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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생보사 단기납종신 열풍, 후폭풍 우려

Numbers_ 2024. 2. 2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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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생보사 단기납종신 열풍, 후폭풍 우려

저수익상품 판매경쟁 과몰입은 공멸하는 길IFRS17 회계제도 취약점 CSM 경영 보완해야EV경영 고수하는 글로벌 보험사 벤치마킹 필요2024년 1월 생명보험사들이 GA 채널을 통해 판매한 상품의 월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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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익상품 판매경쟁 과몰입은 공멸하는 길
IFRS17 회계제도 취약점 CSM 경영 보완해야
EV경영 고수하는 글로벌 보험사 벤치마킹 필요

 

2024년 1월 생명보험사들이 GA 채널을 통해 판매한 상품의 월납 초회보험료 824억원 중에서 단기납종신보험 비중이 77%를 차지하고 있다. GA 판매시장이 단기납종신 태풍으로 초토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생명보험사들이 평소에 GA채널에서 판매하는 월납 초회보험료가 대략 250억원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절판 마케팅이 절정에 달한 것 같다. 수수료 1000% 시책비 550% 등 월보험료 1550%를 판매비용으로 지급하고 해지환급율 130% 이상을 제시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도 있다. 2023년 중 평균 판매비용 1300% 해지환급율 130% 내외의 단기납종신보험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린 것이다. 최근 금융당국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지환급율을 110% 내외로 가이드라인 운영을 계획하는 등 사후 조치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단기납종신보험은 보험 판매인들과 가입 고객들에게는 손해볼 것이 없는 좋은 상품일 수 있다. 하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수익성 약화와 특정시기에 편중된 대량해지 리스크 노출 등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되는 상품인 것은 확실하다. 2019년말 출시된 초기 단기납종신보험은 판매비용이 600%(5년납)~900%(7년납)로 상대적으로 낮았고 완납시 해지환급율도 100% 수준이었다. 또 완납시 유지율 가정을 해지율 쇼크(shock) 20% 이상 반영하여 산출한 수익성은 자본비용을 겨우 회수하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판매비용과 유지율 가정 등을 비교해 볼 때 최근 판매되고 있는 단기납종신보험의 수익성이 의심스러운 이유이다.

초기 단기납종신보험은 경영여건이 매우 열악한 중소형 생보사가 지극히 전략적으로 선택한 상품이었다. 시장 포화와 보험상품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여 보험 소비자들을 설득하기 매우 어려운 시장환경이었다. 전속설계사 채널도 없고 GA(보험대리점) 판매채널에서도 존재감이 거의 없어 시장진입이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었다. 높은 판매비용을 지불하고 밀어내기식 판매를 하는 것보다 대고객 소구력(appealing power) 포인트를 강화한 상품경쟁력으로 고객을 직접 설득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으로 개발한 상품이다. 수익성이 월등히 높은 상품이 아니었기 때문에 시장경쟁이 격화되어 최소 수익성 확보가 어렵게 되면 새로운 상품과 영업전략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제한된 시장이었다. 이렇게 좁은 시장에 대형 생명보험사들을 포함한 대다수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하면서 생명보험시장이 크게 혼탁해진 것이다.

현재 생명보험사들이 단기납종신보험에 경쟁적으로 몰입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인 것 같다. 우선 생명보험시장 성장이 구조적 한계에 봉착하여 기존의 고답적인 접근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구구조 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 진행속도가 감당 못할 정도로 빠르다. 보험의 잠재적 수요층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자식보다 오래 사는 부모들이 생겨나고 남겨진 유가족 걱정보다 본인의 노후 건강과 경제적 생활이 더 걱정인 상황이다. 생명보험 고유영역인 종신보험에 가입할 니즈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또한 보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바뀌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읽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노력을 하지 않은 생명보험사들의 책임이 크다.

특히 손해보험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장기건강보험(제3보험) 시장에서 생명보험사들은 가격과 인프라 경쟁력이 크게 뒤진다. 순수 생명보험 영역인 종신 변액 연금 시장에서 근래 생명보험사들이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해 보여준 것이 거의 없다. 변액은 시장 변동성과 ELS 사태에서 보듯이 투자상품 판매 부담으로 엄두도 못 낼 상황이고 연금은 세금 혜택도 줄어드는 추세일 뿐만 아니라 판매수수료가 낮고 회사 마진도 거의 없어서 보험사 판매인 고객 모두 관심이 거의 없다.

남은 것이 종신보험인데 최근 단기납종신보험 증대를 통해 시장성장 정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무분별한 과당경쟁으로 파장을 키우고 있다. 급기야 금융당국이 종신보험에 대한 이자소득세 부과를 검토하는 상황을 초래하게 만들었다. 정체된 생명보험산업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세제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오히려 성장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분위기를 악화시켰다.

