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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앤코가 쌍용C&E를 '자진상폐' 하려는 까닭은

Numbers_ 2024. 2. 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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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앤코가 쌍용C&E를 '자진상폐' 하려는 까닭은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포트폴리오 기업 쌍용C&E의 ‘자진 상장폐지’라는 강수를 뒀다. 업계 안팎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지만 기업가치 보전을 위한 전략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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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C&E 동해공장 전경 (사진=쌍용C&E)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포트폴리오 기업 쌍용C&E의 ‘자진 상장폐지’라는 강수를 뒀다. 업계 안팎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지만 기업가치 보전을 위한 전략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주당 7000원에 공개매수…이후 상장폐지

 

한앤코는 이달 5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된 쌍용C&E의 주식 1억25만4756주(20.1%)의 공개매수를 시작했다. 매수 가격은 7000원이며 총 매입액은 7018억원 수준이다. 공개매수는 3월 6일까지 총 31일간 진행된다.

주주들의 공개매수 참여 여부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이와 무관하게 쌍용C&E 주식 전부를 취득할 계획이다. 실제 한앤코는 이번 공개매수에 쌍용C&E를 동원했다. 쌍용C&E가 먼저 공개매수 예정주식 중 4785만7142(9.6%)를 매수하고 초과물량(최대 10.51%)을 특수목적법인(SPC) 한앤코시멘트홀딩스가 사들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쌍용C&E는 1800억원의 단기차입을 일으킨 상황이다.

공개매수자 측은 “공개매수 응모주식에 대해 쌍용C&E가 보통주 4785만7142주를 우선 매수하고 이를 초과하는 응모수량이 있을 경우 잔여주식을 한앤코시멘트홀딩스가 매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개매수가 끝나면 쌍용C&E는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공개매수 이후 한앤코의 쌍용C&E 지분율이 현행법상 상장폐지 요건 기준인 95%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지분 확보가 끝나면 최대주주가 거래소에 상장폐지를 신청한다. 거래소는 한 달 내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이를 결정한다.

 

상장사 지위 내려놓고 기업가치 보전


PEF 운용사가 포트폴리오 기업의 지분을 공개매수하고 상장폐지까지 진행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자본시장에서 종종 있는 일이다. 상장을 유지하는데 따른 이득보다 비상장이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더 도움된다는 판단에서다. 이때마다 업계 안팎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지만 기업가치 보전이라는 견해가 많다. 대외적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가가 원매자로선 리스크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한앤코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앤코가 쌍용C&E의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건 지난 2012년이다. 당시 436억원을 들여 자산관리공사 산하의 쌍용양회(현 쌍용C&E) 지분 9,3%를 인수했다. 이후 2016년 4월 지분 46.14%를 8837억원에 매입했고 같은 해 6월 2대 주주인 태평양시멘트의 보유 지분을 4549억원에 모두 인수했다. 한앤코가 지분 확보에 투입한 비용은 1조4375억원이다.

한앤코 입장에선 투입한 시간적·금전적 비용 대비 단기간에 이익을 실현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됐을 수 있다. 일단 쌍용C&E의 현재 지분가치(Equity Value)는 3조4560억원으로 1조3337억원의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을 더한 기업가치(EV)는 4조7897억원이다. 이에 따른 한앤코의 보유 지분가치는 3조7000억원대로 추산되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4조원대로 뛰게 된다.


그러나 국내 시멘트업계에는 쌍용C&E를 인수할 여력을 가진 전략적투자자(SI)가 딱히 없다. 쌍용C&E와 함께 국내 3대 시멘트 기업으로 꼽히는 한일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의 총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각각 2조8580억원, 2조745억원 정도다.

그렇다고 이 상태로 기업을 보유만 하기도 상황이 애매하다. 쌍용C&E의 주가는 한앤코에 인수됐을 당시 6000원 후반대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8년간 3000원대로 떨어졌다가 6000원대로 오르길 반복했다. 공개매수 발표 이후 6900원으로 올랐으나, 지난해부터 지난달까지는 꾸준히 5000원대 안에서 거래됐다. 코로나19, 기준금리 인상 등 대외적 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았다. 향후 주가가 하락할 시 인수금융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리스크가 불거질 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다시 보면 쌍용C&E의 상장을 유지하면서 리스크를 끌고가기 보다 상장폐지를 통해 기업가치를 보전하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디테일한 엑시트 시나리오는 하우스 내부에서 알겠지만 시장 관점에서 생각해봤을 때 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가치는 의도치 않게 오르락 내리락할 수 있기 때문에 상장폐지가 낫다고 판단한 게 아닌가 싶다”며 “대형 매물일수록 리스크도 크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