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주주행동주의

넷마블은 코웨이에 독일까 약일까

Numbers_ 2025. 2. 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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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은 코웨이에 독일까 약일까

넷마블이 지난 4년간 코웨이 이사회를 운영한 결과가 검증대에 올랐다. 코웨이 소액 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이하 얼라인)가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라고 요구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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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제작 = 박진화 기자


넷마블이 지난 4년간 코웨이 이사회를 운영한 결과가 검증대에 올랐다. 코웨이 소액 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이하 얼라인)가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라고 요구하면서다. 얼라인은 코웨이가 넷마블에 인수된 후 배당이 줄어 주가가 하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 업계 등에 따르면 넷마블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확대를 통해 코웨이를 ‘배당주’에서 ‘성장주’로 변화시켜 왔다. 해외 매출이 가파르게 증가하던 차에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에 직면하면서 신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지 장담이 어렵다. 오는 3월 코웨이 정기주총에서 얼라인의 주주제안 안건이 수용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MBK파트너스 대규모 배당으로 재무건전성 저하 

자료 = 예탁결제원, 그래픽 제작 = 조아라 기자

 

넷마블이 코웨이의 배당을 줄인 이유는 유동성과 재무건정성 악화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사모펀드 운영사 MBK파트너스가 코웨이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던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코웨이는 꽤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을 말한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코웨이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2013년 코웨이의 배당성향은 82.4%에 달했다. 2010년 41.23%, 2011년 46.6% 대비 두배에 가까운 규모다. 넷마블이 코웨이를 인수한 직전 연도인 2019년까지 코웨이의 연평균 배당성향은 70.9%로 계산된다. 

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코웨이 사업보고서와 예탁결제원, 그래픽 제작 = 조아라 기자

 
벌어들인 돈 대부분을 배당금을 지급하는 데 쓰다보니 코웨이의 곳간이 말라갔다. 2013년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해 2821억원에 달하던 연결기준 현금성 자산은 이듬해 1741억원으로 38.3% 감소하더니 2018년 837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현금성 자산이 줄면서 2015년 최대 138.2%였던 유동비율은 2019년 48.3%까지 떨어졌다. 유동비율은 1년 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비율로 기업의 지급능력을 나타낸다. 통상 200%를 넘어야 적정하다고 본다.

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코웨이 사업보고서, 그래픽 제작 = 조아라 기자

 
코웨이는 높은 수준의 배당 성향을 유지했지만 배당 총액이 영업현금흐름을 넘어서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코웨이의 현금 배당 총액은 연결과 별도기준 모두 영업현금흐름을 하회한 것으로 나타난다.

부채비율은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이후 되레 크게 감소한 부분이 눈에 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3년 코웨이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77.3%로 전년 동기 123.6% 대비 46.3%p 감소하며 크게 개선됐다. 

다만 2015년까지 줄어들던 부채비율은 2016년부터 늘더니 2019년에는 165%까지 급증했다. 차입금을 늘리면서 재무안정성이 악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코웨이의 신용등급은 AA에서 A로 하락했다. 코웨이는 지난 6일 ‘주주서한’을 통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코웨이가 과도한 배당으로 코웨이의 재무건정성이 악화됐다”며 배당을 축소한 이유를 밝혔다. 

넷마블 인수...유동성 개선 했지만 주가 하락 

자료 = 2024년 3분기 코웨이 실적 발표


최대주주가 넷마블로 바뀐 후 코웨이의 재무 사정은 개선됐을까. 코웨이를 인수한 넷마블은 주주환원 재원을 줄이고 투자금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핵심 사업을 강화하고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목표다. 넷마블이 코웨이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2020년 코웨이의 배당성향은 21.5%로 전년대비 26.8%p 감소했다. 이후 △2021년 19.5% △2022년 20.6% △2023년 20.8%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코웨이 사업보고서와 예탁결제원, 그래픽 제작 = 조아라 기자


별도 기준 잉여현금흐름의 40%와 연결 당기순이익 기준 20% 범위 내에서 경영현황 등 제반사항을 고려해 현금배당을 실시한다는 기조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코웨이의 현금성자산은 회복세를 보여 지난해 2881억원으로 최대치를 달성했다. 유동비율은 2022년 100%를 넘어섰고 부채비율은 △2020년 99.6% △2022년 88.8% △2023년 83.9%로 하락했다. 

