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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법정관리] MBK '세일앤리스백' 자금 회수…채권자는 '속앓이'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후 10년간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해왔다. 그럼에도 끝내 금융부채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채권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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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후 10년간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해왔다. 그럼에도 끝내 금융부채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채권자들은 홈플러스의 부동산 담보가 확실한 만큼 자금 회수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과거 부지를 정리할 때도 걸림돌이 많았던 만큼 생각보다 골머리를 앓게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전날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했다.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개시 목적은 금융채무 탕감 혹은 조정을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을 두고 차입금 상환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전날 홈플러스의 최대주주 MBK는 홈플러스 회생절차 개시 이유에 대해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향후 잠재적 단기 자금 부담을 선제적으로 경감해 홈플러스의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신용평가사들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강등하면서 단기 자금 운용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에 선제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해 왔다. MBK가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투입한 금액은 7조2000억원이다. 당시 블라인드펀드로 2조2000억원을 조달하고 홈플러스 명의로 5조원을 대출받는 차입매수(LBO) 방식을 사용했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에 따르면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매각한 점포는 20여곳이다. 인천 가좌점, 경기 의정부점 등 14곳은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폐점하지 않았지만, 알짜 점포로 꼽히던 안산점, 해운대점 등은 매각 후 폐점됐다.
하지만 MBK가 주인이 된 후 홈플러스의 실적이 고꾸라졌다. 2015년 3월부터 2016년 2월까지 1년간 홈플러스의 매출액은 7조526억원, 영업이익은 1944억원이었다. 2023년 3월부터 2024년 2월까지 매출액은 6조9315억원, 영업손실은 1994억원이다. MBK가 주인으로 있는 동안 유통 시장이 온라인 위주로 바꼈고 코로나19로 이커머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에 오프라인 유통을 중심으로 영업하던 홈플러스가 직격탄을 맞았다.
결국 이익창출력이 하락하면서 신용등급이 강등됐고 기업회생까지 이어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회생절차는 홈플러스 실적이 회복될 기미가 안보였던 것이 컸던 것 같다"며 "MBK의 세일앤리스백 방식도 한계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에도 지난해 1조3000억원 규모 리파이낸싱을 조달한 메리츠금융그룹은 자금 회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메리츠금융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메리츠금융그룹은 홈플러스에 대한 담보채권(신탁)을 1조2000억원 보유 중이지만 신탁사의 담보가치가 약 5조로 평가받는 만큼 자금회수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통상 기업이 회생절차를 개시하면 보유 자산은 동결된다. MBK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이 중단된 이유다. 하지만 신탁 계약에 맡겨진 자산은 기업회생을 신청한 회사의 자산으로 보지 않아 회생 절차와 관계가 없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메리츠금융그룹의 홈플러스 대출잔액은 1조2167억원이다. 구체적으로 메리츠증권 6551억원,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캐피탈이 각 2808억원이다. 홈플러스는 보유하고 있는 62개 점포를 부동산 담보 신탁한 후 메리츠금융을 해당 신탁의 1순위 우선 수익권자로 설정했다. 메리츠금융이 담보로 확보한 홈플러스 62개 점포의 감정가액 합계는 약 4조8000억원 규모다. 메리츠금융은 이번 회생절차와 상관없이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시 담보를 처분할 수 있다.
다만 부동산 매각에 걸림돌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MBK는 점포 매각 때마다 노동조합의 반발을 겪어 왔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등 마트가 폐점하거나 부지 매각을 할 때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로 노조들의 반발도 있었겠지만 주민들의 민원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신평은 보고서를 통해 메리츠금융에 대해 "회수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나 우수한 담보인정비율(LTV)을 감안할 때 최종적인 손실가능성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담보자산의 환가 과정에서 그룹의 유동성에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홈플러스 점포 3곳을 투자한 유경PSG자산운용이 점포 매각에 난항을 겪으며 만기를 3년 연장한 것과 마찬가지로 메리츠금융이 담보권 실행을 통해 대출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MBK가 선제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했다고 하지만 상황이 정말 안 좋은 것 같다"며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자금 차입이 어려워지고 단기 채무 상환을 목하면서 기업회생까지 신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새 기자 sa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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