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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추진' 발란, FI 손실 확대..."인수자 물색도 어려워"

Numbers_ 2025. 4. 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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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추진' 발란, FI 손실 확대..."인수자 물색도 어려워"

명품 유통 플랫폼인 발란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회생절차와 동시에 매각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발란의 기업가치가 어디까지 떨어질지 알 수 없는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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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발란


명품 유통 플랫폼인 발란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회생절차와 동시에 매각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발란의 기업가치가 어디까지 떨어질지 알 수 없는 가운데 높은 몸값을 지불했던 재무적 투자자(FI)는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회생계획 인가 전 매각”…FI 엑시트 활로는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기업회생절차 승인 전에 매각에 나설 계획이다. 만약 발란이 계획대로 매각을 진행하면 FI는 투자금을 어느 정도 회수할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인수자를 찾더라도 기대하는 수준의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발란는 지금까지 다양한 FI로부터 꾸준히 투자를 유치했다. 주요 FI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기업은 △신한캐피탈(7.45%) △SBI인베스트먼트(7.06%) △코오롱인베스트먼트(5.15%) △KTB네트워크(현 우리벤처파트너스, 4.59%) △컴퍼니케이파트너스(1.55%)  등이다. 전략적 투자자(SI)인 네이버와 리앤한은 각각 7.98%, 7.28%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발란은 시리즈D 투자 유치를 추진했으며, 당시 기업가치는 5000억원까지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시리즈B에서는 2000억원, 시리즈C 에서는 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미정산 사태와 함께 기업회생까지 진행하면서 기업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이에 FI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실리콘투가 전환사채(CB)를 취득하며 산정한 발란의 몸값은 290억원에 불과했다. 매각 시 밸류에이션 산정 수준은 알 수 없지만, 대부분 투자사는 손해를 보고 구주를 팔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최형록 발란 대표는 지난달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며 "올해 1분기 계획한 투자 유치를 일부 진행했으나 예상과 달리 추가 자금 확보가 지연돼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에 빠졌다"며 "파트너들(입점사)의 상거래 채권을 안정적으로 변제하고 발란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회생을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발란이 담보권자나 금융권 채무가 거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자금 유동성 문제만 해소된다면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생절차와 함께 인수합병(M&A)을 빠르게 추진하겠다며 주중에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회생계획안 인가 전에 외부 인수자를 유치, 현금흐름을 대폭 개선해 사업의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을 빠르게 높일 것"이라며 "인수자 유치로 파트너들의 상거래 채권도 신속하게 변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미 손상처리 시작한 VC…"매각 가능성 낮아"

발란이 매각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투자사들은 인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투자사들의 의견이다.

발란에 투자했던 투자사의 한 관계자는 “매각이 된다면 투자사 입장에서는 반가운 이야기지만, 명품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고 있고 명품 플랫폼 이용률도 점차 낮아지고 있어 인수자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발란의 월평균 거래액은 300억원 정도로 명품 플랫폼 중에서는 인지도와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며 "인수자가 안고가야 할 추가적인 부채도 없기 때문에 미정산대금만 처리할 수 있다면 인수할 가치가 충분히 높은 회사"라고 덧붙였다.

최 대표가 매각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지만 이미 일부 투자사는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일찌감치 손상처리에 나섰다.

네이버는 2020년 11월 발란에 40억원을 투자했으나 지난해 투자 장부가액을 86억원에서 60억원으로 조정하며 평가손실을 반영했다. 또 리앤한도 2018년 시리즈A 라운드에서 20억원을 투자했지만 2023년 감사보고서에서 투자금 중 1000원만 남기고 전액 손상 처리했다. 초기에 투자한 SI들이 이미 손상차손으로 계상했기 때문에 더 높은 밸류에 투자를 집행한 VC들 역시 투자금 전액을 감액해야 하는 상황이 놓일 가능성이 높다.

한 회계사는 "투자사들이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를 완전히 포기한 것이 아니라 발란의 순손실 규모가 크다보니 감사법인의 의견에 따라 손상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손상으로 인식하지 않으면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발란 미지급 정산 금액은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란의 2023년 매출은 392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줄었고, 순손실도 122억원에 달했다.

 

김가영 기자 kimgoin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