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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돋보이는 메리츠금융 조정호의 ‘원칙경영’

Numbers 2024. 2. 1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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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돋보이는 메리츠금융 조정호의 ‘원칙경영’

“기업밸류업 프로그램 앞서 실천한 모범사례” 중론소유·경영 분리 전문경영인체제·경영성과·주주환원 ‘3박자’보험편중 포트폴리오 한계, 보수적 관리로 지속성 확보해야금융당국이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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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밸류업 프로그램 앞서 실천한 모범사례” 중론
소유·경영 분리 전문경영인체제·경영성과·주주환원 ‘3박자’
보험편중 포트폴리오 한계, 보수적 관리로 지속성 확보해야

 


금융당국이 2월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앞두고 주식시장에서 연일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저평가 회사 찾기 열풍이 뜨겁다. 유난히 PBR이 낮은 우리 금융업계에서 군계일학으로 돋보이는 회사가 메리츠금융지주다. 2024년 2월 15일 현재 KRX 기준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그룹인 KB금융과 신한지주 PBR이 0.52배 0.45배인 상황에서 메리츠금융지주는 2.64배로 국내 금융지주 중 단연 최고다.

2023년 12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회장 이남우)은 경제부문 대상 수상자로 메리츠금융지주 조정호 회장을 선정했다. “기업분할과 쪼개기 상장이 만연한 한국 자본시장에서 아주 보기 힘든 사례”이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를 차별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을 활용한 경영체계 확립으로 지난 10여년 동안 30배이상의 기업가치를 성장시키고 성과를 꾸준히 주주들과 나누는 모범경영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금융 당국이 현재 추진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앞서서 모범적으로 실천한 좋은 사례로 조정호 회장에 대한 칭송이 자자하다.

‘은둔형 경영자’로 알려진 것처럼 공개석상에 나서길 꺼리는 조정호 회장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김용범 부회장이 대리 수상토록 했다. 외부 행보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조정호 회장이 이끄는 메리츠금융지주에 투자자들이 환호를 보내는 것은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주주환원정책 때문만은 아니다. 조정호 회장의 기본에 충실한 경영철학과 합리적인 경영원칙이 회사의 조직문화로 뿌리내렸다는 점이 더 크다. 조정호 회장의 경영철학이 조직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규율하고 좋은 성과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주주환원이 지속될 것을 믿는 것이다. 믿음은 말이 아니라 행동에서 비롯된다. 조정호 회장은 주주들에게 경영성과를 합리적으로 공유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영성과를 공유할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고 훌륭한 성과를 만들어 나눌 파이를 키워서 구제적으로 제시한 주주환원 목표를 꾸준히 실행해온 것이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22년 11월 보험 증권 등 주력 계열사를 모두 완전자회사로 만들어 ‘관리형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매년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들에게 3년간 환원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장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2023년 2월 메리츠화재(화재 1 : 지주 1.2657)와 4월 메리츠증권(증권 1 : 지주 0.1607)의 상장을 폐지하고 기존주주들에게 메리츠금융지주 신주를 교환발행해 주며 100%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확했다. 자본 재배치를 통해 경영을 효율화하고 지속적인 주주환원으로 투자자들과 성과를 공유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메리츠금융지주에 대한 조정호 회장의 지분이 75.81%에서 46.94%로 떨어지는 상황을 감수하는 상당히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은 오너의 확고한 주주중심 경영철학을 실현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 전문경영인들의 지속적인 경영성과 시현, 주주환원정책 실행에 대한 신뢰 등 3박자가 잘 어우러진 것에 주목했다.