단기납종신보험 판매가 급증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 2023년 도입된 IFRS17 회계제도 변화를 빼 놓을 수 없다.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으로 보험상품과 보험사의 가치평가 기준이 바뀌는 과정에서 제도의 취약점을 이용한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IFRS17이 도입되면 계약서비스마진(CSM, Contract Service Margin) 규모에 따라 회사의 가치가 결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보험사가 모든 경영활동을 CSM 확보에 집중했다. IFRS 기준으로 CSM 증가가 보험사 가치를 증대시킨다는 것을 전제로 상품 수익성을 판단하고 CSM이 가장 중요한 경영의사결정 기준이 된 것이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보험사 경영에서 CSM이 전가의 보도가 된 것 같다.

CSM 수준이 얼마이든 플러스만 되면 상품을 출시해도 된다고 받아들이고 회사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에 도움되는 좋은 상품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IFRS17에서 산출되는 CSM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2023년 IFRS17 시행 직후 보험사들의 당기순익이익 발표를 지켜본 감독당국이 과도한 CSM 부풀리를 걱정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던 것도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잘못된 정보를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실손보험 손해율이나 무해지 저해지 상품들의 유지율 가정 등이 주요 대상이 됐다.

대다수 보험회계 계리전문가들은 현재 보험사들의 CSM 경영이 상당히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CSM은 보험사가 받는 보험료에서 예상되는 보험금과 사업비 지출을 차감한 현금흐름을 할인하여 산출한다. 현금흐름 산출시 적용하는 해지율 손해율 사업비율 등의 가정체계가 합리적이지 않으면 사상누각이 된다. 현재 보험부채 할인에 적용되고 있는 장기선도금리(30년) 4.55%는 30년 국고채 지표금리 3.35% 수준을 크게 웃돈다. 할인율이 시장 실질금리보다 높으면 보험부채 규모가 크게 감소하고 자본은 증가하며 CSM 규모도 부풀려 진다. 보험사는 자본 부담이 줄고 이익재원이 증가하여 외견상 건전한 모양이 된다.

주주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위험은 CSM 산출시 반영되는 보험리스크 외에도 금리 신용 유동성 등 추가적 리스크가 많다. 그만큼 자본비용이 CSM에 덜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CSM에는 비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현금흐름 추정시 보험계약과 관련된 직접비용만 반영되고 간접비용은 빠져 있기 때문에 CSM이 부풀려진다. 보험사들은 보통 비용의 10~15%를 간접비로 배분하기 때문에 그만큼 수익성이 왜곡될 수 있다. 아울러 비용 인식 기준도 기존의 회계기준에서는 초년도 50%, 나머지는 7년 이내로 상각 처리를 했지만 IFRS에서는 보험만기까지 이연 상각하도록 변경됐다. 따라서 비용이 보험만기까지 장기간에 걸쳐 분산 인식되므로 수익성 판단시 착시가 생기고 계약이 중도해지 되는 경우 일시에 비용을 인식하게 되어 손실계약이 급증할 수 있다.

보험사들의 의도적 실적 부풀리기를 의심하기 이전에 CSM 산출 로직이 지닌 원초적 한계가 보험사 재무정보 불신을 자초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CSM 수준만으로 경영의사결정을 할 경우 자본의 기대수익율이 떨어지고 궁극적으로 주주에게 배당할 돈이 쌓이지 않게 된다. 물론 CSM이 전혀 무용한 엉터리 지표라는 것은 아니다. CSM이 포괄하지 못한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CSM 경영으로 무리한 성장전략을 추진하고 배당이나 임직원 보상이 이루어지는 경우 기업의 장기적 내재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최근 시장과 금융당국이 단기납종신보험과 무해지·저해지상품 판매 열풍을 걱정하는 이유이다. IFRS의 원칙중심 회계정책에 맞춰 보험사들이 자율적으로 제공하는 경영정보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가 그만큼 크지 않은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단기납종신보험처럼 본질적으로 회사 손익과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품을 당장은 큰 문제없는 것으로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이런 연유로 우리보다 훨씬 앞서 보험업을 영위해온 AIA 푸르덴셜 등 글로벌 선진 보험사들은 내재가치(EV, Embedded Value) 기준의 경영원칙을 고수하며 CSM은 경영 보조지표로 사용하고 있다. 보험사의 경영을 본질가치 증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내재가치 중심으로 근본적인 방향을 전환하지 않으면 보험업 전체에 대한 불신만 더 키우고 투자자 외면으로 우리 보험사들이 저평가 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