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해보험과 DB생명이 내년부터 '재무통'을 경영 전면에 배치한다. 황성배 DB생명 부사장이 4년 만에 친정인 DB손보로 복귀했으며 정영 DB손보 상무가 DB생명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번 인사에서 '교체 인사'가 이뤄진 것으로 풀이되면서 보험 계열사에서 자산운용을 강화하려는 흐름이 읽힌다.
29일 DB손보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 자로 황성배 DB생명 부사장이 DB손보 부사장으로 복귀한다. 황 부사장은 지난 2020년 DB생명 자산운용부문 상무로 자리를 옮긴 후 4년간 DB생명에서 자산운용을 담당해 왔다. DB손보 부사장으로 선임되며 친정으로 복귀하게 된 것이다.
황 부사장은 DB 보험 계열사 내에서 재무라인을 밟아온 '재무통'으로 분류된다. DB손보에서는 일반계정운용 1부장, 재무기획팀장(상무)을 거쳤으며, 부사장 승진은 올해 초 DB생명에 재직하면서 이뤄졌다. 황 부사장이 '형님' 격인 DB손보로 복귀하면서 자산운용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DB생명 상무로 신규 선임된 정영 DB손보 재무기획본부장의 이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 상무는 27년간 DB손보에 몸 담아 온 'DB맨'으로, DB손보에서 2019년 말부터 재무기획본부장(상무)으로 재직해 왔다. 내년부터 DB손보의 자회사인 DB생명으로 인사 발령이 나면서 황 부사장과 유사한 승진 가도를 밟고 있다.
DB생명 조직도를 살펴보면 자산운용부문장이 △재무기획팀 △재무심사팀 △투자지원팀 △자산운용1·2팀 △특별계정파트 △변액운용팀을 총괄하는 구조다. DB생명은 남 부사장이 합류한 후 운용자산이익률이 반등하지 못하고 3%대에서 머물렀다. 2020년 3.41%에서 올 3분기 기준 3.35%로 유의미한 반등은 없었다. 이 때문에 교체를 통해 운용수익률을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인사로 DB 보험 계열사의 자산운용 강화 흐름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특히 내년 DB손보 임원 승진자가 조석구 재무기획본부 담당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기조가 확연히 드러난다는 평가다. 유일한 승진자와 신규 선임된 임원 모두 재무부서를 거쳤기 때문이다.
재무라인을 전면에 앞세운 점은 실적에서 DB손보의 투자부문 부진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기준 DB손보의 투자손익은 3747억원에 그쳐 전년(5007억원) 대비 1260억원 감소했다. 이는 DB손보의 운용자산 포트폴리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DB손보는 안전자산 비율을 낮게 유지하고 수익증권, 대출채권, 해외채권 중심으로 운용을 하고 있다. 안전자산 비중은 작년 말 기준 27% 수준으로 대형사에 비해 비율이 낮다. 수익성 중심으로 투자를 하고 있으므로 손익 변동성도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투자성과가 부진하진 않지만 내년부터는 본격 반등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인사에 담긴 것으로 보인다. DB손보의 전년 말 기준 운용자산이익률은 3.7%로 업계 평균치인 3.2%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다만 내년부터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보험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커지므로 이번 인사를 통해 운용자산이익률 제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올해 부사장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린 남승형 부사장의 경우 경영지원 등 기획 부문 전문가였던 만큼 올해와 내년의 경영기조가 다를 것으로 보인다. DB손보 내부에서도 이 같은 인사를 두고 자산운용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DB손보 관계자는 "재무적으로 강화하려는 흐름"이라고 밝혔다.
안다정 기자 yieldabc@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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