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관광개발이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한 전환사채(CB)의 금리가 상향 조정됐다. 현금 상환과 주식 전환 등 투자금 회수 옵션이 두 가지인 CB 특성상 이자율이 조정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관광개발이 지난 2021년 1월과 3월에 각각 발행한 7-1회차 CB(370억원), 7-2회차 CB(573억원)의 만기이자율이 기존 4.5%에서 6.5%로 2.5%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해당 CB는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운영자금 마련 목적으로 발행됐다. 제주 드림타워는 롯데관광개발이 1980년 9월 제주시로부터 사업 부지를 매입한 이후 40년간 공을 들여온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 사업을 위해 투입된 비용은 1조6000억원에 이른다.
롯데관광개발은 CB를 발행해 총 943억원을 조달했다. 인피니티투자자문, DB금융투자, 한양증권, 키움증권 CCG인베스트먼트아시아 등 다수의 재무적투자자(FI)가 CB를 나눠 인수했다.
이때 두 CB는 모두 표면이자율 2.5%, 만기이자율 4.5%로 발행됐다. 기준금리가 낮고 유동성이 풍부했던 2021년 초 기준으로는 비교적 높은 금리로 책정된 것이다. 대신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옵션은 발행사에게 유리하게 짜여졌다. 일반적으로 CB의 리픽싱 한도는 발행가액 대비 70% 수준으로 정하지만, 85%까지만 낮출 수 있도록 했다. 당시 CB 투자자들이 발행 조건을 둘러싼 줄다리기에서 이자수익을 취하는 대신 리픽싱에서는 한 발 물러났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CB 발행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메자닌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CB 투자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만기이자율 4.5%도 CB 투자자 입장에서 그렇게 매력적인 조건이 아니게 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해당 CB의 전환청구권 가치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점이다. 롯데관광개발의 주가가 CB 발행 당시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회사의 주가는 대금납입일 기준 1만5950원, 1만9150원이었으나, 현재는 9000원 초반대에 머물러있다. 무려 40% 이상 급락한 것이다.
CB는 리픽싱 한도를 채웠으나 여전히 전환가액이 주가보다 비싸다. 이날 기준 롯데관광개발의 주가는 9170원이지만 전환가액은 1만3250원이다. 괴리율은 45%에 달한다. 최초 리픽싱 한도를 전환가액 대비 85%로 설정한 탓에 주식 전환을 통한 차익 실현도 더욱 어려워진 형국이다.
투자자들로선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해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발행사에 요청하거나 만기일인 2025년 1월 14일에 한꺼번에 상환 받는 방법밖에 없다. 그것도 아니라면 롯데관광개발이 주가 상승 모멘텀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다만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풋옵션 행사에 나선다면 롯데관광개발로선 자금 여력에 균열이 생길 전망이다. 회사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 317억원을 보유 중이다. 풋옵션에 대응할만한 자금을 갖고 있지 않다. 여기에 7-1회차, 7-2회차 CB를 제외한 미상환 CB 잔액도 11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롯데관광개발은 CB 만기이자율을 높이는 당근책을 제시하는 동시에 풋옵션 행사가능일도 3개월 연장했다. 원래대로라면 투자자들은 이달 15일부터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4월 15일 이후 효력이 생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4월부터 풋옵션을 행사하거나, 몇 개월 더 기다렸다가 6.5%로 높아진 만기이자까지 챙기는 두 가지 선택지가 남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CB 이자율이 조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정정공시가 나왔다면 발행사와 투자자 간 협의가 이뤄졌다는 것”이라며 “CB 만기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이자율 상승, 풋옵션 행사일 연장 등을 발행사가 투자자들에게 먼저 제안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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