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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펀드 20주년] ①벤처투자 생태계 이끈 마중물에서 새로운 도약까지

Numbers_ 2025. 6. 2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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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펀드 20주년] ①벤처투자 생태계 이끈 마중물에서 새로운 도약까지

한국벤처투자(KVIC)가 개소하고 모태펀드를 결성한 지 20년이 흘렀다. 이 기간 동안 모태펀드는 황무지나 다름없던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 씨앗을 뿌리며 벤처캐피탈(VC)과 스타트업의 든든한 동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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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벤처투자(KVIC)가 개소하고 모태펀드를 결성한 지 20년이 흘렀다. 이 기간 동안 모태펀드는 황무지나 다름없던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 씨앗을 뿌리며 벤처캐피탈(VC)과 스타트업의 든든한 동반자로 자리매김했다.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민간 자금을 유입시키는 구조적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벤처투자는 이제 규모와 전략 모든 측면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향후 10년은 민간 출자자 확대 지역 기반 투자 다각화 같은 과제를 풀어나가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벤처투자 연평균 16% 성장…세계 5위권 도약

한국벤처투자는 2004년 벤처기업특별법 개정으로 설립 근거가 마련된 이듬해인 2005년 공식 출범했다. 초창기에는 중소기업청 출자금만을 기반으로 운용됐지만,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특허청,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 다양한 부처들이 계정을 출자하며 합류해 다양한 정책 기반의 벤처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토대를 갖췄다.

설립 초기 1900억원이었던 조성 규모는 2009년 1조원을 넘겼고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말 기준 9조8617억원까지 확대됐다. 올해는 조성 누적액 10조원을 돌파하면서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출자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모태펀드는 20년간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외형 확대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23년까지 15년간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연평균 1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 중국, 영국, 인도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부터 2021년 사이에는 연간 투자 규모가 2배 가까이 증가하며 시장 확장을 주도했다.

모태펀드는 20년간 10조9000억원을 출자해 총 43조9000억원 규모의 자펀드를 조성했다. 자펀드를 통해 1만여 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총 34조2000억원이 투자됐고, 해당 펀드들의 평균 수익배수는 1.42배에 이른다. 이는 정책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창출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출자사업의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달성했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최근에는 단순한 자본 공급자에서 벗어나 혁신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별 맞춤형 자금 지원 디지털 전환 그린에너지 지역 균형발전 등 정책 목적형 펀드를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 기업 지원을 위한 글로벌펀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 기존 벤처캐피탈 중심의 운용사 외에 신기술금융회사 자산운용사 AC 계열 운용사 등 다양한 유형의 운용사들을 출자 파트너로 발굴하며 업계 저변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정부에서 민간으로…출자 구조 개선 과제

모태펀드는 이처럼 지난 20년간 단순한 자금 공급자를 넘어 한국 벤처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 기둥으로 자리매김했다. 향후 10년은 지금까지의 양적 성장에서 나아가 민간 중심의 출자 구조 다변화와 지역 기반 투자 확대라는 질적 전환의 과제를 해결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모태펀드 출자 비중은 여전히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 중심으로 편중돼 있다. 민간 출자자(LP)의 벤처펀드 참여가 부족한 이유는 높은 리스크에 비해 기대수익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부터 한국벤처투자가 주관하는 ‘스타트업코리아펀드’를 새롭게 조성해 민간 LP들의 참여를 확대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 펀드는 모태펀드가 후순위 출자를 통해 우선손실을 충당하고 초과수익의 일부를 민간에 우선 배분하는 등 차등형 구조를 적용해 민간 참여 유인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스타트업코리아펀드는 출범 첫해부터 19개 민간 LP가 3260억원을 출자하며 높은 참여를 보였고, 이를 기반으로 총 8733억원 규모의 벤처펀드가 조성됐다. 올해는 30개 민간 LP가 2538억원을 출자하며 6000억원 이상의 펀드 결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2년간 누적 펀드 결성 규모는 1조5000억원을 넘어서며 모태펀드 기반 민간 벤처투자 확대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역 투자 활성화를 위한 대책도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초 발표한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에서 비수도권 벤처와 스타트업에 중점 투자하는 ‘지방시대 벤처펀드’에 역대 최대인 2000억원을 출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펀드는 지자체 지방은행 지역 중견기업 등과 공동 출자를 통해 오는 2027년까지 총 1조원 이상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특히 민간이 보다 적극적으로 지역 투자를 단행할 수 있도록 손실보전과 초과수익 분배 인센티브가 함께 제공된다.

제도적 장치도 병행되고 있다. 중기부는 일반 펀드가 비수도권에 투자한 금액에 대해 주목적 투자 비율을 최대 120%까지 인정하는 방침을 마련했다. 또 지방 전용 펀드에는 지역에 본점을 두고 지역 투자 경험이 풍부한 운용사를 우선적으로 선정함으로써 지방 특화 운용사를 육성하고 벤처 자본의 지역 편중 문제를 완화할 계획이다.

모태펀드는 민간과 지역의 역할을 강화하면서 ‘자금조달-투자-회수’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려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20년 전 벤처 생태계의 씨앗을 뿌렸다면 앞으로 10년은 벤처 생태계의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장하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김가영 기자 kimgoin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