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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OCI 통합] 한미사이언스 '왕자의 난', 가능한 시나리오일까?

Numbers_ 2024. 1. 15. 10:02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미약품 본사 전경과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우측 상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 (사진=한미약품)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이 재계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 '그룹간 통합'을 결정했다. 창업 이후부터 공동 경영을 하다가 계열분리된 사례는 많지만 각기 다른 그룹이 1개의 그룹으로 '계열통합'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어, 이번 통합 결정 배경과 향후 두 그룹의 경영 행보에 재계 시선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두 그룹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미약품그룹에서 통합 결정에 소외된 또 다른 대주주 오너 일가를 중심으로 한 경영권 내홍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한미약품그룹은 물론 OCI그룹도 긴장을 감추지 않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모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OCI그룹과의 통합을 전격 결정한 지난 12일 저녁 지인들과 통화에서 "언론을 통해 (두 그룹의) 통합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 결정에 대한 불만을 격정 토로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은 대주주이자 가족이면서도 관련 정보를 몰랐던 점, 그리고 수십년 전통 제약그룹의 최대주주가 업종이 전혀 다른 타그룹에 넘어간 점 등에 대해 섭섭함과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코리그룹 공식 X 계정에 실린 임종윤 사장 입장(출처=X 캡처)


임종윤 사장은 또 지난 13일 코리그룹 공식 X(옛 트위터) 계정에 "한미사이언스와 OCI 발표에 관련하여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이 없습니다.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겠습니다"라는 트윗을 띄우기도 했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사장이면서 동시에 디엑스앤브이엑스(DXVX) 최대주주이자 코리그룹 회장을 겸하고 있다.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의 이런 반응은 OCI그룹과 통합을 결정한 한미약품그룹이 통합을 하기도 전에 경영권 분쟁에 휩싸일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임종윤 사장은 X에 밝힌 입장처럼 상황 파악과 함께 다양한 대응 수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윤 사장은 모친 송영숙 회장 지분율(12.56%)에 버금가는 지분을 가진 단일 2대주주로, 경우에 따라 법적 대응을 통해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간 통합을 지연시킬 수 있다.
 


임종윤 사장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이번 한미약품그룹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고 드는 것이다. 우선 그룹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지배구조 변화 결정을 이사회 결정만으로 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 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호지분을 끌어들여 모친과 지분율 경쟁을 벌이는 상황도 가정해 볼 수 있다.

임종윤 사장이 자칫 '왕자의 난'으로 보여질 수 있는 이런 행보에 나설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은 임종윤 사장과 모친간 뿌리깊은 불신에서 비롯된다. 모친 송영숙 회장은 두 아들을 계열사 경영에는 참여시켰으나 지주회사 이사회에는 참여하지 않게 하는 방식으로 핵심 경영에서 배제해 왔다. 대신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에게는 그룹 승계 뿐 아니라 핵심 지주회사 경영을 맡기며 신뢰를 보내왔다.

한미사이언스의 법인 등기를 보면 2020년 8월 고(故) 임성기 한미사이언스 회장이 작고한 이후 2020년 9월 송영숙 회장과 딸인 임주현 사장이 처음으로 한미사이언스 등기임원으로 합류했다. 임종윤 사장은 이미 2010년부터 등기이사직을 연임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로부터 만 3년도 채우지 못한 시점인 2023년 하반기부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사외이사를 제외하고 송영숙 회장만이 등기이사직을 지키고 있다. 임종윤 사장이 이사회에서 배제됐고, 그룹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구조를 모친이 만든 셈이다.

대신 송영숙 회장은 경영 승계자로 딸인 임주현 사장을 선택했다. 임주현 사장도 이사회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으나 한미약품그룹과 OCI 그룹 통합 과정에서 임주현 사장은 OCI홀딩스의 지분 8.6%를 획득해 OCI홀딩스의 최대주주가 된다. 동시에 임주현 사장은 OCI홀딩스에서 각자대표를 맡아 사실상 한미약품그룹을 승계하게 된다.

반면 임종윤 사장을 잘 아는 재계 관계자들은 그가 외부의 시선처럼 모친과 분쟁을 벌인다든지 하는 행보에 쉽게 나서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그가 한미약품그룹 경영에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을 일으킬 마음까지는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다"며 "이미 코리그룹 등을 경영하는 등 어느정도 정리가 돼 가는 시점이었고 가족과 불화를 일으키면서까지 일을 벌이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임종훈 사장(차남)도 경영권 분쟁을 벌일 정도로 모진 성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임종윤 사장의 이런 반발에 대해 "이번 통합 절차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으로,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사내이사이지만,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속해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 측은 이어 "임종윤 사장이 대주주로서 이번 통합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임종윤 사장과) 만나 이번 통합의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 설명해 이번 통합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치영 기자 ac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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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OCI 통합] 한미사이언스 '왕자의 난', 가능한 시나리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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