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게임사 곳간 점검] 넷마블이 지갑을 닫아야 하는 이유

Numbers_ 2025. 3. 3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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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곳간 점검] 넷마블이 지갑을 닫아야 하는 이유 

넷마블이 2년여간의 부진을 끊고 2024년 흑자를 이뤄냈지만 여전히 긴축 재정을 유지하고 있다. 눈에 띄는 투자 이력도 없는데 차입 규모까지 늘었다. 매출이 줄어든 가운데 조단위 투자를 감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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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넷마블 사옥 /사진 제공=넷마블


넷마블이 2년여간의 부진을 끊고 2024년 흑자를 이뤄냈지만 여전히 긴축 재정을 유지하고 있다. 눈에 띄는 투자 이력도 없는데 차입 규모까지 늘었다. 매출이 줄어든 가운데 조단위 투자를 감행했던 2022년 당시 위기의 여파가 아직까지 이어진 탓이다. 넷마블은 현금성 자산 규모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될 때까지 유동성 확보에 주력할 전망이다. 

'나혼렙' 덕에 현금 넉넉 

29일 넷마블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연결 현금성자산은 5587억원으로 전년대비 34.2% 증가했다.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3700억원으로 같은 기간 216.5% 급증했다. 유동비율은 46.7%에서 82.7%로 상승했다. 

현금성자산 증가는 연결 순이익이 32억원으로 흑자전환하면서 영업현금흐름이 유입으로 전환한 영향이다. 순이익은 현금흐름 산정의 기준이 된다. 순이익에서 현금이 들어오지 않은 수익과 자산을 빼고, 현금이 나가지 않은 비용과 부채를 더하는 과정이 현금흐름에 나타난다. 현금흐름은 기업의 실제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읽힌다.  

영업현금흐름은 영업 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현금 흐름이다. 넷마블의 지난해 연결 영업현금흐름은 순유입 2877억원을 기록했다. 빠져나간 현금보다 들어온 현금이 많았다는 의미다. 2023년 넷마블의 영업현금흐름은 -981억원으로 유출을 보였다. 

넷마블이 지난해 내놓은 수집형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나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이하 나혼렙)’이 크게 흥행하면서 실적이 개선된 결과다. 지난해 연결 매출은 전년 대비 6.5% 증가한 2조6638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2156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투자·재무현금흐름 '긴축 모드'

통상 매출이 늘면 이른바 ‘판매비’의 일종인 인건비와 마케팅비도 증가하기 마련이다. 넷마블은 허리띠를 바짝 조이면서 비용 효율화를 이뤘다. 지난해 연결기준 마케팅와 인건비는 각각 5.6%, 2.2% 감소했다.

넷마블의 이같은 ‘긴축 모드’가 현금흐름 전반에서 나타나는 점이 주목할 대목이다. 투자현금흐름은 전년과 마찬가지로 유입을 나타냈다. 자산을 매각해 자금 회수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지난해 연결 투자현금흐름은 367억원이다. 

실제 넷마블의 지난해 투자처는 투자조합인 아크뉴리테일펀드가 유일하다. 크래프톤과 엔씨소프트, 넥슨 등이 지식재산권(IP) 확대를 위해 전방위로 투자를 확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공개된 신작 외에도 트랜스미디어 전략을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해 다양한 게임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무현금흐름은 유출폭이 줄었다. 돈을 덜 갚거나 더 빌렸다는 의미다. 지난해 넷마블의 연결 재무현금흐름은 순유출 -2207억원으로 전년 -4801억원보다 유출 규모가 2596억원 감소했다. 4334억원 규모의 장기차입이 새로 발생한 가운데, 단기차입금 상환규모가 전년대비 8466억원 줄었다. 

2년간 떨어진 신용등급, 아직 상향 전

넷마블이 나혼렙 흥행에도 곳간을 닫아건 이유는 뭘까. 수년간 이어진 부진에서 벗어난 지 얼마되지 않은 데다, 대규모 투자로 발생한 차입금 부담이 지속되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넷마블 사업보고서 참고 /표=조아라 기자 작성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우수한 수익성을 보인 넷마블은 신작 출시 연기와 기존 게임 매출 저하로 실적이 악화됐다. 또 정보기술(IT)업계의 임금 인상 여파로 인건비가 늘면서 2022년과 2023년에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2022년부터 시작된 순손실은 지난해 1분기까지 이어졌다. 

조단위 투자로 차입금 부담이 커지면서 유동성도 악화됐다. 넷마블은 2020년에 코웨이 인수에 1조7400억원을 썼다. 코웨이 인수 자금의 70%는 보유 현금을 활용했고 나머지 5500억원은 금융회사들로부터 빌렸다. 

이 가운데 스핀엑스 인수에 2조6000억원을 투입했다. 이중 1조6000억원을 외부에서 조달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금융비용이 늘어난 가운데 2023년 과천 신사옥 건설에 3600억원을 썼다. 다급한 넷마블은 2023년 자산을 내다 팔면서 투자현금흐름 유입액이 4656억원에 육박했다. 스핀엑스 잔여 인수 자금은 올해까지 지급해야 해 부담은 남아있다.

지난해 현금성자산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2021년 1조3537억원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넷마블의 유동성 악화는 떨어지는 신용등급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21년 넷마블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AA-·부정적’으로 부여한 데 이어, 2022년에는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듬해에는 ‘A+·부정적’으로 등급 전망을 다시 내렸고 아직까지 등급을 올리지 않고 있다. 

넷마블 관계자는 “인수금융 차환 금액을 축소하고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며 “재무건전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시장환경을 모니터링하면서 효율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