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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KT&G가 행동주의 펀드와 또 다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KT&G 지분의 약 0.5%를 가지고 있는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수년째 KT&G의 지배구조 개선과 밸류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1조원대 소송까지 제기했기 때문이다. KT&G는 대규모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하며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분쟁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22일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에 따르면 이 펀드는 KT&G를 상대로 최근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DCP는 KT&G 전직 이사회가 2002년부터 17년간 산하 재단, 사내복지근로기금 등에 자사주 1085만주를 무상 또는 저가로 기부해 회사에 1조여원의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FCP는 앞서 지난해 1월에도 같은 내용으로 KT&G에 백 전 사장을 비롯한 전현직 사내외이사 21명에 대해 1조원 상당 배상금 청구 소송 제기 청구소를 발송했다.
이에 대해 KT&G는 처분 자사주 출연은 제반 절차를 준수해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KT&G 관계자는 "처분 자사주 절반은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유상출연 등에 해당해 기부가 아니다”라면서 “절차적 정당성 측면에서도 이사회 결의의 충실한 진행 및 투명한 공시 등 제반 절차를 모두 준수해 실행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공익법인 등에 자사주를 출연한 것은 근로자 복지, 배당금을 활용한 사회공헌 활동 등이 목적이었다"고 부연했다.
업계에서는 FCP가 오는 3월에 열리는 정기주주총회를 염두에 두고 KT&G이사회를 압박하는 상황이라고 본다. FCP는 지난해 주총에서도 방경만 당시 수석부사장(현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을 반대하면서 사장 후보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 등을 제기한 바 있다.
KT&G의 구조적 문제
KT&G와 행동주의펀드 간의 갈등이 반복되는 건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KT&G는 2002년 민영화 이후 대주주 없이 운영되는 소유 분산 기업이다. 대주주가 없어 경영권 방어에 취약하다는 맹점이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KT&G의 주주 구성은 자사주 13.5%를 제외하고 퍼스트이글 인베스트먼트(7.5%), 중소기업은행 (7.3%), 국민연금공단(6.48%)로 구성돼있으며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44.6%였다.
KT&G는 FCP 이전에도 세계적인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컨 연합과도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2006년 칼 아이컨 연합은 KT&G의 지분 6.6%를 확보하고 주주총회 표대결을 통해 사외이사 1명을 확보한 후 주주환원책, 인삼공사 상장 등을 요구하며 KT&G를 압박했다.
내부 인사로만 대표를 선임한다는 점도 KT&G 지배구조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KT&G가 민영화 된 이후 사장을 지낸 곽주영, 곽영균, 민영진, 백복인, 방경만 모두 내부 인사였다. 특히 직전 대표이사였던 백복인 사장은 2015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3연임에 성공해 9년 간 임기를 이어간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직 내 승진으로만 경영진을 세습하게 되면 지배구조가 악화되고 쇄신이 불가능하게 된다"며 "경영 효율성이나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기 보다는 자리 보전을 위해 이사진을 장악하거나 우호주주를 확보하며 회사 자원을 동원하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FCP의 목표는 '차익 실현'
FCP가 궁극적인 목표는 '차익 실현'이다. FCP는 2022년 KT&G의 지분 0.5%를 확보한 후 KGC인삼공사 분리 상장, 배당금 확대, 대표 선임안 반대 등을 요구해왔다. 이는 모두 KT&G의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환원 및 기업가치 제고에 관련된 것이지만 최종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다음 매도를 통해 차익을 실현하려는 목적이다.
KT&G도 FCP를 의식해 지난해 11월 대규모 주주환원책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2조4000억원의 현금배당과 1조30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이 핵심이다. 이에 대해 FCP 측이 자사주 소각 계획을 구체적으로 안내하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KT&G 측은 "이미 기존 보유 자사주 350만주(발행주식총수의 2.5%)를 소각 완료했고, 올해부터 2026년까지 기존 보유 자사주 5%에 대한 추가 소각도 예정된 점을 주주에게 충실히 소통했다"고 밝혔다.
FCP를 비롯한 행동주의펀드의 요구가 단기간 주가를 부양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효과가 있지만 기업의 재무부담을 키워 중장기 전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반적으로 행동주의펀드는 단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데 집중하기 때문에 주당순이익을 높이거나 비용 절감 등을 기업에 요구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재무적 부담이 커지고 시장 지배력이 약화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권재윤 기자 kwo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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