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家) 3세'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전무가 연내 한국 국적을 취득해 경영 참여 보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신 전무의 나이가 한국 병역법 상 병역 의무에서 제외되는 만 38세가 되기 때문이다. 일본 국적을 가진 신 전무에게 '국적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통한다. '토종 한국 기업'을 표방하는 롯데의 후계자가 일본인이라는 점은 향후 승계 과정에서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최근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한국 롯데에 데뷔한 신 전무에게 2024년은 특별한 해다. 1986년생인 신 전무는 만 38세가 되며 병역 의무에서 벗어난다. 국내 병역법 제 10장(병역의무의 종료)에 따르면 현역병입영 또는 사회복무요원·대체복무요원 소집 의무는 만 36세부터 입영의무가 종료되나 국적법 제 9조에 따라 국적회복허가를 받아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만 38세부터 면제된다.
신 전무는 올해 한국 국적을 취득할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지주 및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신 전무의 지분 확보 시점도 한국 국적 취득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 전무에게 한국 국적 취득이라는 전제 조건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지분 확보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 전무의 지분 확보 방안은 △ 높은 근로 소득을 통한 자사주 매입 △호텔롯데 상장 과정에서의 자금 투입 등이 꼽힌다. 현재 신 전무는 롯데지주, 롯데바이오로직스, 일본 롯데파이낸셜 주식회사, 일본 롯데 부동산 주식회사, 롯데케미칼, 일본 롯데홀딩스 등 그룹 내 6개 회사에서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 근로 소득을 통해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룹 차기 총수가 속해있는 계열사들은 임원에 대한 성과급을 높게 책정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호텔롯데의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 과정에서 자금을 투입해 지분을 확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 지분 11.10%를 보유하고 있는 2대주주다. 다만 호텔롯데의 지분 가운데 99.28%(일본 롯데홀딩스 19.07%, 일본 L제4투자회사15.63%)는 일본 측 주주가 보유하고 있어, 롯데는 IPO를 통해 일본 롯데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경영권을 강화할 계획이다.
다만 국적 취득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 신 회장이 지난 1996년 병역의무가 해제되는 '만 40세'에 일본 국적을 포기할 때에 비하면 현재 롯데에 대한 '일본기업' 이미지가 훨씬 강해져서다. 특히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지주'로 이어지는 롯데의 출자 구조와 2016년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드러난 신 회장의 서툰 한국어 구사 능력은 '롯데가 정말 한국 기업이 맞을까'라는 의구심만 키우는 요소가 됐다.
신 전무는 병역 기피를 위해 일부러 귀화 시기를 늦췄다는 여론의 비판도 이겨내야 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 전무의 귀화는 향후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승주 기자 sjle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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