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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 삼성화재를 이길 수 없다

Numbers_ 2024. 1. 3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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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 삼성화재를 이길 수 없다

소비자 위한 플랫폼 서비스에 소비자는 보이지 않아레거시 대형 보험사들의 지배력 분산 쉽지 않을 듯2024년 1월 19일 보험상품에 대한 비교추천 플랫폼 운영이 2500여만명이 가입 중인 자동차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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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위한 플랫폼 서비스에 소비자는 보이지 않아
레거시 대형 보험사들의 지배력 분산 쉽지 않을 듯

 

2024년 1월 19일 보험상품에 대한 비교추천 플랫폼 운영이 2500여만명이 가입 중인 자동차보험을 시작으로 서비스에 들어갔다. 혁신금융사업자로 지정된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비바퍼브리카, 해빗팩토리 등 11개 핀테크가 운영하는 플랫폼을 통해 여러 보험사의 온라인 상품(CM, Cyber Marketing)을 비교해주고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이다. 보험사들이 제공하는 상품 중에서 가입자수가 많고 상대적으로 비교하기 쉬워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자동차보험부터 먼저 시작하여 앞으로 실손, 여행자, 저축성, 팻 등으로 대상 상품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은행의 대출대환 플랫폼 시행에 이어 공정경쟁을 통한 소비자 후생증진을 주요 정책방향으로 설정하고 추진해온 금융당국의 가시적 성과물로 평가된다.

 

하지만 시작부터 금융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은행 대출대환 플랫폼과 달리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 서비스는 출발부터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이 많다. 20조원이 넘는 자동차보험의 시장점유율이 85%에 이르는 상위 4대 원수 보험사들이 소극적일 뿐만 아니라 플랫폼 활성화로 소득 감소를 걱정하는 설계사와 대리점(GA) 협회 등 보험 판매조직들의 반대도 결사적이다. 금융당국 정책방향도 최우선 과제로 소비자 후생증진을 내세우고 있지만 주요 정책과제에서 제외되었다.

 

도입되는 제도운용 내용도 소비자 후생증진 의지를 확인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금융산업의 파괴적 혁신을 주장하며 여러 규제 개혁과 지원을 요구해온 플랫폼회사들 역시 대형 빅테크사와 중소형 핀테크사의 처지가 엇갈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 서비스가 당초 계획한 모습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평가이다.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라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없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보험금융 소비자의 편익 증진을 입에 올리지만 이들이 만들어낸 결과에는 소비자가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자동차보험의 판매수수료는 대면영업, 전화상담(TM), 온라인(CM) 등 3개 채널별로 판매수수료 수준을 다르게 운용해왔다. 2023년 상반기 기준 자동차보험 채널별 판매 비중은 대면 50.1%, 온라인 33.5%, 전환 16.4% 수준이며 매년 온라인 비중은 상승하고 대면과 전화 비중은 감소하고 있다. 각 채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질 차이가 있고 투여되는 비용이 서로 다르다는 논리로 수수료율을 차등 운용해 왔다.

 

이번에 비교추천 플랫폼 서비스를 오픈하면서 자동차보험 판매망을 외부 플랫폼에 노출시키는 것에 반대해온 대형 보험사와 대면 설계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기존 온라인 CM 수수료율에 추가하여 플랫폼 수수료율(PM) 운용을 허용하고 CM 요율과 PM 요율의 선택은 각 보험사의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플랫폼 판매수수료율(PM)은 3% 수준으로 책정됐다. 당초 플랫폼 사업자들은 보험사의 자체 온라인 플랫폼(CM)용 수수료 수준인 10% 대를 요구해왔지만 삼성화재 등 대형 보험사들의 완강한 입장을 네이버파이낸셜 등 빅테크가 수용하면서 대폭 조정된 것이다.

 

