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원문 바로가기
[데스크시각] 불확실성 커진 코스닥 기업, 영구채 발행 주의보
한국 경제는 최근 각종 대내외 악재의 여파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국내 기업들은 고환율과 고물가에 따른 경기 악화 위기에 대처하고 있지만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불확실
www.numbers.co.kr
한국 경제는 최근 각종 대내외 악재의 여파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국내 기업들은 고환율과 고물가에 따른 경기 악화 위기에 대처하고 있지만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불확실성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현장에서 마주한 중소기업의 종사자들은 불안한 경영환경 속에서 올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기업은 안정적 경영을 위해 꾸준하게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권 또는 다른 기업에서 차입을 일으키거나 회사채, 기업어음(CP)를 발행한다. 자본을 늘리는 유상증자도 하나의 방편이다. 다만 회사채를 발행할 형편이 안 되는 스타트업, 중소기업은 조달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이들이 상장에 매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소기업은 주로 코스닥 시장에 둥지를 튼다. 상장에 성공하면 위상이 올라가고 한동안 자금 걱정도 덜어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영속을 위한 유동성 확보의 숙명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코스닥 상장사의 진짜 생존은 여기서 시작된다. 보편적으로 장단기 차입을 활용하지만 고금리 시기에 부담을 마냥 늘릴 수도 없다. 그렇다고 기존 주식가치 희석을 야기하는 증자도 쉬운 선택은 아니다.
고민이 깊은 코스닥 상장사에게 메자닌 채권은 단비였다. 메자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모두 지닌 금융상품이다. 협상력만 갖추면 차입보다 낮은 금리에 조달할 수 있고 상환 여력이 부족하면 신주 발행으로 갈음할 수 있어 다각도로 활용됐다. 메자닌은 상환, 전환기간을 조절할 수 있지만 대체로 3~5년의 단기성 자금으로 쓰이곤 한다.
다만 메자닌은 재무제표에 부채로 잡히는 만큼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수익 성과가 저조한 코스닥 상장사 입장에서 마냥 부채를 늘리기는 쉽지 않은 노릇이다. 경제 불확실성으로 유동성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조달 수단을 찾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자본시장에서는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영구채는 만기가 없거나 통상 30년을 기한으로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이다. 메자닌과 마찬가지로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모두 지니고 있다. 영구채의 장점은 재무제표에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계상된다는 점이다. 기업 입장에서 자금 조달에 따른 지분 희석이 없으니 경영권 방어에 용이하고, 이자도 비용으로 처리해 법인세를 줄일 수 있으니 매력적인 카드인 셈이다.
최근 영구채는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만기 30년 이상 영구채 물량은 5조원을 넘어섰는데 이는 전년보다 3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그동안 일정 규모를 갖춘 기업들이 보조 조달 수단을 활용했지만, 최근 코스닥 상장사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특히 향후 성장 기대감이 높은 기술 기업에 자금이 쏠리는 추세를 보였다.
영구채 발행은 이처럼 코스닥 상장사에게 또 하나의 선택지로 다가오고 있다. 다만 메자닌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제약과 부담이 따르고 있어 유의가 필요하다. 영구채는 이론상 이자만 지불하면 영원할 것처럼 보이지만 구조를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자본시장에서는 사실상 ‘5년물 회사채’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조기상환 옵션이 관행처럼 이행되곤 한다.
실제로 영구채의 암묵적인 룰을 둘러싼 헤프닝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 2017년 11월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에 콜옵션 상환 조건을 포함해 발행했다. 하지만 상환 예정일인 2022년 시장 상황이 악화되자 콜옵션을 이행하지 않기로 하고 금리를 가산하는 스텝업(step-up) 조항에 따라 이자율을 올려서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자 투자자들은 이런 결정이 관행을 무시하고 신뢰를 깼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결국 흥국생명은 상환 결정을 내렸다.
영구채 성격에 맞춰 옵션 상환기간을 길게 잡는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남동발전은 2012년 2300억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콜옵션을 12년 뒤인 2024년으로 잡았다. 하지만 기간이 길어 행사일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쳤다. 한국남동발전은 스텝업 조항에 따라 추가로 금리를 더해 상환을 진행해야 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영구채 발행과 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규모가 작고 조직 변동도 많은 코스닥 상장사는 영구채 발행이 예상치 못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필호 중기벤처부장 nothing@bloter.net
'Perspectiv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희철의 M&A 나침반] 기업 회생 M&A의 법률 쟁점 및 실무 고려사항 (0) | 2025.02.06 |
---|---|
[박종면칼럼] 대통령이 바뀔 때 금융업에 생기는 일 (0) | 2025.02.05 |
[디깅노트] 토스·케이뱅크 IPO 무산이 증권 업계에 남긴 기회비용 (0) | 2025.02.03 |
[CFO 리포트] 카카오의 적(敵)은 카카오 (0) | 2025.01.14 |
[박종면칼럼] 김석동의 경고, 최상목의 결단 (1) | 2025.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