우 해당 조항의 법적 효력은 상법의 규정과 주주의 권리 보호라는 기본 원칙에 비춰 그 유효성 여부가 판단돼야 한다. 포괄적으로 의결권을 위임한다는 것은 특정 안건에 국한되지 않고 주주가 가진 의결권 전부를 지속적이고 전면적으로 다른 주주에게 위임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주주의 의결권이라는 고유한 권리를 계약을 통해 사실상 다른 주주에게 이전하거나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
상법 제368조 제2항에 따라 주주는 자신의 의결권을 대리인에게 위임할 수 있다. 이는 주주총회의 출석과 의결권 행사를 용이하게 하고 주주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상법이 허용하는 의결권 위임은 특정 안건에 국한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의결권을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상법이 보장하는 주주의 기본 권리를 본질적으로 제한하거나 포기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다만 포괄적으로 의결권을 위임했더라도 대법원은 "주주권은 주식의 양도나 소각 등 법률에 정해진 사유에 의해서만 상실되고 단순히 당사자 사이의 특약이나 주주권 포기의 의사표시만으로 상실되지 아니하며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행사가 제한되지도 아니한다(대법원 2002. 12. 24. 선고 2002다54691 판결)"고 해 주주가 일정기간 주주권을 포기하고 타인에게 주주로서의 의결권 행사 권한을 위임하기로 약정한 사정만으로는 그 주주가 주주로서의 의결권을 직접 행사할 수 없게 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포괄적인 의결권 위임은 스타트업이나 비상장회사에서 경영권 안정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와 창업주 간의 협력과 안정적인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지만 이러한 계약이 상법과 충돌하지 않도록 신중히 설계돼야 한다. 예를 들어 의결권 위임이 특정 안건이나 일정 기간에 한정되지 않고 전면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이는 상법이 규율하는 주주의 고유 권리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의결권 위임의 유효 여부와 별개로 오히려 이러한 위임이 회사 경영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주주간 계약을 통해서 포괄적으로 의결권을 위임할 때 철회 불가능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민법 제689조 제1항에서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철회 불가능한 위임 계약이 유효한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그런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의결권을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이 허용되면서도 만일 언제든지 철회 가능하다고 해석한다면 사실상 의결권을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해석될 수 있다. 반면 철회 불가능한 의결권 위임은 주주의 자율성을 본질적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상법상 주주의 기본 권한을 침해한다고 해석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철회 불가능한 의결권 위임은 계약 당사자 간의 합의로 이뤄지기 때문에 민법상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한 해석으로 보인다. 즉 주주간 계약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포괄적 의결권 위임 및 철회 불가능한 위임에 대하여 동의한 이상 그 계약은 기본적으로 효력을 가진다. 하지만 이러한 계약이 주주의 의결권 행사에 있어 주주의 고유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거나 사회질서에 반하거나 불공정하다고 판단될 경우 주주간 계약의 해당 조항은 무효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주주간 계약을 통해 주주총회 결의사항을 구체적으로 별도로 정하거나 상법상 이사회 결의사항을 주주총회 결의사항으로 정하는 경우 이러한 것은 유효할까?
우선, 주주간 계약으로 주주총회 결의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경우 이는 계약 당사자 간에만 그 구속력이 있다고 판단된다. 주주간 계약은 주주들 간 합의로 이뤄지는 것이므로 회사의 내부 규범인 정관이나 상법에 대하여 우선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만일 상법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회사의 정관을 개정해 정관 내에 주주총회 결의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회사에 대하여도 그 효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
상법상 이사회 결의사항을 주주총회 결의사항으로 정하는 경우에 대해서 살펴보자. 이사회는 회사의 경영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하고 주주총회는 상법 및 정관에서 정하고 있는 사항에 대해서 의결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법상 이사회 결의사항을 주주총회 결의사항으로 정하는 것은 이사회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거나 상법상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기본 원칙에 반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이사와 회사 사이의 이익상반거래에 대한 승인은 주주 전원의 동의가 있다거나 그 승인이 정관에 주주총회의 권한사항으로 정해져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사회의 전결사항이라 할 것이므로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못한 이익상반거래에 대해 아무런 승인 권한이 없는 주주총회에서 사후적으로 추인 결의를 했다고 그 거래가 유효하게 될 수는 없다"고 해 이사회 결의사항을 정관에서 주주총회 결의사항으로 정한 경우에는 주주총회 결의로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위와 같은 해석은 회사의 정관에서 이사회 결의사항을 정관에서 주주총회 결의사항으로 정한 경우에는 주주총회 결의로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서 주주간 계약을 통해서 당사자 간에 이사회 결의사항을 주주총회 결의사항으로 정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당사자 간에만 구속력이 미친다고 봐야 한다.
주주총회의 정족수에 대한 주주간 계약의 효력에 대해서 살펴보자. 상법은 주주총회의 보통결의와 특별결의를 위한 정족수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강행규정에 해당하므로 주주간 계약으로 이를 변경하는 것은 효력이 없다. 예를 들어 특정 주주 간에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위해 발행주식 총수의 절반만 동의하면 된다"고 합의하더라도 이는 상법상 인정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법 제368조 제1항에서 "총회의 결의는 이 법 또는 정관에 다른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수로써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주주간 계약이 아니라 정관에서 정족수를 다르게 정하는 경우에는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경우라 하더라도 조건을 강화하는 것은 유효하지만 완화하는 것은 무효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주주간 계약은 회사의 안정적 운영과 주주 간 협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도구로 작용한다. 그러나 주주간 계약이 상법의 강행규정과 충돌하거나 주주의 고유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경우 그 효력은 제한될 수 있다. 주주간 계약이 유효하게 기능하려면 상법의 원칙을 준수하고 정관 변경 등 법적으로 허용된 수단을 병행해 회사 내부 규범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주주간 계약은 단순한 합의가 아니라 회사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주주 간 분쟁을 예방하는 중요한 장치다. 주주간 계약은 회사의 성장과 주주의 권익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며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유한새 sa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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