수수료 수준의 적정성을 떠나서 수수료의 최종 부담을 누가할 것인지 논란 끝에 결국은 플랫폼 이용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은 플랫폼 도입 취지와 활성화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공정경쟁과 금융소비자들의 효용증진이라는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 도입의 목적에 어긋나게 전혀 반대로 플랫폼 이용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한 꼴이 됐다. 비교추천 플랫폼 활성화를 바라는 핀테크나 중소형 보험사들은 소비자 부담을 완화시키려는 다양한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초기시장 조성을 위해 수수료를 부담하거나 시장점유율 확대가 필요한 중소형보험사는 자체 온라인(CM) 채널 수준의 보험료를 제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보험사 자체 온라인 판매망과 외부 플랫폼 채널에 제공하는 가격이 달라져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어느 쪽이 더 가격이 저렴해야 하는 지는 입장이 완전히 정반대인 것이다. 보험사들은 자체 온라인 판매망을 통해 가입하는 고객보다 외부 플랫폼으로 가입하는 고객들에게 플랫폼 수수료만큼 보험료를 더 높게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핀테크 등 플랫폼 사업자들은 보험사가 모객 활동과 정보획득이나 제공 서비스 개발 등 추가비용 없이 매출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외부의 비교추천 플랫폼을 통한 고객 보험료가 더 비쌀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결과는 외부 플랫폼 가입자가 더 비싼 가격을 내야 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지금도 가격이 비싼 대면 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고객이 있듯이 고객의 상품가입 채널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대형 보험사들의 입장이다. 속내는 시장점유율 85%, 자동 갱신율 80%에 육박하는 집토끼들을 굳이 가격을 깎아 주지 않아도 붙들 수 있다는 생각이 큰 것이다. 더 복잡하고 정보공개도 어려운 장기보험은 차치하고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시장에서 조차도 그동안 레거시 보험사들이 구축해 놓은 견고한 방어망을 플랫폼 신경제가 허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의 미래가 어두운 것은 또 있다. 소비자들의 편의성과 비교 가능성을 높여 디지털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비지니스를 만들어가려면 공유되는 정보의 질과 양이 중요하다. 그런데 보험사들이 제공하는 가격산출 표준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정보를 주고 받는 연결통로) 정보만으로는 실전에서 고객들의 의사결정을 실질적으로 돕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가장 단순할 것 같은 자동차보험도 겉으로는 비슷한 것 같지만 디테일로 들어가면 회사별로 특약이 모두 다르고 조회하는 시점에 따라 가격이 바뀐다. 당장 가입이 필요한 고객에게 동일한 기준으로 가격 비교 제시가 어렵다면 가격 비교추천 플랫폼으로 지속 가능성이 낮아진다. 현재 고객이 희망하는 조건별로 보험가격 정보가 플랫폼에서 실시간 비교 공유되지 않다. 플랫폼이 수집한 정보만으로 최저가순으로 보여주고 고객이 선택한 보험사 다이렉트 채널로 연결되면 실제 변경된 고객정보 상황에 맞추어 바뀐 가격으로 계약이 진행되는 구조이다. 플랫폼에서 제시된 가격과 개별 보험사에 로그인하여 실제 확인하는 가격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고객 입장에서 비교추천 플랫폼을 통해 회사별로 실질적인 비교가 어렵다는 뜻이다.

 

보험사로 연결된 고객이 실제 보험가입에 최종 성공해야 플랫폼들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오프라인 백화점이 온라인 판매회사들의 쇼룸(show room) 역할을 하듯이 플랫폼에서는 필요한 정보만 서치(search)하고 실제 가입은 가격이 더 낮은 개별 보험사 다이렉트채널(CM)로 하면 플랫폼 사업자들은 ‘무료장터’만 제공하는 꼴이 된다. 그리고 고객들도 가입한 보험의 가격이 실질적으로 가장 저렴한 수준인지 비교하기 어렵다. 정보비대칭성이 가장 큰 보험에서 플랫폼 비지니스의 성공 가능성이 낮은 근본적인 이유는 플랫폼에서 제시되는 가격수준 뿐만 아니라 가격정보의 획득 분석 편의성과 비교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플랫폼 간에도 온도차가 크다. 네이버파이낸셜 등 빅테크들은 중소형 회사에 비해 플랫폼 이용 고객수가 월등히 많기 때문에 3% 내외의 낮은 수수료 수준과 고객정보 확보 한계 등 불만스러운 점이 다수 있지만 일단 수용했다. 대부분의 중소형 핀테크사들은 3~5%의 플랫폼 수수료 수준으로는 손익분기점(BEP)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실질적인 비교도 쉽지 않고 가격도 더 비싼 플랫폼이 영리한 고객들의 ‘무료장터’로 활용된다면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 서비스는 또 하나의 유명무실한 시스템으로 전략할 수 있다.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서 플랫폼의 공격으로부터 보험사가 일단 수성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규모 측면에서는 대형 보험사와 빅테크의 입지가 중소 보험사와 핀테크 보다 더 공고해졌다. 단순한 가격수준 뿐만 아니라 브랜드파워와 출동 및 사고처리 서비스 등 여러 유무형자산 축적을 통해 비가격경쟁에서 절대적 우위에 있는 대형 레거시 손해보험사들의 철옹성이 쉽게 뚫릴 것 같지 않다. 자동차보험시장이 비교추천 플랫폼에 당장 휘둘릴 일은 없다는 뜻이다.

 

그동안 보험부문이 항상 가장 뒤늦게 출발하고 용두사미가 되는 제도시행을 많이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자동차보험 뿐만 아니라 금융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생활보험과 장기보험 등으로 비교추천 플랫폼 서비스가 확대돼야 소비자 후생이 늘어날 것이다. 레거시 대형 보험사들의 옹벽을 넘어서지 못하면 플랫폼 사업자의 혁신성만으로는 소비자 효용이나 편익을 논할 수 없다. 당분간 온라인 비교추천 플랫폼이 삼성화재를 이길 수는 없을 것 같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