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 캐시카우 애경산업 팔고 LCC 몸집 키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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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 캐시카우 애경산업 팔고 LCC 몸집 키우나

 

애경그룹이 수익 창출원인 애경산업을 매물로 내놓은 가운데 또 다른 주력 자회사인 제주항공을 내세워 새로운 M&A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사진 제공 = 애경그룹

애경그룹이 모태이자 캐시카우인 애경산업을 매각하기로 한 배경을 두고 주요 자회사인 제주항공을 내세워 인수합병(M&A)에 나설 거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무건전성 확립 의도도 있지만 3강 체제인 LCC(저비용항공사) 업계에서 ‘통합 진에어’의 출범과 대명소노그룹 산하 티웨이·에어프레미아의 합병에 대응하려는 선제적 조치라는 주장이다. 인수 후보로는 2020년 한 차례 포기한 바 있는 이스타항공이 거론된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 등이 보유한 애경산업 경영권 지분 약 63%에 대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 주관은 삼정KPMG가 맡았다. 전날 김상준 애경산업 대표이사는 서울 마포구 본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현재 회사 매각을 위한 절차를 검토 중"이라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애경산업은 AK홀딩스의 주요 자회사 5곳 중 지난해 제주항공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영업이익(468억원)을 거둔 알짜 계열사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역시 630억원에 달한다. 스테디셀러인 2080(치약), 케라시스(샴푸), 루나(화장품) 등의 브랜드를 보유해 사업 안정성이 높고 글로벌 K뷰티 흥행의 수혜까지 기대할 수 있는 포지션이다. 애경그룹은 애경산업의 지분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6000억원 이상을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애경그룹이 이처럼 핵심 수익원을 매물로 내놓은 것은 지주사의 재무부담 완화와 함께 주력 사업인 항공 부문 재편에 서둘러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퍼진 결과로 풀이된다. 우선 AK홀딩스가 애경산업과 제주항공, 애경케미칼 등 자회사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빌린 금액과 일반 대출을 합한 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3155억원인데, AK홀딩스가 보유한 현금이 274억원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도한 수치다.

LCC 업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항공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 사진 제공 = 제주항공

매각 대금으로 유동성에 숨통이 트이고 나면 과도기를 맞이한 LCC 업계 1위 수성에 나설 거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자회사(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통합이 2년 내 예정돼 있고, 대명소노그룹 역시 최근 경영권을 인수한 티웨이항공과 콜옵션을 보유한 채 2대주주로 있는 에어프레미아를 합병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다간 제주항공이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판단이 이번 결정에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향후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이스타항공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가 주인인 업계 4위 항공사다. 구주 인수 자금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자금 등 총 1500억원을 투입해 2023년 1월 지분 100%를 확보했다. 앞서 2020년 이스타항공 인수를 시도했다가 무산된 바 있는 애경그룹으로선 심기일전에 나설 수 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가 지난해 7월 임직원 메시지를 통해 M&A를 통한 외연 확장을 암시한 바 있다는 사실은 설득력을 싣는 대목이다. 당시 그는 “향후 M&A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사모펀드가 투자한 항공사들은 언젠간 매각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AK홀딩스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하는 단계”라며 “단순 재무구조 개선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기업의 미래에 대해 어떤 방향성을 가져가는 게 좋을지에 대한 고민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