코웨이는 배당을 줄이고 미래성장 동력 확보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코웨이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말레이시아와 태국 법인 투자를 늘리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신규 진출을 확대했다. 또 힐링케어 브랜드인 ‘비렉스(BEREX)’를 신규 론칭하는 한편, 코웨이라이프솔루션을 통해 실버사업 진출을 모색 중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코웨이의 2023년 기준 해외 매출은 1조4299억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의 36.0%를 차지하고 있다. 2024년에도 회원 계정수가 계속 늘면서 누적기준 회사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7.5% 성장한 3조1844억원을 기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해외 렌탈사업 관련 투자 소요로 현금흐름이 제약되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높은 누적 계정수에 기반해 우수한 잉여현금을 창출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자료 = 네이버 증권의 코웨이 시세창


신사업 확대에도 시장은 배당 감소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던 시기 최고 11만3500원에 이르던 코웨이 주가는 지난해 3만9600원까지 떨어졌다. PER(주가 수익 비율)은 최대 27.9배에서 2023년 1.1배로, PBR(주가 순자산 비율)은 최대 35.7배에서 지난해 1.1배로 감소했다. PER은 기업의 주가가 주당 순이익의 몇 배인지, PBR은 주가가 주당 순자산의 몇 배인지 나타내는 지표다. 지표가 낮을 수록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자료 = 예탁결제원, 그래픽 제작 = 조아라 기자


주가가 계속 떨어지자 코웨이는 주주서한을 통해 배당 확대 계획을 밝혔다. 배당성향을 기존 연결 당기순이익의 20%에서 40%로 확대하겠다는 게 골자다. 또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단행할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자사주 2.6%를 전량 소각할 방침이다. 

주주총회서 배당성향 90% 상향 성사 '촉각'

배당 확대 계획이 기대에 못 미쳤을까. 얼라인은 지난 16일 주주서한을 통해 주주환원 정책을 더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배당성향을 90%까지 높이라는 게 핵심이다.

또 주주간 이해충돌을 줄이기 위해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를 요청했다. 얼라인은 넷마블의 최대주주인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이 코웨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넷마블이 직간접적으로 코웨이의 모든 이사를 선임해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 = 네이버증권·코웨이 홈페이지 '주주구성' 카테고리, 그래픽 = 조아라 기자


넷마블은 2024년 3분기 기준 코웨이의 주식 25.1%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주요 주주로 국민연금(6.44%), 영국 투자운용사인 임팩스에셋그룹(5.23%), 블랙록(5%) 등이 있다. 나머지는 자사주(1.7%)를 제외하고 소수 주주로 이뤄져 있다.  

업계는 얼라인이 집중투표제과 주주 추천 사외이사 선임을 도입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대표적인 행동주의 펀드로 알려진 언라인은 코웨이 지분 2.84%를 보유하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선임하려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1인 1의결권의 예외로 소액 주주의 이사 선임 가능성을 높여준다.

얼라인의 주주 제안 수용 여부는 정기주총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코웨이는 지난 22일 얼라인의 주주제안에 대한 공식 답변을 공개했다. 주주제안의 적법성 여부를 검토해 절차에 따라 주주총회에 반영한다는 내용이다. 

코웨이는 “‘결산 재무제표’와 ’외부감사 결과’ (연결 당기순이익) 40% 수준의 당사 배당정책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될 수 있고, 확정되는 대로 관련 법령과 정관에 따라 투명하게 시장에 안내 및 공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코웨이 측은 “주주제안의 모든 안건은 주주총회에 상정되며 총회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