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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Governance)를 분석합니다.
녹십자의 창업자 장남이 최근 발 빠르게 지분 정리에 나서고 있다. 앞서 경영권 참여에 뜻이 없었던 만큼 보유지분을 현금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동생인 허은철 녹십자 대표와 작은아버지인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회장의 일가가 적극적으로 지분을 늘리고 있는 만큼 향후 경영권 갈등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보유 주식 대부분 매도 25억 현금화
2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은 지난해에만 수십차례에 걸쳐 녹십자홀딩스 지분 14만7900주를 장내 매도했다. 녹십자홀딩스의 주가가 1만7000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허 전 부사장은 약 25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공시로 확인된 허 전 부사장의 매도 건수는 45차례다. 특히 주식 매도는 지난해 하반기에 집중됐다. 그는 지난해 9월19일부터 12월18일까지 세 달여간 32차례 지분을 장내 매도했다. 영업일을 감안하면 이틀에 한 번꼴로 지분을 내놨다는 뜻이다.
주식 대거 매도로 허 전 부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녹십자홀딩스의 지분은 2만주(0.04%)에 불과하다. 2022년 9월 초 31만485주(0.66%)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2년 만에 보유지분의 대부분을 매각한 셈이다. 2022년은 부인인 박혜연씨로부터 녹십자홀딩스 주식 2만1100주를 증여받은 해다.
허 전 부사장이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보유한 것은 10년 전부터다. 그는 2014년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을 통해 지분을 확보했다. 2009년 별세한 부친이 유언장에 장남을 유산 상속에서 제외하면서 소송을 진행한 결과다. 당시 그는 승소한 뒤 목암연구소와 미래나눔재단 등으로부터 녹십자홀딩스 주식 46만3551주를 돌려받았다.
이후 꾸준히 장내에서 지분을 매입하며 2016년엔 1.07%까지 지분을 늘렸다. 당시 2%대였던 두 동생(허은철 녹십자 대표,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대표)과도 큰 격차를 보이지 않았다.
오너 3세들 지분 확대와 대조적 행보
허 전 부사장이 사실상 지분 전량을 매도한 시기는 경영승계를 위한 오너가의 지분 확보 경쟁이 본격화한 시기와 맞물린다. 사실상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녹십자는 현재 후계승계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창업자인 고(故) 허영섭 회장의 자녀와 허일섭 회장 일가가 모두 경영승계의 대상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허영섭 회장의 자녀 중에선 허은철, 허용준 대표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허영섭 회장의 동생인 허일섭 회장 라인에선 허진성 전무가 경영 일선에 배치된 상태다.
승계 명분상 허은철, 허용준 대표가 앞서있다는 평가이지만 지분 구성에선 다른 인물에 크게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두 대표의 지분율은 각각 2.63%, 2.91%에 불과하다. 반면 허일성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율은 14.05%에 달한다.
이 때문에 허은철 대표는 본인을 포함해 두 자녀도 지속적으로 지분을 장내에서 매입하고 있다. 허은철 대표는 지난해 초 세차례에 걸쳐 1만5752주를 2억5000만원에 장내 매수했다. 2001년과 2003년생인 두 아들 역시 총 16차례에 걸쳐 4만9669주를 장내 매수했다. 시가 기준 8억원에 달하는 액수다.
허진성 전무 역시 2023년에만 4만주(6억1645억원)를 장내 매수하며 지분을 늘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허성수 전 부사장의 이번 주식 매도는 본인이 사실상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물론 어느 편도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향후 경영승계에 그의 역할은 사실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형석 기자 khs84041@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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