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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독점적 지위가 카카오 위기 진원지
풍부한 자본잉여금, 신중한 투자결정 걸림돌
스타트업 정신 ‘처음처럼’ 기술기업 거듭나야
카카오가 많이 힘들다. 카카오 CEO와 임직원은 스톡옵션이나 우리사주 평가손으로 우울하다. 카카오 비즈니스를 낙관하며 주식을 사서 모은 수많은 투자자 역시 힘들다. 더이상 인내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주변에 무성하다. 카카오 주식을 5분의 1로 액면분할해 재상장한 2021년4월15일 종가가 12만500원이었다. 2025년1월10일 종가는 3만6550원으로 마감했다. 무려 70% 가까이 폭락한 것이다.
금리상승 여파로 플랫폼 기술기업의 시장 기대치가 떨어진 것은 대부분의 기술기업이 겪는 일이다. 플랫폼기업에 가해지는 수많은 규제와 견제 강화 역시 카카오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의 네이버 뿐 아니라 메타 애플 테슬라 등 대부분의 글로벌 플랫폼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최고경영자가 사법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한가지 사실 외에는 카카오가 처한 환경은 다른 플랫폼기업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카카오 내부에 있다는 의미다. ‘카카오의 적은 카카오다’.
카카오는 국내 톡(Tolk)시장에서 경쟁자가 거의 없는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플랫폼의 지배력을 가늠할 수 있는 월활동이용자(MAU, Monthly Active Users)가 4900만명이다. 5000만 국민 대다수가 카카오톡 플랫폼에 포섭돼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인구가 더 증가하거나 새로운 해외시장 개척이 없으면 카카오톡 플랫폼의 지배력 확장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플랫폼 지배력을 활용해 돈을 버는 다양한 비즈니스 전략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의 기대수준에 아직 미치지 못한다. 카카오의 연결기준 매출액 증가율은 2021년 47.6%로 정점을 보인 이후 2022년 15.8%, 2023년 6.3%, 2024년 3분기까지 5.2%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 특히 같은 기간 플랫폼부문 매출이 44.2%, 16.3%, 마이너스 5.7%, 6.4%로 성장률 둔화를 주도했다. 연결 영업이익 증가율 역시 2021년 30.5% 증가했지만 2022년 마이너스 2.5%, 2023년 마이너스 20.6%로 급격히 감소했다. 2024년 3분기 누적으로 28.3% 반등하고 있지만 매년 수익 변동성이 아주 크다. 수익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리스크가 높다는 의미다.
카카오는 자본잉여금이 이익잉여금보다 4배 이상 많다. 카카오가 스스로 돈을 벌어 적립한 2024년 3분기 이익잉여금은 2조1000억원 남짓이다. 하지만 기업공개와 증자로 조달한 자본잉여금은 8조9000억원이다. 카카오가 외부에서 자금조달은 잘했지만 자체적인 수익 창출능력은 높지 않다는 의미다. 카카오가 기업공개나 증자를 할 때 투자자가 경쟁적으로 주식을 매입하며 시장가치를 높게 평가받았다. 카카오 플랫폼의 독점적 지배력으로 돈을 잘 벌 것으로 시장은 기대했다. 독점적 플랫폼의 지배력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장밋빛 희망은 시장과 투자자 설득을 용이하게 한다. 자금조달이 쉬우면 돈의 소중함과 남의 돈 무서움에 대한 경영진의 경계심이 엷어 질 수 있다. 하지만 카카오는 당초 기대한 만큼 돈을 잘 벌지 못하고 있다. 참고로 유사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네이버는 2024년3분기말 현재 자본잉여금이 1조4000억원이고 이익잉여금은 18배 많은 25조6000억원이다.
카카오그룹이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대규모로 모으던 시기는 저금리로 돈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시기다. 넘치는 내부자금으로 투자대상 물색이나 투자결정에 치열한 고민과 신중함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다. 카카오그룹이 2018년 ~2023년까지 기업공개(IPO)나 투자유치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8조원 이상에 달한다.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등의 IPO로 4조원 이상 조달하고 카카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모빌리티 등의 유상증자와 투자유치를 통해 4조원 이상의 자금을 모았다.
카카오는 조달한 자금으로 멜론(음악) 타파스엔터(북미 웹툰 웹소설 플랫폼) 라이온하트(게임개발) SM엔터(연예기획) 등 음악 게임 웹툰 등 콘텐츠 비즈니스기업에 투자를 확대했다. 2016년~2023년까지 카카오가 콘텐츠 부문에 투자한 규모는 멜론 1조8700억원, 타파스 1조1000억원, 라이온하트 1조1000억원, SM엔터 1조4000억원 등 5조5000억원에 달한다. 두나무와 같이 큰 수익을 거둔 곳도 있다. 하지만 나머지 다수 투자기업은 모기업 카카오의 수익 확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계열사 실적이 포함된 2022년 카카오 연결 영업이익은 5693억원으로, 별도 영업이익 5439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2023년은 오히려 연결 영업이익이 4608억원으로, 별도 영업이익 5330억원보다 더 적다. 2024년 9월까지 연결 영업이익은 3847억원으로, 별도 영업이익 3693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인수한 자회사들이 아직 기대한만큼 돈을 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잉여금으로 비축된 돈을 신규투자나 기술개발로 잘 연결하지 못하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없다. 이익잉여금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은 기업 스스로 창출한 수익만으로 투자와 배당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증대에 한계가 있고 주가 상승은 기대할 수 없다.
성장가능성이 높은 플랫폼 기술기업이 필요한 막대한 투자금을 마련하려면 자본시장을 이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장에서 빌린 돈으로 신기술과 상품서비스 개발에 투자하고 M&A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추진한다. 하지만 저금리 환경과 낙관적 비즈니스 전망으로 밀려든 넘쳐나는 돈을 얼마나 귀하게 사용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내부적으로 자금이 풍부해지면 과감한 베팅의 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다. 비싸게 인수한 기업이 돈을 잘 벌지 못하는 투자실패가 반복되면 장기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글로벌 플랫폼 기술기업들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AI 등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모든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며 회사의 명운을 걸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과 견줄 수 있는 경영활동 소식을 카카오로부터 아직 전해 듣지 못했다.
견고하게 구축된 ‘국내용’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가 오히려 카카오가 글로벌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는 걸림돌이 됐을 수도 있다. 주식 내부자 의심거래나 위법사항 반복 역시 무디어진 윤리의식으로 자기검열 기능이 약화되는 조직 누수현상의 단면이다. 카카오가 처음 시작한 스타트업 시절의 기업가 정신과 기업문화를 되찾아야 한다. 플랫폼 기술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새로운 비즈니스 지평을 열어가는 카카오의 모습을 보고싶다. 카카오가 지속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강건한 글로벌 기술기업으로 거듭나 시름 깊어진 투자자에게 희망을 주길 기대한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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