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포스코, 새 리더십은]⑥ 최정우 회장은 왜 포스코 '3연임' 도전을 멈췄나

Numbers_ 2024. 1. 3. 20:47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WSD '글로벌 스틸 다이내믹스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그룹)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군 명단에서 제외됐다. 3번째 연임 도전이 불발된 최 회장은 올 3월 임기를 끝으로 포스코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포스코홀딩스는 3일 제4차 회장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 회의를 열고 그간 지원서를 제출한 내부 후보자를 대상으로 1차 심사를 통해 다음 단계인 '평판조회대상자' 8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평판조회대상자 리스트에 최정우 현 회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최 회장이 자진한건지, 후추위에서 제외된 건지 여부는 알려진 바 없다. 

 

국민연금과의 '잡음'…후추위, 절차상 공정성 강조 

 

최 회장은 거취 표명을 앞둔 지난해 12월 말 포스코홀딩스 주식 3억원 어치를 매입했다. 이달 2일에는 공식적인 연임 의사 표명 대신 원고지 30매 분량에 달하는 장문의 새해 신년사를 배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최 회장의 행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연임 의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예상을 깨고 최 회장의 3연임은 불발됐다. 최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군 명단에 제외된 배경에는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가 꼽힌다. 지난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 정치권은 최 회장의 임기 완주와 연임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 왔다. 이 점이 최 회장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문재인 정권 시절인 2018년 7월 포스코 9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막판까지 경합을 벌인 '정통철강맨' 장인화 포스코 사장을 제친 민영화 이후 최초의 비(非)서울대·엔지니어 출신이다. 최 회장은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하며 5년 6개월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2021년 정권 교체 이후 대통령 해외 순방길에 번번이 제외되는 등 정부과의 불화설에 휩싸였다. 이달 2일 열린 재계 최대 행사인 '경제계 신년인사회'에도 최 회장은 주요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하지 않았다.

실제 국민연금이 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 절차상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자 후추위가 즉각 반박에 나서는 등 기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 지분 6.71%를 보유한 단일 최대 주주다.

(사진=국민연금공단)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해 12월28일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앞두고 "기존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후추위가 공정하고 주주 이익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는지는 주주, 투자자와 시장에서 판단할 것"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사실상 최 회장을 겨냥한 발언이다. 여기에 김 사장은 "포스코 회장 선임도 KT처럼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내부와 외부가 공정하게 경쟁함으로써 최적의 인사를 찾아야 주주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차기 회장 역시 KT 김영섭 대표처럼 포스코 출신보다 외부 인사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후추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만약 현 회장이 3연임을 위해 지원한다면 그건 개인의 자유"임을 강조하는 이례적인 입장문을 내놨다. 또 후추위는 "현 회장의 지원 여부에 전혀 관계없이 냉정하고 엄중하게 심사에 임할 것"이라며 김 이사장의 발언을 직접적으로 반박했다.


포스코 회장 잔혹사 끊어냈다…"3연임도 충분한 성과"


3번째 연임은 좌절됐지만, 최 회장은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된 '포스코 회장 잔혹사'를 끊은 최초의 회장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최 회장 주도하에 포스코그룹 기업가치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촉각을 기울여온 점이 주효했다. 특히 최 회장이 2018년 7월 열린 취임식에서 공언한 '기업시민' 정신은 기존 철강 중심의 그룹사업을 이차전지소재사업을 비롯한 저탄소·친환경을 키워드로 하는 미래소재산업 중심으로 체질개선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최정우 회장이 지난 2022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스코홀딩스 출범식에서 사기(社旗)를 흔들고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실제 최 회장 취임 이후 지난 5년간 포스코홀딩스,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퓨처엠, 포스코DX 등 6개 상장사 시가총액은 35조2000억원(2018년 7월)에서 100조원을 넘어서며 크게 성장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대기업 순위에서 롯데그룹을 제치고 5위로 올라섰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포스코는 특성상 아직까지도 정부 입김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기업"이라며 "만약 정부에서 잘 밀어준다면 (최 회장의 3연임이) 가능할 수 있었겠지만, 대통령 해외 순방이나 경제계 신년인사회 등 주요 행사에서 번번이 제외됐던 모습은 그런 그림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오 소장은 "만약 3번째 연임을 하게 된다 하더라도 정부와의 관계로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최 회장 본인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여러 압박에도 2번째 연임을 잘 마무리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명예교수는 “최 회장이 전통적인 철강회사인 포스코를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성과는 분명하지만, 회사차 사적 유용 혐의 등 구설수에 올랐던 것도 사실"이라며 "연임에 대한 새로운 비전과 에너지를 축적해둬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마땅치 않으면 연임은 여려운 수순"이라고 말했다. 조 명예교수는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도 새로운 포스코를 위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차기 회장은 누구? 이달말 윤곽 나올듯

 

후추위는 8명의 평판조회대상자 리스트를 공개하지 않았다. 포스코 후추위가 차기 회장 후보군에서 최 회장을 배제하면서 최 회장을 제외한 내·외부 후보군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사옥. (사진=최지원 기자)


차기 회장 후보로는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정창화 전 포스코홀딩스 부사장,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조청명 전 포스코플랜텍 사장, 황은연 전 포스코인재창조원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최중경·윤상직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관 출신도 함께 거론됐다.

후추위는 평판조회대상자에 대해 외부전문기관 평판조회를 의뢰해 이달 8일까지 결과를 돌려받는다. 후추위는 해당 내용을 반영해 1월10일 제5차 후보추천위원회에서 '내부롱리스트후보자'를 최종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모집중인 외부후보에 대한 평판조회 결과까지 취합되면, 1월17일 '내외부롱리스트'를 최종 확정해 외부 저명인사로 구성된 '후보추천자문단'의 의견을 받을 계획이다.

박희재 후보추천위원장은 "포스코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새 회장을 선발하는 중차대한 임무 앞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끝까지 공정하고 엄정한 선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

 

▼기사원문 바로가기

 

[포스코, 새 리더십은]⑥ 최정우 회장은 왜 포스코 '3연임' 도전을 멈췄나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군 명단에서 제외됐다. 3번째 연임 도전이 불발된 최 회장은 올 3월 임기를 끝으로 포스코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된다.포스코홀딩스는 3일 제4차 회장후

www.number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