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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그룹은 HD현대를 비롯한 계열사의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아왔다. HD현대의 경우 정관상으로는 대표와 의장의 분리 규정이 도입돼 있지만 지주사 전환 이후 권오갑 회장이 줄곧 의장을 맡아왔다. 그러나 최근 상장 계열사를 중심으로 ‘대표=이사회 의장’ 분리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권오갑 회장, 이사회 의장 겸직…정관상 분리 규정은 마련
지난해 기준 HD현대의 이사회 구성은 권오갑 HD현대 회장(대표이사),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대표이사) 등 2인의 사내이사와 서승환, 장경준, 이지수 등 3인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 인적분할로 현대로보틱스를 설립했다. 현대로보틱스는 2018년 3월 현대중공업지주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2022년 HD현대로 사명을 변경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주사 전환 이후 HD현대의 이사회 의장은 줄곧 권 회장이 맡았다. HD현대는 정관상 이사회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대표와 이사회 의장 분리 규정이 도입돼 있다. 다만 권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아오면서 ‘대표=이사회 의장’ 공식은 지속됐다.
대표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것이 의무는 아니다. 많은 기업에서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다만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에 오르는 것이 선진화된 지배구조 체계로 평가되며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진다. HD현대도 정관상으로는 대표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선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아직 이를 이행하는 단계는 아니다.
HD현대는 이사회의 독립성이 충분히 보장돼 있기 때문에 현재의 구조에도 크게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HD현대는 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대표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지 않더라도 상법에서 정한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결격사유를 엄격하게 검토해 주주총회에서 선임했다”며 “이사회에서도 사외이사 비중이 높아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대표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선임, 선임사외이사 및 집행임원 제도 시행 여부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상장 계열사 중심 ‘대표=이사회 의장’ 분리
최근 HD현대의 중간지주사와 상장 계열사들에서 대표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 HD현대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산하 계열사부터 점진적으로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먼저 조선업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말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발표하면서 2027년까지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HD한국조선해양도 그간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구조였으며 현재는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산하에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HD현삼호 등 조선 계열사를 두고 있다.
건설기계 제품을 생산하는 HD현대건설기계도 2024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박기태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하면서 대표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HD현대 산하 HD현대마린솔루션은 올해부터, HD현대일렉트릭은 2027년부터 대표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법률 전문가→관료 출신 사외이사 변화
HD현대의 이사회는 전문 경영인, 법률 및 회계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으며 이사회의 구성원 5인 중 3인을 사외이사로 둬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HD현대가 지주사 체제로 출범한 2018년부터 최근까지는 법률 전문가를 중심으로 사외이사를 구성하는 경향성이 있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사외이사진은 황윤성, 신재용, 김화진 등 3인으로 구성됐다. 이중 황윤성 전 사외이사는 제3대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지청장을 거쳐 법무부 법무실 실장, 제13대 검찰청 지검장을 역임한 법조인이다. 또 김화진 전 사외이사는 하버드대 로스쿨 석사, 뮌헨대 법학 박사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로 활동한 법률 전문가다.
2022년과 2023년에는 황윤성 전 사외이사와 함께 또 한명의 법률 전문가인 이지수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이지수 사외이사는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기획재정부 예산성과금 및 국세예규 심사위원, 국세청 비상장주식평가 심의위원 및 납세자보호관, 수원지방법원 및 서울가정법원, 청주지방법원 판사를 역임했으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2024년부터는 경제 전문가이자 고위 관료 출신을 선임하면서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해 합류한 서승환 사외이사는 연세대 경제학 석사,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연세대 총장과 박근혜 정부 시절 국토교통부 장관을 역임한 경제학 전문가다. 최근 국내 조선업체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관료 출신의 인사를 영입해 의사결정의 전문성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수민 기자 k8silverxyz@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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