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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마이크론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는 인적분할을 단행한다. 본업인 반도체후공정(OSAT)과 계열사 관리 업무를 분리해 경영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의도다. 이 과정에서 브라질 법인을 사업회사가 아닌 지주회사 산하로 배치했다. 최근 레거시(범용) 메모리 불황으로 별도법인의 수익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해외법인을 지주회사에 귀속시켜 눈길을 끈다.
하나마이크론은 기존 사업과 투자 사업의 경계를 명확히 분리하는 인적분할로 경영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분할 후 존속법인은 하나반도체홀딩스(가칭)이며 신설법인은 하나마이크론이다. 분할비율은 32.5%대 67.5%다. 인적분할을 마친 뒤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 등을 거쳐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성립 요건을 충족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브라질 법인을 지주회사 산하에 배치한 점이 눈길을 근다. 하나마이크론은 지주회사로 전환될 예정인 하나반도체홀딩스가 브라질 법인을 관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회사가 제출한 분할계획서를 살펴보면 신설법인은 베트남법인인 ‘HANA Micron Vietnam Co., Ltd’와 ‘Hana Micron Vina Co.,Ltd’를 승계 받을 예정이다. 신설법인이 받을 ‘종속기업투자주식’ 규모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장부가액은 1618억원으로 동일하다. 베트남법인을 제외한 나머지 연결 자회사를 지주회사로 넘긴다는 의미다.
하나마이크론은 브라질에 반도체 패키징을 담당하는 HT마이크론과 모듈 생산을 담당하는 HE(HANA Electronics)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지난 2009년 브라질 기업 빠리츠와 함께 자본금 45억원 규모의 합작법인(JV) HT마이크론을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 2300평 공장 완공, 2023년 1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는 등 외형을 키웠다.
이 같은 결정은 최근 미국의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자국 복귀)과 브라질 세제혜택 정책 등에 따라 수혜가 예상되는 브라질 법인을 더욱 키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브라질 법인을 사업회사 산하에 둘 경우 지주회사와의 관계는 손자회사로 잡혀 의사결정 과정이 비효율적일 수 있다.
최근 스마트폰, PC 등 정보기술(IT) 제품 수요 둔화에 따른 레거시 메모리 불황으로 별도법인의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매출 비중이 작지 않은 해외법인을 모두 사업회사에 배치하면 지주회사의 재무체력에 빈틈이 생길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하나마이크론의 별도기준 영업이익과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각각 114억원, 469억원이다. 순손실은 328억원, 229억원이다. 그나마 자회사들이 어느정도 적자를 상쇄했다.
그럼에도 브라질 법인을 지주회사의 산하에 두면 경영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회사와 동등한 위치에서 계열 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는 만큼 배당 정책 또한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
증권업계는 하나마이크론 해외법인의 수익성이 우호적 업황에 기반해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5년 베트남법인의 매출은 7326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 개선이 동반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브라질법인도 우호적 정책 변화에 기반해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 개선이 동반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하나마이크론은 2030년까지 브라질 법인의 매출을 5억달러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같은 기간 베트남 법인은 12억달러를 목표치로 제시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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