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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법정관리] 쿠팡에 밀리고 규제에 치이고…마트 2인자의 몰락

Numbers_ 2025. 3. 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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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법정관리] 쿠팡에 밀리고 규제에 치이고…마트 2인자의 몰락

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지 10년 만에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유통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커머스 공세와 대형마트 규제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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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회생절차에 들어선 홈플러스가 온오프라인에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 제공=홈플러스


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지 10년 만에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유통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커머스 공세와  대형마트 규제 속에서 온·오프라인 경쟁력을 상실해 실적이 악화됐고, 결국 금융권의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법원은 홈플러스가 신청한 기업회생절차를 받아들여 전날부터 절차를 개시했다.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지난달 말 신용평가사에서 신용등급이 A3-로 강등돼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회생을 통한 금융권 부채 조정에 나섰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영업은 정상적으로 운영되며 현재의 공동 대표 체제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팬데믹 이후 온·오프라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결국 법정관리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1997년 삼성물산과 영국 테스코가 합작해 설립한 홈플러스는 1999년 영국 테스코, 2015년 MBK파트너스로 주인이 바뀌는 동안 이마트, 롯데마트와 함께 국내 대형마트 ‘빅3’ 자리를 지켜왔다. 2023년 국내 대형마트 매출 기준으로 홈플러스는 6조9314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2위 자리를 유지했으나, 1위 이마트(16조9020억원)와의 격차는 컸다. 3위 롯데마트(5조7347억원)와도 차이는 있지만 빠르게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대형마트 2위의 추락

홈플러스의 위기는 팬데믹 시기 쿠팡을 필두로 한 이커머스가 급성장하면서 시작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유통업체 매출 중 대형마트 비중은 2020년 17.9%에서 2023년 11.9%로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온라인 비중은 46%에서 50.6%로 증가했다. 쿠팡이 지난해 유통업계 최초로 매출 40조원을 돌파하며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 동안 홈플러스를 비롯한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실적은 지속적으로 쪼그라들었다.

홈플러스 강점인 오프라인 시장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2012년부터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은 매월 2회 의무휴업과 심야영업 제한을 포함하고 있어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홈플러스에 더욱 불리하게 작용했다. 오프라인 유통도 창고형 할인점과 편의점 중심으로 재편됐다.

결국 홈플러스는 2020년을 기점으로 수익성이 급락했다. 2020년 매출액 6조 9662억원, 영업이익 99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4.6%, 41.8% 감소했다. 이후 홈플러스는 2021년 -1335억원, 2022년 -2602억원, 2023년 -1994억원 내리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대형마트 위기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모두에 해당하는 이야기이지만, 이마트와 롯데는 대기업 집단에 속해있는 데다 오너 경영 시스템이어서 버틸 수 있는 힘이 있는 반면 홈플러스는 단독 회사에 최대주주가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눈앞의 수익에 예민할 수밖에 없어 (법정관리라는) 직격탄을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 운영방식의 한계

MBK파트너스의 운영 방식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7조 2000억 원에 인수했으며 이 가운데 5조원을 대출로 조달했다.  홈플러스가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하면서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에는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결정적 이유다. 

특히 MBK 체제에서 운영비 절감을 위해 점포들을 연이어 폐점한 것은 MBK 운영 실패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홈플러스는 2021년부터 안산점, 대전 탄방점 등 17개 매장을 폐점했으며 순천 풍덕점, 부천 소사점 등 7개 매장 추가 폐점도 예정돼 있다. 올해 7월 폐점 예정인 부천 상동점은 홈플러스 내 매출 상위 5위권에 드는 우량 점포다. 단기적으로 운영비는 절감했지만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경쟁력은 더욱 약화되고 있는 셈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구조조정 과정에서 점포 매각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재윤 기자 kwon@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