메리츠금융지주가 계열사 완전자회사를 통한 관리형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재벌 대주주들의 흔한 꼼수가 아닌지 의구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지배구조 개편 전 메리츠금융지주는 화재 60.9% 증권 53.39%를 보유하여 지주가 실질적으로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였으며, 조정호 회장은 지주 지분 75.81%를 보유한 절대 대주주였다. 화재와 증권의 기존 주주들에게 주식교환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조정호 회장은 지주 지분율이 50% 이하로 줄어드는 불이익을 감수했다. 지배구조 개편으로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의 대주주 지위는 유지할 수 있었지만 지분율이 50% 이하로 떨어지게 되어 경영권 상속이나 승계를 염두에 뒀었다면 쉽게 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조정호 회장은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 대신 경제적 실익을 더 누리는 쪽을 선택한 것 같다. 조정호 회장의 메리츠금융지주 지분율 75.81%와 지주가 보유한 화재와 증권 지분율 60.9% 53.39%를 감안하면 지배구조 개편 후 조정호 회장의 지주 지분율 46.94%는 배당 등 경제적 이해득실 측면에서 실보다 오히려 득이 더 컸다는 평가이다. 특히 자본 재배치와 경영 효율화를 통해 기업실적이 크게 향상되고 시장 투자자들의 평가가 좋아지면서 증가된 기업가치는 조정호 회장의 자산가치를 더 늘려주었다. 지분율 희석으로 경영권 지배력은 약화됐지만 지주사가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는 더 많이 향유할 수 있게 됐다. 물론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하면서 다수의 소액주주들 자산가치도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모두가 승자가 된 것이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지주사로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한 2023년 4월 25일 9조5000억원에서 시작해 시장 재평가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2023년 8월 이후 꾸준히 상승해 12월말에는 12조원에 육박함으로써 하나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을 넘 보는 수준이 됐다. 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영향으로 저PBR 대표 업종인 금융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고PBR(2.6배) 회사인 메리츠금융지주 시가총액도 14조5000억원으로 2023년 4월말 지배구조 개편시점 대비 53% 이상 기업가치가 상승했다.

대다수 국내 대기업들이 적은 지분으로 거대 그룹의 지배권을 행사하려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대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 몫이 크지 않아 배당성향을 높이는데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의 하나라는 지적이 많았다. 반면 메리츠금융지주 조정호 회장은 대주주 1주와 소액주주 1주의 가치는 동일하다는 철학으로 경영성과를 최대한 주주들과 나누는 정책을 실행하면서 진정성을 인정받고 시장 투자자들의 높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경영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조정호 회장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좋은 인재를 찾아 믿고 맡기는 전문경영인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족벌경영’이 일반화되어 있는 한국 재벌기업의 일반적인 경영행태와는 매우 낯선 모습이다. 경영과정에서 만기친람(萬機親覽) 하는 대부분의 오너 대주주들과 달리 전문경영인이 주도하는 자율경영을 철저히 보장해줬다. 또한 온정주의와 불합리가 기저에 흐르는 족벌경영과는 달리 조정호 회장은 철저한 성과주의 기반의 전문경영인체제를 통해 경이적인 경영성과를 시현했다는 평가다. 자신의 경영철학을 잘 이해하고 돈을 잘 벌 수 있는 유능한 사람을 찾아 전문성을 믿고 전권을 맡겨왔다. 계열사간 협업과 공동투자 결정 등 시너지를 강화하여 자본의 운용 효율성을 높이고 경영 전반에 걸친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존중되고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이 작동하는 조직문화가 뿌리 내려 탁월한 경영성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쌀 독에서 인심 난다고 했다. 주주들과 성과를 나누고 싶어도 나눌 파이가 넉넉치 않으면 말 잔치로 끝날 수밖에 없다. 메리츠금융지주가 시장투자자들의 좋은 평가를 받는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보다도 회사의 실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2023년도 메리치금융지주의 연결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30% 이상 증가한 2조1333억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2조원 클럽에 진입했다. 은행계 4대 금융지주의 막내인 우리금융과 견줄 수 있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메리츠증권은 당기순이익이 5899억원으로 전년대비 28.8% 감소했지만 메리츠화재는 1조5750억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84.2%가 증가했다.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메리츠금융지주는 자기주식 매입 소각 6400억원 결산금 배당 4483억원 등 2023년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51%를 주주들에게 환원했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비교적 균형 잡힌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은행계 금융지주와 달리 메리츠금융지주는 보험 중심의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비즈니스 편중 리스크를 항상 경계해야 한다. 특히 2023년 시작된 IFRS17 회계제도 변경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으로 보험사들의 회계정보와 재무건전성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일반회계(GAAP)와 감독회계(SAP)의 차이가 지나치게 커질 경우 시장의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규제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는 의미다. IFRS17 회계기준의 수익성 핵심 드라이버인 계약서비스마진(CSM) 산출시 적용되는 가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 이를 근거로 실행된 배당 등 여러 경영의사 결정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감독회계 기준(K-ICS)으로 부족한 지급여력 확충을 위해 배당으로 유출된 규모 이상으로 보완자본을 다시 발행해야 할 수도 있다. 2023년 3분기 메리츠화재의 K-ICS 비율은 230.8%로 매우 양호한 수준이라 큰 문제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지금은 IFRS17 회계제도 변경과 신지급여력(K-ICS) 도입 이행기의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가급적 보수적인 경영관리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시장과 투자자들의 장기적인 신뢰가 구축될 것이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