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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2024년 새해를 맞아 넷마블 재정비에 나섰다. 지난 3일 김병규 경영기획 담당 부사장을 권영식 대표와 함께 할 새 각자 대표이사로 내정하면서다. 2024년은 넷마블이 7분기 적자(2023년 3분기 기준)를 벗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때로, 방 의장은 대표이사 체제를 정비하며 경쟁력 회복에 주력하겠다는 복안이다.
재무 부담 감소와 흑자 전환이라는 넷마블의 분기점에서 도기욱 대표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기획전략통인 김 내정자를 대표이사에 내정한 방 의장의 인적쇄신이 어떤 영향을 줄지 이목이 집중된다. 적자 위기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권 대표의 유임을 결정한 방 의장의 결정 또한 마찬가지다.
'재무통' 도기욱 대표 CFO로, '전략통' 김병규 부사장은 대표로
김 내정자의 대표이사 정식 선임은 오는 3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이후 넷마블은 권 사업총괄 사장, 김 내정자 각자 대표 체제를 시작한다. 도 대표는 이후 CFO 직책에 집중할 예정이다. 2023년부터 바뀐 넷마블의 사내이사 체제 역시 방 의장과 권 대표, 김 내정자 3인으로 변경된다.
넷마블은 김 내정자에 대해 전략 기획에 능한 '전략기획통(通)'이라고 평가했다. 김 내정자는 1974년생으로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나와 삼성물산을 거쳐 2015년 넷마블에 합류한 후 법무와 정책 등을 맡은 동시에 해외 계열사 관리와 전략기획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아왔다.
넷마블은 "전략 기획에 전문성을 가진 40대 김 내정자가 넷마블의 새로운 변화와 성장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표이사 교체와 관련한 방 의장의 복안은 2024년 그의 신년사를 통해 내다볼 수 있다. 방 의장은 신년사에서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2021년과 2022년에 '강한 넷마블, 건강한 넷마블'을, 2023년에는 '위기 극복을 위한 효율적 경영과 체질개선'을 강조했다면, 2024년은 '위기를 극복할 전환점을 마련할 시점'으로 내다본 것이다.
방 의장은 "올해는 새로운 변화를 위한 전환점을 반드시 마련해 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넷마블의 리더 모두가 긍정적·능동적 자세로 임해 넷마블 본연의 가치를 찾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 주시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실제 넷마블은 2022년 1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위기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다만 2023년 3분기 실적발표 당시 7분기 연속 적자 상황임에도 넷마블에는 이전과 다소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3분기 중 론칭한 신작 '신의 탑: 새로운 세계'와 '세븐나이츠 키우기'가 선방하며 매출 증대 효과를 낸 것인데, 이로 인해 넷마블에는 4분기 흑자전환을 기대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 방 의장이 대표 교체를 단행한 것은 넷마블이 적자 탈출 및 국내·외 신작 라인업 흥행 가능성을 크게 내다보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질개선 의지를 담은 조치로 보인다.
또 도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고 CFO 직책에 집중하는 것은 비용 절감 및 유동화를 통한 차입금 상환 등 넷마블 재무 상황 개선 작업이 일단락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도 대표의 과제는 넷마블의 빚을 줄이는 것이었다. 게임 흥행으로 인한 매출 증대도 중요하지만 대규모 단기 차입으로 인한 이자 등을 관리하는 역할이 컸다.
넷마블은 2021년 2조5000억원을 들여 해외 개발사 스핀엑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주식담보대출로 자금을 조달했다. 2021년 엔씨소프트 보유 주식 195만주를 하나은행에 담보로 제공해 약 1조6787억원(14억달러)을 1년 만기로 빌리고, 이듬해인 2022년 10월 하이브 보유 주식 약 753만주를 담보로 약 1조4837억원(10억4500만달러)을 1년 만기로 차환하는 등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넷마블의 유동성이 악화됐다. 2023년 2분기 실적발표 당시 도 대표는 "유동화를 통해 남은 차입금을 상환하겠다"고 언급했는데, 이에 보유 중인 상장사 지분을 활용해 유동화를 진행할 것으로 풀이됐다. 실제 넷마블은 2023년 11월 하이브 주식 250만주를 시간 외 대량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 5235억원을 확보해 재무 부담을 덜었다.
방 의장 '복심' 권영식 대표는 또 유임
다만 이번 인사에서 권 대표가 유임하면서 방 의장의 결정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국내 톱3 게임사를 의미하는 '3N' 중 하나인 넷마블이 7분기 연속 적자라는 사태를 겪는 동안 사업총괄 권 대표의 책임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넷마블이 과거 넷마블게임즈로 코스닥에 상장했던 2017년 이전이자 넷마블의 전신인 CJ 계열사였던 CJ게임즈 시절부터 대표이사를 지낸 방 의장의 복심이다. 권 대표는 CJ인터넷 퍼블리싱 본부장과 CJ E&M 게임사업부문 기획실장을 거쳐 넷마블게임즈 대표이사를 거쳤다.
넷마블의 현 대표이사인 권 대표와 2024년 CFO로 돌아가는 도 대표는 2014년 CJ게임즈가 CJ ENM 산하 CJ넷마블을 흡수합병해 넷마블게임즈가 출범한 당시부터 방 의장과 함께한 인물들이다. 이에 업계는 적자 위기에도 방 의장은 오랜 인연이 있는 권 대표를 쉽게 내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 내정자 역시 2015년 넷마블에 합류했다.
빠른 의사결정을 선호하는 방 의장의 경영 방식과도 연관이 있다. 방 의장을 2023년 대표이사를 집행임원에서 사내이사로 선임하기로 하면서, 넷마블은 방 의장과 권 대표, 도 대표 3인 사내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2022년 한해를 내낸 적자로 보낸 이후 경영쇄신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이때까지 넷마블의 사내이사는 방 의장이 유일했던 것을 고려하면 3인 사내이사 체제는 사실상 방 의장의 의사결정 권한을 지원하는 것이다. 넷마블 대표이사는 방 의장과 오래 합을 맞춰온 인물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 인적쇄신에서 권 대표가 유임한 것은 방 의장이 강조한 '넷마블 본연의 경쟁력 확보'와 관련이 있다. 권 대표가 이승원 전 대표, 도 대표와 각각 각자대표를 맡던 시절에도 방 의장은 게임사업 총괄을 권 대표에게 맡겼다.
특히 넷마블은 2024년 상반기 적자 탈출과 동시에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 나 혼자만 레벨업: ARISE, 레이븐2, 킹 아서: 레전드 라이즈, 모두의마블2(한국) 등 신작 6종 등을 출시하며 게임 흥행에 주력할 계획인 만큼 권 대표의 역할 또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가 해외 계열사 관리에 능통한 것도 일맥상통하다. 법무와 해외 계열사 관리 경력이 있는 김 내정자는 해외 게임사의 인수합병에도 나설 지 주목된다. 또 넷마블이 외부 IP(지식재산권)를 많이 활용하는 만큼, 해외 IP 수색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23년 3분기 기준 넷마블이 해외 시장에서 낸 매출은 5206억원으로 비중은 전체 매출액 중 83%에 달한다.
안신혜 기자 doubletap@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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