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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의 아워홈 인수전이 장기전으로 치닫을 전망이다. 인수 협상의 '키'를 쥐고 있는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은 지난 23일이 기한이었던 한화그룹의 지분 동반 매각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회사를 팔고 싶어하는 아워홈 장남·장녀와 달리 구지은 전 부회장이 매각 반대 의사를 고수해 온 만큼 한화가 지분 거래를 강행한다면 법적 공방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특히 구지은 전 부회장은 친가인 범LG가와 달리 딸들에게도 회사 경영의 기회를 부여하는 외가 범삼성가의 영향을 받아 회사 경영에 대한 의지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구지은 전 부회장은 한화로부터 전달받은 아워홈 주식 동반 매각 제안 기한인 23일까지 답변하지 않음으로써 끝까지 자신의 지분(20.67%)을 방어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한화는 아워홈 1남3녀 중 장남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38.56%), 장녀 구미현 아워홈 회장(19.28%)과 내달 초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지은 전 부회장과 뜻을 같이하는 차녀 구명진씨의 지분은 19.6%다.
고 구자학 아워홈 선대회장의 부름을 받고 네 자녀 중 가장 먼저 경영 수업을 시작한 구지은 전 부회장은 회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유명하다. 2004년 구매물류사업부장으로 입사해 2021년 범LG가의 장자승계 전통을 깨고 첫 여성 대표이사(부회장)로 임명되기까지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얻은 사명감이다. 2000년 LG에서 분할 설립된 이래 처음 적자에 빠져있던 아워홈은 그가 대표이사로 부임한 첫 해 흑자로 돌아섰고, 2년 뒤인 2023년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이모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을 잇는 여성 기업인이자 사촌 자매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유경 당시 신세계 총괄사장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오너 경영인으로 재계에서 활약했다. 특히 이명희 총괄회장, 이미경 부회장과는 평소에도 만나 조언을 구하는 등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사이였다.
하지만 고질적인 내홍이 여성 경영인으로서의 그의 비전을 가로막았다. 2015년 이후 크고 작은 잡음을 이어온 남매간 경영권 다툼이 대표이사 취임 3년 만인 지난해 재차 터졌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장남과 장녀 연합에 대표직을 내주고 이사회에서도 물러났다. 같은해 6월 새로 수장에 오른 장녀 구미현 회장은 취임 직후 장남 몫까지 포함해 보유 지분을 넘기겠다는 의사를 대내외에 밝혔고, 한화가 응답했다.
하지만 구지은 전 부회장은 회사를 지키려는 뜻이 완강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네 남매 중 아워홈에 가장 오랜 시간 근무하며 장자승계를 깬 찬란한 과거와 부친이 세운 회사에 대한 책임감, 자식간 분쟁에 의한 몰락이 그 의지를 더욱 확고히 만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록 경영권이 넘어갔지만 막냇동생이 언니오빠의 지분 이양 작업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하기엔 아직 카드가 남아있다. 주주간 우선매수권이 그중 하나다. 아워홈 정관에 따르면 주주가 주식을 외부에 양도할 때 기존 주주가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다.
다만 우선매수권의 ‘효력’을 두고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한화는 삼녀에게 우선매수권 행사 의향과 기회를 충분히 줬다는 입장이다. 이에 답하지 않은 삼녀가 해당 권리를 포기했다고 보기 때문에 걸림돌 없이 이사회 결의를 거쳐 장남과 장녀의 주식을 양도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구지은 전 부회장은 매수자 측의 일방적 통보였을 뿐, 우선매수 권리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한화가 주식 거래를 추진할 경우 구지은 전 부회장은 우선매수권을 근거로 법원에 지분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쏠린다. ‘한화vs구지은’의 대치 구도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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